울산은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0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A 2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에서 외국인 선수 2명이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 0-4 완패했다.

울산은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0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A 2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에서 외국인 선수 2명이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 0-4 완패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역사는 반복된다'는 유명한 격언이 있다. 스포츠에서도 유효한 이야기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가 또 다시 다 잡은 우승을 날릴 위기에 놓였다. 울산은 18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2020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A 2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동해안 더비'에서 외국인 선수 2명이 퇴장당하는 악재 속에 0-4 완패했다.

승점 54점(16승 6무 3패)에 머무른 울산은 같은 날 광주 FC를 4-1로 대파한 라이벌 전북 현대(17승 3무 5패)와 승점이 같아졌다. 승점은 같고 다득점(울산 51골-전북 43골)에서 전북에 간신히 앞선 울산 입장에선 다가오는 26라운드 전북과의 정규리그 마지막 맞대결에 대한 부담이 더욱 커졌다.

울산은 그동안 우승을 눈앞에 두고 라이벌 포항에게 발목을 잡혔던 아픈 기억이 여러 번 있다. 2013년 12월 1일 내내 리그 선두를 달리던 울산은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유리한 상황이었다. 상대는 하필 울산과 함께 우승경쟁을 펼치던 포항. 울산 전후반 90분을 잘버티며 우승 세레머니를 눈앞에 두는 듯했으나, 추가 시간 종료 1분을 남겨놓고 포항 수비수 김원일에게 통한의 결승골을 허용하며 승점 1점 차로 포항에 역전 우승을 내줘야했다.

울산은 지난 2019시즌에도 6년 전과 같이 리그 최종전, 하필 12월 1일로 날짜같이 똑같은 날에 포항을 또 만나게 됐다. 그때도 울산은 비기기만 하면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었다. 반면 울산의 우승 경쟁 상대는 전북이었고, 당시 포항은 리그 5위에 그치며 굳이 최종전에 동기부여가 크지 않은 상황이었다. 모두가 울산의 우세를 예상했지만, 포항은 4골(4-1)을 몰아치는 대승으로 울산의 단꿈을 처참하게 박살냈다. 울산은 전북과 같은 승점(79점)을 기록하고도 다득점(72골-71골)에서 불과 1골차이로 밀리며 거짓말같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실패했다.

울산은 올시즌 설욕을 위하여 독기를 품었다. 울산은 앞선 세 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포항을 제압했다. 정규라운드에서 6월 6일 4-0, 8월 15일 광복절에도 2-0 승리. 또 FA컵 4강전에서는 1-1로 비겼으나 승부차기(4-3) 대접전 끝에 또 울산이 웃으며 마침내 포항 트라우마를 청산하는 듯했다.

하지만 포항은 전통의 라이벌답게 또다시 우승의 중요한 고비에서 울산의 덜미를 잡았다. 이미 리그 3위로 다음 시즌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확보한 포항은 순위싸움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는 상황에서도 10월 3일엔 전북 현대를 1-0으로 잡은데 이어 울산에게마저 설욕에 성공하며 '우승 감별사'다운 뒷심을 발휘했다.

사실 울산의 진짜 문제점은 유독 포항에게만 약하다기보다는, 큰 경기에서 무너지는 '새가슴' 징크스에 더 가깝다. 울산은 그동안 잘해오다가도 중요한 경기에서 의외로 허무하게 침몰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김도훈호' 출범 이후로는 더욱 두드러진 팀의 고질병이 되어가고 있다.

울산은 2020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못다 한 무관의 한을 풀기 위하여 그야말로 폭풍영입을 단행했다. 이미 두터운 전력에 이청용-조현우-윤빛가람 홍철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까지 대거 가세한 올시즌 울산의 전력은 오히려 라이벌 전북보다도 앞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울산은 올시즌 각종 대회를 통틀어 단 3번밖에 지지 않으며 화끈한 공격축구로 경쟁 팀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그 3패의 대상이 하필 '최대 라이벌'인 전북(2패)과 포항이었다는 점이다. 2위와의 승점차를 벌려서 독주체제를 구축하고 우승을 조기에 확정지을 수도 있었던 타이밍에 번번이 뼈아픈 패배를 당하며 추격의 빌미를 내줬다. 특히 울산이 당한 3패 중 최소한 내용이라도 좋아서 '졌잘싸(졌지만 잘싸웠다)'라고 위안할 수 있는 경기는 단 한 번도 없었고, 모두 '졌질만'(졌는데 질만했다)한 패배라는 게 공통점이다.

