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의 한 장면

MBC 예능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의 한 장면 ⓒ MBC

 
"모두 다 똑같은 말 나 밖에 없단 말로 위로하려 하지
혹시 말 맞춘 건지 첫사랑은 다 떠났대~"
- '다가라' 중

 
어린 시절에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따라 부른 노래가 있을 것이다. 나는 아홉 살 때 엄정화의 '다가라(2001)'라는 곡을 참 좋아했다. '다가라'의 디스코 리듬은 지금 들어도 신난다. 나는 어른들과 노래방에 갈 때마다 그 노래를 불렀다.

초등학교 2학년이었던 나에게 엄정화는 슈퍼스타였다. 그는 가요 프로그램과 드라마, 영화 어디에서나 어울리는 '연예인 중의 연예인'이었다. 마흔의 나이에 '디스코'를 부를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십을 넘긴 지금도, 엄정화는 '환불원정대'의 만옥 언니가 되어 음원 차트 1위에 오르고 있다.
 
MBC 예능 <놀면 뭐하니>>의 프로젝트 그룹 '환불원정대'가 '싹쓰리'의 뒤를 이어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소위 '센 언니'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네 명의 멤버(엄정화, 이효리, 제시, 화사)가 빚어내는 호흡이 꽤 유쾌하고 자연스럽다. 최근 방송분에서는 신곡 'Don't Touch Me'의 녹음 과정이 그려졌다. 이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엄정화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갑상샘암 수술의 후유증으로 왼쪽 성대가 마비되었던 엄정화가 주변의 믿음과 격려에 힘입어 '자신이 아는 그 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서사에는 뚜렷한 감동이 있었다.
 
'여왕' 엄정화가 '만옥 언니'의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나고, 오랜만에 차트 1위 곡 'Don't Touch Me'를 배출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그렇다면, 아티스트 엄정화의 음악적 성취를 조명하는 시간 역시 필요할 것이다. 엄정화는 뮤지션으로서 그 가치를 더욱 충분히 평가받아야 한다. 김창완 정도를 제외하면 음악 커리어와 연기 커리어를 이만큼 완성시킨 사람은 국내에서 몇 되지 않는다. 엄정화의 음악 세계를 보여주는 두 장의 앨범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1. 엄정화 - < Prestige >(2006)
 
 엄정화의 9집 < Prestige >

엄정화의 9집 < Prestige > ⓒ 쿠킹뮤직

  
'페스티벌'(1999)의 성공 이후 가수 엄정화의 인기는 분명히 하락세였다. 앞서 언급한 '다가라' 정도를 제외하면 수년 동안 이렇다 할 히트곡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의 엄정화는 '잘 팔리는 음악'보다는 '하고 싶은 음악'에 집중했다. 엄정화의 정규 9집 < Prestige >는 일렉트로니카에 대한 엄정화의 꾸준한 탐닉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앨범을 진두지휘한 롤러코스터의 지누(히치하이커)를 비롯, W의 배영준, 페퍼톤즈, 캐스커 등의 뮤지션들이 조력자로 나섰다.

탄탄한 완성도의 트랙이 가득하다. 펑키한 베이스 사운드로 앨범의 문을 여는 'Friday Night'는 물론, 시부야케이 사운드를 수용한 '바람의 노래'의 도회적인 아름다움도 놓칠 수 없다. 곡의 세련미에 방점을 찍는 것은 엄정화의 목소리다. 때로는 발랄하고 명랑한 목소리로, 다시 '초대'를 연상시키는 절제된 섹스 어필에 이르기까지. '노래를 잘 한다'는 의미를 새롭게 상기시킨다.
 
이 앨범은 대중적인 흥행을 거두지 못했다. 그러나 제 5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신설 항목이었던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앨범상의 주인공이 되었다. 엄정화는 자신이 받은 어떤 트로피보다 이것이 값지다며 기뻐했다. 이 앨범이 발표된 지 2년 후, 엄정화는 'D.I.S.C.O'로 제2의 상업적인 전성기를 맞게 된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엄정화의 음악적인 전성기는 단연 < Prestige >다. 다시 꺼내 들어도 멋진 앨범이다.
 
추천곡 : 'Dance With Me', 'Ticket To The Moon', '바람의 노래'
 
2. 엄정화 - < The Cloud Dream of the Nine >(2017)
 
 엄정화 정규 10집 <  The Cloud Dream of the Nine >

엄정화 정규 10집 < The Cloud Dream of the Nine > ⓒ 지니뮤직


< The Cloud Dream of the Nine >은 오랫동안 연기 활동에 집중했던 엄정화가 약 8년 만에 발표한 10집 앨범이다. 고전 소설 '구운몽'에서 그 콘셉트를 착안했다. 윤상이 이끄는 음악 프로젝트 원피스(OnePiece), 프라이머리, 샤이니의 고 종현, 이효리 등 다양한 뮤지션들과 호흡을 맞췄다. < Prestige >가 그랬던 것처럼, 당시 트렌디한 음악(딥 하우스 신스팝 등)을 자연스럽게 수용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텅 빈 객석에 나 혼자서
또 다른 예고편이 있지 않을까 앉아있어"
- 'Ending Credit' 중
 

이 앨범은 'Dreamer'로 대표되는 '댄스 디바' 엄정화의 화려한 모습으로 상징되는 한편, 그리고 무대 뒤 엄정화 개인의 자아에 대한 묘사 역시 공존한다. 엄정화가 직접 가사를 쓴 마지막 트랙 'She', 엄정화의 다사다난한 커리어를 회고하는 듯한 타이틀곡 'Ending Credit' 등이 대표적이다.

엄정화는 앞서 언급한 감상샘암 수술을 마친 후 이 앨범을 완성했다. 만옥 언니의 열정에 감동받았다면, 이 앨범에 담긴 '현재진행형 뮤지션' 엄정화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보는 것이 어떨까.
 
추천곡 : 'Ending Credit', 'She', 'Oh Yeah(Feat. 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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