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0' 18라운드 FC서울과 울산 현대 경기에 교체 출전으로 나선 서울 기성용 선수

서울 기성용 선수 ⓒ 한국프로축구연맹

 
프로축구 전통의 명가 FC서울이 다음 시즌에도 K리그1 잔류를 확정지었다. 서울은 17일 오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 FC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25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후반 35분 조영욱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승점 28점(8승4무13패)를 기록한 서울은 현재 최하위 인천(승점21)와의 승점차를 7점으로 벌리며 남은 2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잔류를 확정짓게 됐다. 파이널 B그룹에서는 선두 강원(7위, 승점 33점)에 이어 두 번째 생존팀이다.

서울에게 2020년은 그야말로 창단 이후 최악의 시즌이었다고 할만하다. 서울은 올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성적부진으로 사령탑이나 두 번이나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용수 전 감독이 사임했던 13라운드(3승1무9패) 시점에서 서울은 K리그 12개구단중 11위까지 추락하기도 했다. 수석코치였던 김호영 감독대행이 팀을 물려받은 이후 중위권으로 어느 정도 반등하기는 했지만 결국 초반 부진을 만회하지못하고 파이널B 추락을 받아들여야했다.

파이널라운드를 앞두고는 김호영 감독대행까지 돌연 지휘봉을 내려놓는 악재가 발생했다 정식 감독 선임 여부를 놓고 김호영 대행과 구단간의 이견차를 좁히지못하면서 서울은 1부리그 잔류-강등 여부가 걸린 파이널라운드를 '대행의 대행' 체제로 치러야하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했다.

별다른 대안이 없어서 코치진중 선임이었던 박혁순 코치가 임시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작년에 갓 성인팀 코치로 처음 부임했을만큼 지도자 경험이 일천하다보니 불안감은 커졌다. 우려한대로 서울은 파이널라운드에 접어들며 수원-부산에 2연패를 당했고 정규라운드부터 포함하면 4경기 연속 무승(1무3패)의 부진에 허덕이며 위기감이 높아졌다.

그나마 서울에게 운이 따라준 것은, 하위권 경쟁팀이던 성남과 인천도 나란히 동반부진에 빠진 덕분이다. 최하위 인천은 2연패, 성남은 무려 6연속 무승(1무 5패)의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더구나 성남은 서울전을 앞두고 이전 경기에서 주축 선수들은 물론 김남일 감독까지 퇴장당하여 벤치에 앉지못하게 되어 전력누수가 극심했다. 자연히 서울은 성남만 잡으면 1부리그 잔류를 확정지을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었다. 양팀 모두 반드시 이겨야하는 빅매치에서 정식 감독없이 코치 대행 체제로 나서야했던 기묘한 상황이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은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던 성남을 상대로도 쉽게 경기를 풀어가지 못했다. 양팀 모두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한데다 가끔씩 문전까지 패스가 연결되어도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족을 드러내며 답답한 경기가 이어졌다. 그나마 후반 조영욱과 한승규 등이 교체투입되어 서울의 공격 흐름이 살아났고, 후반 36분 김진야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연결해준 패스를 조영욱이 낮게 깔리는 땅볼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아슬아슬했던 0의 균형을 간신히 깰수 있었다. 이후 서울은 부상에서 회복한 기성용을 투입하며 중원과 수비 강화를 선택했고 나상호에게만 의존한 성남의 공격을 잘 차단해내며 승리를 지켰다.

천신만고 끝에 강등의 공포는 일단 벗어났지만, 서울 구단으로서는 안도하기 전에 먼저 자성이 더 필요한 시즌이었다. 서울이 강등 위기를 겪은 것이 불과 2년전이다. 서울은 2018시즌에도 리그 11위에 그치며 사상 최초로 승강플레이오프까지 내려갔다가 부산을 제압하고 지옥 문턱에서 간신히 구사일생했다. 사령탑이 두 번(황선홍 감독-이을용 대행-최용수 감독)이나 교체되는 우여곡절을 겪은 것도 올해와 비슷하다.

서울은 2년전의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못했다. 냉정하게 말하면 경기력이나 팀분위기는 올해가 더 좋지않았지만 운이 따라준 결과다. 군팀 상주 상무가 다음 시즌 2부리그 자동 강등이 확정되면서 예년과 달리 올시즌 성적순으로 강등되는 것은 단 한 팀뿐이라 최하위만 면하면 되어 난이도가 낮아졌다. 그나마도 경쟁팀들의 동반부진과 전력누수로 어부지리까지 얻었다.

서울은 2010년대 중반부터 세대교체와 리빌딩의 필요성이 요구되는 상황이었지만 구단의 소극적인 투자와 미숙한 운영으로 이미 왕년의 명성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다. 지난 2019시즌 리그 3위로 깜짝 반등하기는 했지만 후반기에 부진을 겪으며 이미 전력의 한계가 드러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비시즌 충분한 전력보강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안이함의 댓가는 구단의 각종 불명예스러운 흑역사로 이어졌다. 6월 14일 대구FC와 경기에서는 0-6으로 참패하며 2013년 승강제 도입 후 구단 최다실점-최다점수 차 패배 타이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파이널B그룹 23라운드에서는 라이벌 수원과의 슬퍼매치에서 1-3으로 완패하며 지난 2015년 이후 5년 넘게 지켜온 18경기 연속 무패행진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한 경기외적으로도 구단 프런트의 아마추어적인 행보와 후속 대응은 시즌 내내 잡음을 일으켰다. 유럽무대에서 국내 복귀를 타진했던 기성용-이청용의 영입을 둘러싼 논란, 성인용품 리얼돌의 관중석 반입 해프닝, 최용수 감독-김호영 대행으로 이어진 매끄럽지못한 사임 과정에 이르기까지 서울 운영진은 연이어 헛발질을 거듭하며 혼란을 자초했다.

그나마 시즌 중반에 뒤늦게 기성용을 복귀시키기는 했지만, 정작 여론에 떠밀려 어쩔수없이 다시 데려온 기성용은 냉정히 말해 '보여주기식 영입'에 불과했다. 선수의 이름값과 일부 미디어의 지나친 호들갑에 비하면, 기성용은 현재 서울의 중원 선수구성상 반드시 필요한 우선 순위는 아니었고 오랜 공백과 부상으로 몸상태도 정상이 아니었다. 우려한대로 기성용은 계속된 부상으로 후반기 몇차례 교체출전에 그치며 서울의 파이널B 추락과 1부리그 잔류 경쟁에서 실질적으로 기여한 부분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기성용에 가려져서 정작 지금의 서울에 가장 절실한 과제였던 최전방 외국인 공격수와 수비라인 보강은 끝내 소득없이 묻혀버렸다. 서울은 시즌 내내 페시치의 공백과 박주영의 노쇠화를 절감하며 극심한 빈공에 허덕여야했다. 서울은 25경기에서 22골(리그 공동 10위)을 넣는데 그친 반면, 실점은 리그 최다인 42골을 실점하는 최악의 공수불균형을 드러냈다. 올시즌 40실점 이상을 내주고 골득실차가 –20에 이른 팀은 오직 서울 뿐이다. 이런 경기력으로 1부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천만다행이라고 할만한 시즌이었다.

서울은 1부리그에 잔류하는 정도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K리그를 주도하는 리딩클럽을 목표로 해야하는 팀이다. 서울 정도의 구단이 최근 3년 사이에 벌써 두 번이나 강등권을 넘나들었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할 문제다. 새로운 감독 선임에서부터 노쇠한 팀의 체질개선, 구단 프런트의 전문성 강화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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