더욱 치명적인 것은 중요한 경기에서 패할 때마다 상대가 잘한 것을 떠나서, 일단 울산이 먼저 '자멸'한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이다. 전북과 포항은 울산보다 올시즌 패배가 더 많고 약팀에게 종종 덜미를 잡히기도 했지만, 흐름상 반드시 잡아야할 중요한 경기에서는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했다. 

울산이 큰 경기일수록 냉철하지 못했다는 것은 '카드관리'에서도 드러난다. 전북과의 첫 맞대결이었던 6월 28일 홈경기에서는 수비수로 나선 김기희가 전반 24분 만에 전북 김보경에게 과격한 태클를 저질러 퇴장당하면서 일찌감치 수적열세에 허덕이다가 제대로 반격도 해보지 못하고 0-2로 허무하게 무너졌다.

지난 포항전에서도 불투이스의 퇴장이 나오기 전까지는 0-1로 끌려가기는 했지만 팽팽한 흐름이 이어졌으나 이후 균형이 급격히 무너졌다. 그나마 불투이스의 퇴장은 완벽한 일대일 찬스를 내주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파울이었다면, 불과 5분 뒤 비욘 존슨의 퇴장은 '감정조절' 실패가 불러온 명백한 자충수였다. 존슨은 볼경합 상황에서 넘어지다가 포항 강상우의 머리를 발로 찍는듯한 동작을 취했는데, 본인은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리플레이로 봤을 때는 고의성이 다분한 장면이었다.

울산 선수들은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종종 쉽게 흥분하거나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8월 8일 0-0 무승부로 끝난 수원과 15라운드 대결에서 김태환이 판정불만과 거친 행동으로 경고누적을 받아 퇴장당하기도 했고, 경기 후에는 이날 출전하지도 않았던 정승현까지 심판에게 항의하다가 불필요하게 경고를 받은 사건도 있었다. 울산에 스타급 선수들은 많지만, 정작 어려운 순간에 놓였을 때 냉철하게 팀을 다독이고 선수단을 이끌어줄 확실한 '리더'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울산은 올시즌 '플레이메이커' 이청용을 영입하며 내심 우승청부사의 역할을 기대했다. 18경기에서 4골 1도움의 기록은 겉보기에 나쁘지는 않지만 기대치에 비하면 그리 만족스러운 활약도 아니다. 팀이 손쉽게 대승을 거둔 경기에서 이청용도 함께 활약한 경우는 있지만, 팀이 어려울 때 이청용이 앞장서서 경기흐름을 반전시키는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고 할 만한 경기는 많지 않다. 오히려 전북전같이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침묵했고, 잦은 잔부상으로 경기에 결장하는 경우도 많았다. 이청용은 무릎부상으로 지난 포항전에도 결장하며 팀의 완패를 지켜봐야했다.

큰 경기마다 나타나는 김도훈 감독의 용병술과 위기관리능력도 아쉬움이 남는다. 김도훈 감독은 울산 감독 부임 이후 2017년 행운의 FA컵 우승을 제외하면 매년 구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투자에도 만족스러운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번 포항전 패배와 더불어 지난 2019시즌 우라와 레즈와의 ACL 16강 2차전(0-3) 완패, 포항과의 리그 최종전 패배(1-4), 올해 9월 15일 전북과의 리그 21라운드에서는 득점왕 주니오와 비욘 존슨을 벤치로 돌리고 박정인 원톱과 변형 스리백을 가동하는 모험을 시도했다가 졸전 끝에 1-2로 패배한 경기들은 모두 복기해볼 필요가 있는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모두 김 감독의 소극적인 경기운영과 무리한 전술적 실험이 발목을 잡았던 아쉬운 경기들로 꼽힌다. 울산이 '김도훈 축구'로 과연 우승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다.

자력우승의 기회는 아직 남아있지만 이제 상황은 울산에게 불리해졌다. 울산은 포항전 완패로 가뜩이나 팀 분위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다가오는 전북전에서는 공수의 핵심인 불투이스와 존슨의 공백까지 안은 상태로 싸워야한다. 올시즌 전북에게 두 번 모두 패배한 울산은 리그 우승이 걸린 파이널라운드는 물론이고 FA컵 결승에서도 전북을 두 번 더 만나야한다. '큰 경기에 약한 울렁증'을 극복하지 못하면 울산은 올시즌도 성과 없이 빈 손으로 한 해를 마치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울산과 김도훈 감독은 과연 남은 경기에서 슬픈 역사의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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