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 세이커스 조성원 신임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0.4.27

창원 LG 세이커스 조성원 신임 감독이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0.4.27 ⓒ 연합뉴스

 
'공격농구'로 새로운 출발을 외쳤던 프로농구 창원 LG '조성원호'가 2020-21시즌 초반부터 냉정한 '현타'(현실자각타임)에 직면하고 있다. LG는 17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의 경기에서 올시즌 팀 최소득점인 64점에 그치며 18점차(64-82)로 완패했다. LG는 10일 KCC와의 개막전 승리 이후 내리 3연패에 빠지며 9위로 내려앉았다.

LG는 코로나 사태로 조기종료된 지난 2019-20시즌 9위(16승 26패)에 그친 후 3년계약이 만료된 현주엽 전 감독과 결별하고 또다른 구단 레전드 출신인 조성원 감독을 제 8대 사령탑으로 낙점했다. 조 감독은 현역시절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명슈터로 활약했고, LG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2000-01시즌에는 리그 MVP와 팀의 창단 첫 파이널 진출을 이끈 스타플레이어 출신이다. 조성원 감독은 여자프로농구 청주 KB 감독, 남자프로농구 서울 삼성 코치, 대학남자농구 수원대-명지대 감독 등을 역임했지만 남자프로농구 감독직은 LG가 처음이다.

조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시절의 LG는 KBL 역사상 최고의 '공격농구팀' 중 하나로 회자된다. LG는 1997년 프로 원년을 제외하면 KBL 역사상 유일한, 그리고 마지막으로 팀 평균득점이 100점대를 넘긴 팀이었다. 사령탑으로 돌아온 조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상대가 100점 넣으면, 101점 이상을 넣는 경기를 하겠다"고 선언하여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조 감독의 공약이 현실과 맞지않는다고 고개를 갸웃하는 시선이 많았다. 조성원, 에릭 이버츠, 조우현, 이정래 등 외인과 국내 선수를 가리지않고 우수한 득점원이 넘쳐났던 20년전과 달리, 현재의 LG는 선수층이 얇고 개인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부족하다. 지난 시즌 리그 득점왕에 오른 외국인 선수 캐디 라렌(21.4점)을 보유하고도 팀득점은 72.6점, 팀 야투율은 41.5%로 모두 최하위에 그쳤다. 부상이 잦은 포인트가드 김시래를 제외하면 LG의 국내 선수진은 다른 팀에 비하여 포지션별로 확실히 우위라고 할만한 부분이 없고 득점력은 오히려 가장 떨어지는 편이다. 시즌 개막 전부터 농구팬들은 LG를 서울 삼성(3패)과 더불어 '2약'으로 평가했고, 두 팀은 예상대로 시즌 초반 나란히 9.10위를 기록중이다.

조성원 감독은 외부 영입을 통한 전력보강보다도 기존 국내 선수들의 자신감과 적극성 회복에 집중했다. 외국인 선수들도 유일하게 KBL 유경험자인 라렌과 리온 윌리엄스 조합으로 안정감을 선택했다. 컵대회와 연습경기를 거치며 전임 감독 시절 벤치의 눈치를 보며 주눅든 플레이를 보이던 LG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경기를 풀어간 모습은 확실히 달라진 부분이었다.

하지만 의욕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현실도 있다. LG는 현재 경기당 76.8점, 팀야투율 37.8%로 모두 리그 최하위이고, 3점슛도 27.7%로 9위에 머물고 있다. 시즌 초반이기는 해도 리그 평균(85.6 득점/야투율 45.5%)에도 한참 못미칠 뿐 아니라 70점대 팀득점-30%대 야투율을 기록중인 팀은 모두 LG 뿐이다. 개막 이후 4경기동안 상대보다 야투율에서 앞선 경기는 아직 한번도 없다. 오히려 평균 81점(리그 최소 3위)만 내준 수비력이 그나마 더 안정적인 편이었다.

경기내용만 놓고보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까다로운 상대인 KCC를 원정에서 잡았고, KT-현대모비스를 상대로는 지고있는 경기를 포기하지않고 따라잡으며 종반까지 팽팽한 승부를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전자랜드전에서는 다시 지난 시즌의 LG를 떠올리게하는 무기력한 경기가 나왔다. 선수들이 슛에 대한 자신감을 잃으면서 쫓기듯이 플레이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LG는 외국인 선수 2명을 제외하면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려주는 국내 선수가 유일하게 전무한 팀이다. LG 국내 선수 득점리더로 떠오른 서민수(9.5점) 정도만이 선전하고 있을뿐, 정작 조 감독이 기대했던 베테랑 강병현(6.8점)과 조성민(5.5점)의 부활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김동량과 정희재는 올시즌 초반 출전시간이 예년보다 급격히 줄어들며 컨디션을 찾지못하고 있다. 조 감독이 구상하는 공격농구를 위해서는 국내 선수들의 3점슛이 살아나야 공간활용이 원할해지는데 슛이 터지지 않으니 외국인 선수들에게 집중수비 부담이 가중된다.

LG 외국인 선수들의 무게감도 경쟁팀들에 비하여 떨어진다. 특히 1옵션인 라렌이 예년보다 수준이 더 높아진 외국인 선수들과의 매치업에서 잇달아 고전하며 14.8점, 8.5리바운드, 야투율 46.5%에 그치고 있는게 뼈아프다. 백업으로 예상된 리온 윌리엄스(13.5점, 9.3리바운드)와 비슷하게 출전시간을 양분하고 있으며 영양가는 오히려 떨어진다.

라렌은 전자랜드전에서는 심판 판정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며 약 11분을 뛰는 동안 야투 10개중 8개를 실패하는 난조속에서 5득점 5리바운드로 올시즌 최악의 경기를 펼쳐서 결국 윌리엄스(16점 10리바운드)가 더 많은 시간을 소화해야했다. 윌리엄스는 기복없고 견실하지만 어디까지나 조연에 최적화된 선수이고, 폭발적인 득점력이나 해결사로서의 활약까지 기대하기는 무리가 있다.

물론 LG의 고전이 예상하지못한 결과는 아니다. 조성원 감독도 화끈한 공격농구로의 변신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생각한대로 경기 플랜이 잘 풀리지않는 상황 속에서 선수단을 다독이며 올바른 '방향성'을 잡아주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다. LG가 계속 공격적인 경기를 시도하겠다는 초심을 지켜나갈지, 아니면 팀상황에 맞게 경기운영과 선수구성에서 현실적인 타협을 시도할지는 조성원 감독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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