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동안 금요일 밤부터 시작되는 대한민국 TV의 주말이 우울하고 심각했다. SBS에서는 김희선과 주원이 차원의 한계를 넘나드는 살인사건에 연루됐고(<앨리스>) 채널A에서는 이유리가 입양한 친딸의 새엄마가 되기 위해 거짓사랑을 하고 있다(<거짓말의 거짓말>). OCN에서는 고수가 실종된 망자들이 모여 사는 영혼 마을을 넘나 들었고(<미씽:그들이 있었다>) tvN에서는 조승우가 사법정의를 위해 최전선을 누비고 다녔다(<비밀의 숲2>).

하지만 범죄와 거짓사랑, 미스테리, 서스펜스 등으로만 주말 저녁이 채워지기엔 아직 세상은 젊고 밝은 에너지가 많이 존재한다. 진지한 이야기들도 좋지만 하나쯤은 조금 더 에너지 넘치고 경쾌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주말에 활기를 불어 넣을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에 <드림하이>,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등을 집필했던 박혜련 작가가 3년 만에 신작을 들고 돌아왔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시작으로 <피노키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까지 세 편 연속으로 박혜련 작가 작품에 출연했던 '페르소나' 이종석은 사회복무요원으로 군복무중이라 이번 신작 <스타트업>에 출연하지 않는다. 대신 박혜련 작가의 출세작과 최신작에 모두 출연했던 여성 배우가 이번에도 주인공 역할을 맡았다. 작년 <배가본드>이후 1년 만에 시청자들을 찾아오는 수지가 그 주인공이다.

'국민 첫사랑'에 등극한 수지
 
 'missA 막내'였던 수지의 수식어는 <건축학개론> 개봉 이후 '국민첫사랑'으로 변했다.

'missA 막내'였던 수지의 수식어는 <건축학개론> 개봉 이후 '국민첫사랑'으로 변했다. ⓒ 롯데 엔터테인먼트

 
수지가 2009년 < 슈퍼스타K > 광주지역예선에 참가했다가 JYP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게 캐스팅돼 JYP의 연습생이 된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1년의 연습생 기간을 거친 수지는 2010년7월 4인조 걸그룹 missA로 데뷔했다. 박진영의 야심작이었던 missA는 데뷔곡 < Bad Girl Good Girl >로 데뷔 22일 만에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현재는 JYP 후배인 ITZY의 <달라달라>가 12일로 기록을 보유 중이다).

2010년 missA의 막내로 활발한 가수활동을 하던 수지는 2011년 KBS드라마 <드림하이>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방영 초반만 하더라도 <드림하이>는 수지를 비롯해 2PM의 옥택연과 장우영, 티아라의 함은정, 아이유 등 아이돌 위주의 캐스팅 때문에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드림하이>는 10대들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사랑을 받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했고 수지가 직접 부른 OST <겨울아이>도 많은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정작 수지를 '대세스타'로 만든 작품은 따로 있었다. 수지에게 '국민 첫사랑'이란 타이틀을 안겨 준 영화 <건축학개론>이었다. 수지는 <건축학개론>에서 한가인과 2인1역을 소화하며 청순한 매력을 발산했고 수지는 <건축학개론>에서 '납득이' 조정석과 함께 최고의 수혜를 입은 배우가 됐다(반면에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에게 흑심을 품은 선배 역의 유연석은 <응사>에서 칠봉이를 연기하기 전까지 남자들의 '공공의 적'이 됐다).

이미 missA로 여러 가요 시상식에서 신인상을 받은 수지는 <드림하이>로 연기대상 신인상, <건축학개론>으로 영화제 신인상, <청춘불패>시즌2로 연예대상 신인상까지 휩쓸며 역대 최초로 '신인상 그랜드슬램'의 주인공이 됐다. 2013년에는 이승기와 호흡을 맞춘 드라마 <구가의서>를 통해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베스트커플상과 최우수연기상을 차지하며 연기자 데뷔 3년 만에 missA의 막내가 아닌 대세 연기자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민과 지아, 수지가 차례로 JYP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면서 missA는 2017년12월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능력 있지만... 비정규직 청춘을 연기
 
 영화 <백두산>은 82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수지의 영화'라고 할 수는 없었다.

영화 <백두산>은 820만 관객을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수지의 영화'라고 할 수는 없었다. ⓒ CJ 엔터테인먼트

 
공교롭게도 수지는 <구가의서>를 통해 20대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받은 후부터 작은 슬럼프에 빠졌다. 1000만 영화를 세 편(<광해>,<7번 방의 선물>,<명량>)이나 보유한 흥행배우 류승룡과 함께 <도리화가>에 출연했지만 전국 31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김우빈과의 만남으로 큰 화제를 모았던 <함부로 애틋하게> 역시 최고 시청률 12.9%로 방영 전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드림하이> 박혜련 작가와의 재회, 그리고 청춘스타 이종석과의 만남으로 주목 받았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역시 수지보다는 악역인 이상엽이나 주조연인 정해인이 더 주목 받았다. 작년 2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배가본드>도 잦은 결방으로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16세 연상의 하정우와 부부연기를 했던 영화 <백두산>은 82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지만 이병헌, 하정우에 비해 수지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았다.

<배가본드>에서 국정원 블랙요원, <백두산>에서 차에 갇히고 물에 휩쓸리는 임산부 등 온갖 고생스런 캐릭터를 연기했던 수지는 오는 17일 첫 방송되는 tvN 주말드라마<스타트업>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수지는 <스타트업>에서 각종 아르바이트를 섭렵하며 많은 경험을 쌓은 외국어 능력자지만 학벌이 빈약해 번듯한 직장을 얻지 못한 '스타트업 기업'의 계약직 직원 서달미를 연기한다.

<스타트업>에는 수지 외에도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에 출연했던 남주혁이 천재적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임에도 창업 3년 동안 성과를 내지 못해 자존감이 바닥으로 떨어진 남도산 역을 맡았다. 이 밖에도 <1박2일> 시즌4의 고정 멤버로 출연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린 김선호, 영화와 드라마, 라디오 DJ를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강한나 등이 <스타트업>의 주역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지난 봄 시청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극중 인물들을 야구선수 이름으로 지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서달미, 남도산, 한지평, 원인재 등 주요인물들의 이름을 실존하는 지하철 역 이름으로 지어 시청자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고 있다. JYP를 떠나 새 소속사로 자리를 옮긴 지 1년이 훌쩍 넘은 수지는 <스타트업>을 통해 또 하나의 대표작을 만들 수 있을까.
 
 수지는 <스타트업>을 통해 오랜만에 나이대가 비슷한 배우들과 연기호흡을 맞춘다.

수지는 <스타트업>을 통해 오랜만에 나이대가 비슷한 배우들과 연기호흡을 맞춘다. ⓒ <스타트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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