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꽃> 포스터

<종이꽃> 포스터 ⓒ (주)스튜디오보난자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작품상을 수상한 <잔칫날>은 죽음에도 빈부격차가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다. 무명 MC 경만은 아버지의 장례식에 잔칫집 행사를 간다. 가난 때문에 아버지 보내는 길이 초라한 것을 견디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상차림부터 상여까지 상조회사의 등장으로 장례식에도 자본주의의 논리가 들어섰다. <종이꽃>은 이런 죽음의 빈부격차를 통해 죽음과 가까운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다.

죽은 사람의 넋을 기리며 관에 넣는 종이꽃을 평생 접어온 장의사 성길은 죽음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다. 그는 직접 시체를 닦고 수의를 입힌다. 하지만 상조회사의 등장으로 장의사는 할 일이 없어진다. 그의 친한 친구마저 상조회사를 택한다. 상조회사는 성길에게 동업을 제안한다. 한때 의대생이었지만 사고로 다리를 잃은 아들 지혁을 위해 성길은 어쩔 수 없이 상조회사에 들어간다.

장례를 준비하며 종이꽃을 접는 성길을 상조회사 직원은 말린다. 가장 저렴한 기본으로 주문한 고객에게 왜 옵션을 행사하느냐는 게 이유다. 그래도 죽은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성길의 말에 직원은 회사의 원칙임을 강조한다. 이제는 신념을 놓을 준비를 하는 성길 앞에 그를 시험하는 일이 발생한다. 평생 남을 위해 봉사한 한수가 죽으면서 시에서는 무연고자란 이유로 시신을 화장하라 말한다.
 
 <종이꽃> 스틸컷

<종이꽃> 스틸컷 ⓒ (주)스튜디오보난자


하지만 한수와 함께 봉사활동을 했던 일행들은 그를 기리기 위해 광장에서 추모 장례식을 열고자 한다. 회사는 빨리 시신을 처리하라 말하고, 한수의 동료들은 도와줄 것을 간청한다. 아들의 문제로 신념을 포기한 성길 앞에 또 다른 시험이 다가온 것이다. 이런 성길의 우울과 고통을 이겨내게 도와주는 인물은 앞집에 이사 온 은숙이다. 딸 노을과 단 둘이 사는 은숙은 지혁의 간병인으로 취업한다.

지혁은 사고 이후 죽음만을 생각한다. 틈만 나면 자살을 시도한다. 은숙은 그런 지혁에게 시도 때도 없이 말을 걸며 가까워진다. 그리고 자신의 어두웠던 과거를 말하며 살아갈 용기를 준다. 남편의 위협 속에서 자신과 딸을 지켜낸 강인한 은숙이 지혁을 변화시킨 거처럼, 성길은 그녀의 딸 노을을 통해 신념을 되찾고자 한다. 노을은 성길에 의해 자신의 장래희망이 장의사가 되었음을 고백한다. 
 
 <종이꽃> 스틸컷

<종이꽃> 스틸컷 ⓒ (주)스튜디오보난자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고양이 장례식 장면은 죽음의 무게감을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부드럽게 풀어낸다. 성길은 죽음의 순간 지켜야할 존엄을 알려준다. 조그마한 고양이 한 마리라도 그 시체를 깨끗이 닦아주고 넋을 기린다. 노을은 그 모습을 보고 죽음의 순간에도 그 존엄을 지켜줄 누군가 필요하단 걸 알게 된다. 그리고 성길은 자신의 신념이 아직도 누군가에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경험한다.

한수의 장례식을 광장에서 열려한다는 점과 이를 막으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점은 세월호 참사 당시를 떠오르게 만든다. 당시 아이들을 향한 추모와 진실규명을 외치는 공간이 광화문 광장에 설치되었고 이에 대한 반발의 목소리가 높았다. 작품에서 시는 경제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미스 월드 대회의 결승장소가 광장이란 이유로 장례식을 막으려 한다.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는 게 이유다.
 
 <종이꽃> 스틸컷

<종이꽃> 스틸컷 ⓒ (주)스튜디오보난자


성길은 은숙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말한다. 사람에게 주어진 삶의 끝은 죽음이다. 이 죽음의 순간으로 나아가면서 중요한 건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아닌 어떻게 기억되느냐 임을 성길은 말한다. 그는 지혁에게, 은숙에게, 그리고 노을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으로 기억되고자 한다. 이런 작품의 의도는 우울 속에서 비록 극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따뜻한 위로의 힘이 기적처럼 다가오는 걸 보여준다.

<종이꽃>은 죽음을 소재로 했음에도 무겁지 않은 리듬감이 인상적인 영화다. 우울과 고통 속에 살던 성길과 지혁 부자는 은숙과 노을 모녀는 만나면서 삶의 희망을 찾아간다. 동시에 두 사람은 모녀에게 의지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죽음의 문턱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하는 이 작품은 존엄과 신념의 가치가 죽어버린 현대 사회에 따뜻함을 지닌 새하얀 종이꽃을 피우고자 하는 영화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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