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팀에는 흔히 말하는 국대 선수들이 즐비했다. 떠오르는 골잡이 김지현을 비롯하여 유능한 왼발잡이 플레이메이커 이영재, 뒤에서 묵묵히 수비 역할 해내는 김영빈, 자신감 넘치는 올림픽대표 골키퍼 이광연도 모자라 이청용(울산 현대) 대신 파울루 벤투 감독이 급하게 불러간 오른쪽 날개 공격수 이현식까지 강원 FC는 꼴찌 팀이 보기에 태백산맥 저 너머에 있는 팀으로 보였다. 

김병수 감독이 이끌고 있는 강원 FC가 16일 오후 7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벌어진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그룹 2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의 홈 게임을 3-1로 완벽하게 이기며 남아있는 시즌 2게임 결과를 조금도 신경쓸 일 없이 2021 시즌에도 K리그 1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됐다. 최근 3게임 연속 승리(7득점 2실점)의 신바람을 타고 다음 시즌 더 높은 목표를 꿈꾸는 중이다.

축구와 사회학
 
 김수범 득점 후 기뻐하는 강원 선수들

김수범 득점 후 기뻐하는 강원 선수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홈 팀 강원 FC는 최근 주목받고 있는 국가대표, 올림픽대표들 말고도 센터백 임채민과 유능한 살림꾼 한국영, 재능이 많은 멀티 플레이어 신세계까지 정말로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했다. 이들 앞에 덤벼든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는 갈 길이 멀기에 게임 초반부터 많이 뛰는 압박 전술을 펼쳤다. 

25분, 강원 FC가 후방 빌드 업을 센터백 임채민부터 시작했다. 임채민은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매우 높은 위치부터 달라붙자 어쩔 수 없이 골키퍼 이광연에게 횡 패스를 보내주었고 이광연은 공 방향을 바꿔놓고 가운데 미드필더 이영재에게 전진 패스를 밀어줬다. 그 순간 이영재는 자기 뒤에서 바짝 달라붙는 상대 선수를 의식하고 다시 공을 임채민 방향으로 띄웠다. 그러나 공이 높게 날아가 코너킥을 내주게 됐다. 그만큼 어웨이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꼴찌 탈출을 위해 더 절박한 입장이라는 뜻이 담긴 상징적 장면이었다. 

하지만 강원 FC의 '병수볼'이 인천 유나이티드의 절박함을 그대로 봐줄 리 없었다. 이 게임을 비기기만 해도 파이널 B 최고 순위표를 지키며 강등 위험 요인을 완전히 없앨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들이지만 강원도 특산품 '병수볼'을 진화시키기 위해서는 어정쩡한 태도보다 더 효율적인 선택을 내려야 한다는 것을 믿고 따랐다.

사회학 용어 중 '선택 의지'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바로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이해득실에 따라 행동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축구도 우리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와 마찬가지여서 공격과 수비가 반복되거나 바뀌는 순간마다 이 '선택 의지'가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상대 팀의 대응을 고려한 합리적 사고와 효율성을 높이는 의지적 행동은 축구 선수가 갖추어야 할 3B 중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Brain'에서 나온다고 말할 수 있다.

90분 그 이상을 뛰어다니며 내내 그 생각과 의지에 따른 행동을 완벽하게 유지하기 어렵지만 변화가 필요한 순간에 팀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 바로 그 수준으로 드러난다. 여기서 강원 FC는 상대 팀 인천 유나이티드가 조여오는 압박의 고비를 넘었다. 탈압박은 반복된 훈련 속에 체화되는 것이기에 기본에 충실한 '패스 플레이'와 더 빠르고 효율적인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함께 펼친 것이다.

강원 FC 3연승 신바람, 아랫마을 최강자 확인

강원 FC 맨 앞에 뛰고 있는 '고무열-김지현-이현식'이 상대 수비수들의 조직력을 허무는 오프 더 볼 움직임을 어떻게 펼치는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병수볼'은 흥미롭다. 이들 셋이 앞에서 폭넓게 흔들어주니 노련한 가운데 미드필더 둘(한국영, 이영재) 앞 공간이 더 여유있게 열린다. 29분, 강원 FC 왼발잡이 미드필더 이영재는 그 공간을 충분히 즐기면서 마음대로 드리블한 뒤 왼발 슛으로 골을 노리기도 했다. 상대 수비수 김정호의 등에 맞고 방향이 살짝 바뀐 공을 골키퍼 이태희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잡아냈지만 강원 FC가 원하는 공격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5분 뒤에 강원 FC 첫 골이 나왔다. 가운데 미드필더 이영재가 이번에는 오른쪽 측면으로 빠져서 왼발 크로스를 날카롭게 감아올렸다. 그 공이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수 양준아의 몸에 맞고 떨어지는 것을 왼쪽 윙백 김수범이 놓치지 않고 오른발로 정확하게 차 넣었다. 이 때 강원 FC 세 명의 공격 담당자들은 동료의 크로스나 슛을 구경만 한 것이 아니라 상대 수비수들의 발을 묶어두는 역할을 한 것이다. 또한 축구 게임 중 자주 발생하는 '세컨드 볼' 따내기를 위해 얼마나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이해득실을 따져 행동하려는 의지가 뛰어났는가를 바로 김수범이 말해준 셈이다.

2018년까지 제주 유나이티드 유니폼을 입고 뛰다가 지난 해 호주 A리그 퍼스 글로리로 이적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김수범이 강원 FC 유니폼을 입고 뛴 첫 게임에서 첫 골을 성공시킨 것이다. 또한,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자신을 오래 가르쳤던 조성환 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 앞이라 만감이 교차했으리라.

