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사나이> 시즌2

<가짜 사나이> 시즌2 ⓒ 왓차

 
2020년 최고의 인기 콘텐츠로 각광을 받았던 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가 지난 16일 방영을 중단했다. <가짜 사나이>는 연예인-유투버-셀럽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이 특수부대 훈련을 체험하며 극한의 상황에 대처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 리얼리티 관찰예능이다.

시즌2를 방영 중이던 <가짜 사나이> 측은 최근 방송을 둘러싼 가학성 논란과, 출연 교관들의 사생활-인성 문제를 둘러싼 구설수가 잇달아 터지자 결국 방송 중단을 결정했다. 유튜버 김계란은 16일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를 통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저는 최근 논란에 대한 모든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중단하며 잠시 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저희 팀원들과 함께 재정비해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하겠다"며 "많은 논란으로 불편을 드려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가짜 사나이>의 제목은 널리 알려진대로 과거에 방영된 MBC 인기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의 패러디에서 비롯됐다. <진짜 사나이>는 '리얼 입대 프로젝트'라는 수식어를 달고 연예인 출연자들을 내세워 요즘 시대의 달라진 군 생활을 보여준다는 취지로 시작하여 많은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방송이 거듭되면서 시대착오적인 군대 문화를 미화한다거나 편집에 의한 억지 감동, 어울리지 않는 출연자들의 개인 홍보무대로 변질된 문제점 등을 지적 받으며 많은 비판에 둘러싸이기도 했다. '가짜 사나이'라는 표현도 누리꾼들이 방영 당시 <진짜 사나이>(아래 <진사>)를 비꼬는 멸칭으로 시작됐다.

<진사>가 진짜를 빙자한 가짜라고 비판받았다면, 역으로 <가짜 사나이>의 인기비결은 '가짜를 빙자한 진짜'로 비쳤다는데 있다. <가짜 사나이>는 지상파에서 미처 보여줄 수 없었던 강도 높은 훈련과정이나 극한 상황에 내던져진 인간의 본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리얼리티와 진정성' 면에서 대중을 열광시켰다. <가짜 사나이>는 훈련 과정을 최대한 실제에 가까운 과정에 따라 있는 그대로 촬영한 후 오히려 너무 자극적인 것은 덜어내면서 편집한다고 밝혔을 정도다.

또한 <가짜사나이> 열풍은 최근 갈수록 급성장하는 유투브의 영향력이 어느새 기존의 대형 방송사를 능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현상으로도 받아들여진다. 상반기에 방영된 시즌1은 4천만 원에 불과한 저렴한 제작비에도 각 에피소드를 모두 합쳐 조회수만 5천만 회가 넘는 대히트를 기록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소수의 온라인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들에 의하여 즉흥적인 아이디어와 소규모 자본으로 시작된 콘텐츠가 어느덧 대기업이나 방송사들이 주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것. 방송 이후 애초 지상파 방송의 패러디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 인기를 등에 업고 오히려 방송사들이 <가짜사나이>의 컨텐츠와 출연자들을 역수입하는 상황으로 이어진 현상 등은, 시청자들에게는 일종의 전복적 쾌감으로 받아들여졌다.

한편으로 <가짜 사나이>의 신드롬 이면에는 리얼리티와 서바이벌이라는 명분으로 포장된 '강한 남성성'에 대한 대중의 어두운 욕망도 작용했다. 극한 상황에서의 생존 경쟁이나 특수훈련 체험 등을 다룬 리얼리티쇼는 해외에서 더 많고, <가짜 사나이> 보다 더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프로그램도 많다. 하지만 국내에서 <가짜 사나이>라는 콘텐츠가 유독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보편적인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군대 문화'에 대한 공감대 때문이었다.

<가짜 사나이>는 특수훈련 과정이라는 약속된 게임의 룰 안에서 합법적으로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통제하고 극한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군대 문화라는 것이, 어떤 사고와 원리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시청자들은 때로는 극한 상황에 내던져지며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치는 훈련생들이 '본능적인 절박함'이라면, 혹은 각기 다른 개성의 참여자들을 효과적으로 이끌고 통제해야 하는 '교관의 리더십'에 각자 감정적으로 이입하고 공감하게 된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리얼리티의 양면성에 있다. 상명하복의 군대 문화, 극한을 강요하는 훈련 등이 실제 FM식에 가까워질수록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가학성이나 안전불감증, 개인의 능력 차에 따른 차별같은 모순도 덩달아 드러날 수밖에 없다.

<가짜 사나이>의 가학성은 육체적인 부분과 정신적인 부분으로 나뉜다. 에피소드가 거듭될수록 국가대표 운동선수 출신같이 강인한 신체를 지닌 이들도 견디지못하고 포기하거나 부상을 초래할 정도로 위험한 훈련을 밀어붙이는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교관들은 뒤처진 훈련생들을 도발하거나 모욕하는 언행(갈굼)을 서슴치 않는다. 시즌1가 배출한 인기 캐릭터였던 이근 대위의 유행어가 된 '인성 문제 있어'나 시즌2에서 쇼트트랙 곽윤기의 훈련 포기 선언에서 교관들이 "너 때문에 동기들 죽어나간다"고 자극했던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이 역시 결국 현실에서도 일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는 장면들이다. '군기'를 세우고 '공동체의식'이나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가르친다는 명분으로 상관이나 선임병이 상대를 육체적-정신적으로 가혹하게 몰아붙이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도 군대 문화의 일부분이다. 군 생활을 학교 캠프같이 비현실적으로 미화했다고 조롱받았던 <진짜 사나이>와 달리, 리얼리티로 화제가 되었던 <가짜 사나이>가 점점 더 자극적인 리얼함을 추구할수록 도리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주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은 뭔가 아이러니하다.

<가짜 사나이>같은 리얼리티 서바이벌쇼의 가장 큰 매력이라면, 바로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 직면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이뤄내는 과정'이 주는 감동일 것이다. 그런데 <가짜 사나이>처럼 개인의 개성이나 특성과는 상관없이 남이 정해놓은 기준과 정답에 따라 평가받는 것이 과연 보람있고 감동적인 성취라고 할 수 있을까. 육체의 한계에 도전하는 훈련은 물론이고 교관들의 과도한 폭언과 얼차려까지 인내해야하는 것이 '진짜 사나이'가 되는 길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가짜 사나이>는 스스로 성공의 비결이라고 믿었던 리얼리티의 함정에 도취되어 선을 넘은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방송 내에서 출연자들의 인성과 근성을 언급하며 자극적인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던 교관들은 '자격 논란'에 휘말리며 역풍을 맞았다. 남성성에 대한 과장된 판타지와, 리얼리티에 대한 집착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를 보여줬다는 것이 용두사미로 무너진 <가짜 사나이> 열풍이 주는 씁쓸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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