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BTS라는 '최상위 포식자'를 앞세운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상장하면서 생태계가 파괴됐지만 2000년대 중반부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가요 기획사는 SM, JYP,YG가 삼분했다. '아이돌의 명가' SM이 H.O.T를 시작으로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같은 아이돌들을 꾸준히 배출했고 JYP는 박진영이라는 걸출한 프로듀서를 앞세워 솔로와 그룹들을 차례로 선보였다. YG는 '힙합 정신'을 바탕으로 한 자유로운 분위기가 돋보이는 회사였다.

3대 기획사가 가요계에서 더 이상 이룰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큰 획을 그으면서 이들은 연기자 쪽으로 범위를 넓혔다. 하지만 SM 출신 연기자들은 서현진과 도경수(D.O)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연기력 논란에 시달렸고 JYP도 수지 같은 대성공 사례 한 몇몇을 제외하면 가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YG 역시 빅뱅의 최승현(TOP)을 배우로 키우다가 최근엔 김희애, 차승원, 강동원, 최지우 등 검증된 배우들을 영입하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강타와 유노윤호, 김희철, 윤아 등 SM의 '에이스급' 아이돌들이 연기도전에서 시청자들의 혹평을 받으며 마음고생을 할 때 비교적 조용히 연기를 시작해 착실히 필모그라피를 쌓은 배우도 있다. 한 때는 크리스탈이라는 활동명으로 더 유명했지만 이제는 새 소속사에서 새 출발을 하며 17일 첫 방송되는 OCN 주말드라마 <써치>에서 화생방 방위사령부 특임대대 중위 손예림 역을 맡은 정수정이 그 주인공이다.

<하이킥3> <상속자들>로 주목 받은 걸그룹 멤버
 
 이종석이 유행시켰지만 사실 "뿌잉뿌잉"의 최초 시전자는 정수정이었다.

이종석이 유행시켰지만 사실 "뿌잉뿌잉"의 최초 시전자는 정수정이었다. ⓒ MBC 화면 캡처

 
지난 2009년 소녀시대의 동생 걸그룹 f(x)가 데뷔했다. f(x)는 글로벌 걸그룹을 추구하던 팀답게 멤버 구성이 독특했다. 리더 빅토리아는 중국인이었고 래퍼 엠버는 대만계 미국인이었다. 지금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 설리는 과거 아역배우로 활동한 경력이 있고 메인보컬 루나는 초등학생 시절 <유재석의 진실게임>에 출연한 경력이 있었다. 그리고 팀 내에서 가장 어린 크리스탈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소녀시대 제시카의 친동생이었다.

이효정-이기영 형제, 김태희-이완 남매처럼 배우 쪽에서는 형제나 남매가 동시대에 활동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지만 자매가 가수, 그것도 같은 회사의 다른 걸그룹으로 동시대에 활동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탈은 데뷔 초기부터 '제시카 동생'이 아닌 f(x)의 리드보컬로서 금방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언니에 비해 목소리는 다소 굵지만 충분히 예쁜 음색을 가졌고 루나와 함께 고음파트를 나눠 부를 정도로 음역대도 넓은 편이다.

크리스탈은 팀 내에서 차갑고 도시적인 분위기의 콘셉트였기 때문에 실제 성격에도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사실 데뷔 초기 '소녀시대의 얼음공주'로 불렸던 언니 제시카도 데뷔 초기 크리스탈과 같은 고민을 겪었다.

2010년 시트콤 <볼수록 애교만점>에 출연하면서 연기를 시작한 크리스탈은 2011년 <하이킥>시리즈의 3편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안내상의 둘째딸 안수정 역을 맡으며 연기자 정수정으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하이킥3>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동시에 잡으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전작 두 편에 비하면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정수정은 "뿌잉뿌잉", "스투피드" 같은 유행어를 만들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2013년 <상속자들>의 이보나 캐릭터 역시 배우 정수정을 널리 알린 작품이었다. 정수정은 <상속자들>에서 자신의 전 남자친구 김탄(이민호 분)과 썸을 타고 있고 현 남자친구 윤찬영(강민혁 분)과는 어릴 때부터 친구인 차은상(박신혜 분)을 못마땅해 하는 도도한 소녀 역을 맡았다. 하지만 자신을 위하는 차은상의 착한 마음에 감동해 절친한 친구가 된다(물론 보나는 은상에게 끝까지 자신이 은상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 한다).

<써치>의 군인 역 이어 영화도 두 편 촬영 완료
 
 정수정은 <슬기로운 깜빵생활>을 통해 가수 이미지를 벗고 한층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정수정은 <슬기로운 깜빵생활>을 통해 가수 이미지를 벗고 한층 안정된 연기를 선보였다. ⓒ tvN 화면 캡처

 
<하이킥3>와 <상속자들>을 통해 배우로 자리 잡은 정수정은 2014년 SBS 드라마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를 통해 천재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본인은 이를 자각하지 못하는 작곡가 지망생 윤세나를 연기했다. 하지만 당시 21살에 불과하던 정수정은 드라마 전체를 이끌어 가기엔 너무 어렸고 드라마 내용도 공감을 받지 못하면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2017년 <하백의 신부>에서 수국의 여신을 연기한 정수정은 같은 해 tvN의 <슬기로운 깜빵생활>에서 김제혁(박해수 분)의 전 여자친구 역으로 출연하며 한층 자연스런 연기를 선보였다. 2018년 거진 운전실력을 가진 드라이버 차아령을 연기했던 OCN드라마 <플레이어>에서는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강렬한 차량 액션과 오토바이 액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SM을 떠나 정려원 손담비, 소이현, 정인선 등이 속한 새 소속사와 계약한 정수정은 17일 첫 방송되는 OCN주말드라마 <써치>를 통해 컴백한다. 2018년 <플레이어>에 이어 두 편 연속 OCN드라마 출연. 밀리터리 스릴러를 표방하는 <써치>에서 정수정은 학군단 출신의 화생방 방위사령부 특임대대 중위 손예림 역을 맡았다. 정수정은 군인 역을 소화하기 위해 액션 훈련은 물론이고 여군과의 인터뷰를 통해 군인의 말투와 자세 등을 배웠다.

<써치>에는 정수정 외에도 <학교2017>, <미스터 션샤인>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였던 장동윤이 수의학을 전공한 군견병이자 전역날짜만 기다리는 말년 병장 용동진을 연기한다. 카리스마와 부드러움을 동시에 갖춘 배우 문정희도 전 특전사 709 특수임무대대 대테러 팀장이자 현 DMZ 기념관 계약직 해설사인 예비역 상사 김다정 역으로 열연을 펼칠 예정이다. 

<써치>는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이미 지난 여름 촬영을 모두 마쳤다. 정수정은 <써치>외에도 실질적인 스크린 데뷔작인 설상가상 코믹 드라마 <애비규환>도 11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정수정은 장기용, 채수빈과 함께 출연한 이계백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새콤달콤>(가제)의 촬영도 마쳤다. 이제 멤버들이 하나, 둘 다른 소속사로 떠나면서 걸그룹 f(x)는 실질적으로 활동을 마감했지만 '배우 정수정'의 활동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려 한다.
 
 정수정은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써치> 외에도 주연을 맡은 두 편의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정수정은 이미 촬영을 모두 마친 <써치> 외에도 주연을 맡은 두 편의 영화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 <써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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