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아성이 또 한 번 회사원을 연기한다. 이번엔 1995년이 배경이고, 상고출신의 8년차 직원 이자영이다. 보고서도 척척 쓰는 업무 베테랑이지만 그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가 자영으로 분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잔심부름을 하러 간 공장에서 검은 폐수가 유출되는 것을 목격한 자영(고아성 분)이 유나(이솜 분), 보람(박혜수 분)과 함께 회사가 무엇을 감추고자 하는지, 결정적인 증거를 찾으려 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 고아성을 만나 10월 21일 개봉하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꼴찌에게 보내는 파이팅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자영 역의 배우 고아성.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자영 역의 배우 고아성. ⓒ 롯데엔터테인먼트


처음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시나리오를 보고는 밝은 영화라고 생각했다는 고아성은 중후반을 읽어가면서 심상치 않은 작품이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끝까지 읽고는 "이면이 담긴 영화"라는 생각에 더욱 마음이 끌렸다고. 

편지와 함께 시나리오를 보내준 이종필 감독을 고아성은 지난해 6월쯤 만났다. 원래 친분이 있었던 이종필 감독은 이 작품을 설명하며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다. 우리 영화는 눈에 안 띄는 사람들이 파이팅 하는 영화"라고 말했다. 이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은 고아성은 제일 먼저 캐스팅을 확정했고, 배우들이 한 명 한 명 모이는 과정, 시나리오가 고쳐지는 과정을 처음부터 지켜봤다. 

"그런 모든 순간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애정을 많이 담은 작품인데 개봉까지 오게 돼서 감사하고 기쁘다. 감독님 사무실에 가면 캐스팅 보드가 크게 걸려 있는데 마지막에 다 채워졌을 때 가슴이 벅찼다. 또, 감독님을 다시 만나 첫 촬영을 할 때 '레디 액션'을 외치시는데 그때 웃음이 나면서 뭉클하더라."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땐 어땠을까. 이 질문에 고아성은 "작년엔 솜이 언니와 같은 회사여서 같은 작품을 하게 돼서 너무 좋았고, 혜수는 세 번째로 캐스팅 됐는데 개인적으로 그 배우를 좋아하고 있어서 되게 반가웠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캐스팅이 완성되고 촬영에 들어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극중 오지랖 넓은 자영 역을 연기한 고아성은 실제로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도, 외향적인 사람도 아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번에 영화 촬영을 앞두고 의도적으로 노력해서 에너지를 표출하려고 했고, 이 때문에 촬영 중에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출근길 행진 장면... 마음 벅찼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자영 역의 배우 고아성.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자영 역의 배우 고아성.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오피스>(2015)에서도 말단 직원을 연기한 고아성. 그렇다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의 이자영은 어떻게 다른 캐릭터였을까. 이 물음에 그는 "자영은 외롭지 않은 사람"이라며 "주변에 친구들이 있고, 스스로도 자기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걸 보여주고 싶어서 자영의 행동 하나하나를 통해 표현하려 했다. 자영은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인데, 사무실에서 전화 하나 받을 때도 공손히 성심성의껏 받는다. 서류를 정리할 때도 자기 일에 만족하는 느낌을 담으려고 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1990년대 충무로길을 정말 많은 사람들과 행진하듯 출근하는 신을 꼽았다. "그 촬영을 하는데 마음이 벅찼다. 든든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반면 촬영하면서 가장 섭섭했던 신도 얘기했다. 1990년대 여자 직원의 처우를 드러내는 장면인데, 자영이 페놀사건과 관련해 검사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하자 검사가 다짜고짜 "아가씨, 담배 좀 사다줄래요?"하는데 그 장면을 찍을 때 진짜 섭섭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여성영화일까? 이 물음에 고아성 역시 "저도 그 부분에 대해 주변으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듣고 있어서 흥미롭다"며 "만약 저희 영화를 여성영화라고 단정 짓는다면 수많은 훌륭한 남자 선배님들의 노고가 지워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게 느껴졌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김원해 선배님은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많이 주셨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끝으로 자영을 연기하면서 그 인물을 통해 배운 점이 있는지 물었다. 이에 고아성은 "일하는 태도, 자세를 많이 배웠다"며 "사람은 자신만의 일을 하지만, 조금이라도 타인에게 도움이 될 때 만족감 얻는다는 걸 느꼈다"고 대답했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자영 역의 배우 고아성.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자영 역의 배우 고아성.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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