김수범의 활약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병수볼의 중심 역할을 또 한 번 해냈다. 43분 추가골을 만들어낼 때 왼쪽 윙백 자리에서 뛰던 김수범은 역습 드리블의 키를 쥐고 흔들다가 결정적인 오픈 패스를 반대쪽 이현식을 겨냥하여 열어주었다. 이 순간 강원 FC의 병수볼이 또 빛났다. 고무열은 왼쪽 측면으로 넓게, 김지현은 가운데 쪽으로 날카롭게 라인 브레이킹을 시도한 것이다. 이렇게 앞에서 두 선수가 위협적인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펼치니 인천 유나이티드 수비 라인은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김수범의 결정적인 오픈 패스를 받은 이현식은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을 노려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렸고, 오른쪽 기둥에 맞고 나온 공을 김지현이 또 하나의 세컨드 볼을 기다렸다가 가볍게 빈 골문 안으로 밀어넣었다. 바로 이 골이 결승골이 되었다. 앞에서 뛰는 공격수들이 어떻게 오프 더 볼 움직임을 펼치고 그렇게 얻은 새 공간으로 동료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파고드는가를 살피면 '병수볼'이 더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

절박한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더 바빠진 인천 유나이티드는 후반전 퇴장 악재까지 뒤집어썼다. 65분에 중앙선 가까운 곳에서 강원 FC 이현식이 공을 소유했을 때 비교적 멀리서 달려온 인천 유나이티드 후반전 교체 선수 김호남이 위험한 오른발 태클을 날렸다. 높은 공을 따내기 위해 발이 높게 올라갈 수 있지만 김호남의 오른발 축구화 바닥이 이현식의 옆구리 쪽을 가격하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일단 박병진 주심은 노란색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VAR(비디오 판독 심판) 권유로 온 필드 뷰를 시행한 뒤 카드 색깔을 바꿔 퇴장 명령을 내렸다. 바꿔 들어온 인천 유나이티드 주장 김호남이 정확하게 10분만에 쫓겨난 것이다. 쓰러진 이현식에게도 사과했지만 김호남 표정에는 자기 빈 자리까지 더 뛰어야 할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도 담겨있었다.

이렇게 10명이 된 인천 유나이티드는 74분에 간판 골잡이 스테판 무고사가 한 골을 따라붙었지만 전반전부터 압박 수비를 펼치느라 지칠 수밖에 없었고 5분 뒤 쐐기골을 얻어맞고 주저앉았다. 좁은 공간이었지만 고무열의 감각적인 패스를 받은 이현식이 반 박자 빠른 선택을 오른발 토 킥으로 끝냈다. 

이렇게 25라운드를 다른 팀보다 먼저 끝낸 강원 FC는 파이널 A그룹 5위 대구 FC(35점)에 근접하는 승점 33점으로 파이널 B그룹에서 가장 앞서나가며 강등권과는 완전히 멀어졌다. 강원 FC는 오는 24일(토) 서울로 찾아와 FC 서울과 만나며, 꼴찌로 강등 현실을 직면하게 된 인천 유나이티드 FC는 같은 날 부산 아이파크와의 시즌 마지막 홈 게임을 소수의 홈팬들 앞에서 더 절실하게 뛰어야 하는 입장에 섰다.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 결과(16일 오후 7시, 강릉종합경기장)

강원 FC 3-1 인천 유나이티드 FC [득점 : 김수범(34분), 김지현(43분), 이현식(79분,도움-고무열) / 무고사(74분,도움-김도혁)]

강원 FC 선수들
FW : 고무열, 김지현(70분↔조지훈), 이현식(86분↔정지용)
MF : 김수범, 이영재, 한국영, 김경중(72분↔채광훈)
DF : 김영빈, 임채민, 신세계
GK : 이광연
- 경고 : 이현식(13분), 김경중(42분)

인천 유나이티드 FC 선수들
FW : 아길라르, 스테판 무고사
MF : 정동윤, 김도혁(79분↔최범경), 문지환, 김준범(46분↔송시우), 김준엽
DF : 오반석, 양준아, 김정호(57분↔김호남)
GK : 이태희
- 경고 : 아길라르(71분), 문지환(87분)
- 퇴장 : 김호남(67분)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 16일 현재 순위표
7 강원 FC 33점 9승 6무 10패 34득점 38실점 -4
8 수원 블루윙즈 27점 7승 6무 11패 24득점 27실점 -3
9 FC 서울 25점 7승 4무 13패 21득점 42실점 -21
10 부산 아이파크 24점 5승 9무 10패 23득점 34실점 -11
11 성남 FC 22점 5승 7무 12패 20득점 34실점 -14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21점 5승 6무 14패 22득점 34실점 -12

2020 K리그 1 파이널 라운드 B그룹 남은 일정표(왼쪽이 홈 팀)
10월 17일(토) 성남 FC - FC 서울(탄천종합)
10월 18일(일) 부산 아이파크 - 수원 블루윙즈(부산 구덕) / 이상 25라운드

10월 23일(금) 수원 블루윙즈 - 성남 FC(수원 빅버드)
10월 24일(토) FC 서울 - 강원 FC(서울 월드컵)
10월 24일(토) 인천 유나이티드 FC - 부산 아이파크(인천축구전용) / 이상 26라운드

10월 31일(토) FC 서울 - 인천 유나이티드 FC(서울 월드컵)
10월 31일(토) 강원 FC - 수원 블루윙즈(춘천 송암)
10월 31일(토) 성남 FC - 부산 아이파크(탄천종합) / 이상 27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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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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