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저녁과 밤시간대 TV를 유심히 시청한 분이라면 한 가지 특이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바로 축구 스타 출신 방송인 안정환이 3일 연속 다양한 채널에서 맹활약 하던 모습이 그것이다. 

안정환은 2년째 매주 일요일 저녁을 책임지고 있는 JTBC <뭉쳐야 찬다>에 이어 이번엔 신규 예능 2편에 연이어 캐스팅되면서 그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전직 유명 체육인들의 TV 진출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그가 이번엔 2002년 월드컵 동료와 손잡고 안방극장에 유쾌한 기운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정규 편성으로 돌아온 <안 싸우면 다행이야>
   
 MBC의 새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MBC의 새 예능 '안싸우면 다행이야'의 한 장면 ⓒ MBC

 
막역한 사이지만 성격 차이가 있는 안정환과 이영표의 좌충우돌 무인도 생활기를 담은 MBC <안 싸우면 다행이야>가 2개월여 만에 정규 편성으로 돌아왔다. 지난 7월 말 2회에 걸친 파일럿 방영분이 높은 시청률과 화제성을 얻으면서 토요일 밤시간대를 책임지게 된 것이다. 

자유분방한 성격의 안정환과 예민하고 꼼꼼한 성격의 이영표는 절친 선후배 사이이지만 마치 물과 기름처럼 쉽게 섞이지 않는 모습이다. 너무나도 다른 이들은 자연인 한 명 외엔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라는 공간에서 티격태격 잦은 말다툼을 벌였다.  

그럼에도 방송을 보는 내내 결코 불편하지 않았던 건 두 사람 사이를 관통하는 우정의 끈 덕분인 듯했다. 성격뿐만 아니라 운동 선수로 살아왔던 환경 자체는 달랐지만 월드컵이란 하나의 목표를 두고 함께 땀을 흘렸던 이들의 우정이 서로에 대한 애정과 함께 여전히 남아 있는 모습이었다. 

<안 싸우면 다행이야>는 정규 편성을 계기로 약간의 변화를 가미했다. 기존 파일럿 프로그램과 다르게 안정환, 이영표를 스튜디오 녹화에도 참여시키는가 하면 문세윤과 홍진영, 붐도 스튜디오에 투입해 단조로움에서 탈피했다. 그리고 일단 <안 싸우면 다행이야>는 9일 방영분이 5.9%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면서 순조롭게 출발했다. 

'겜알못' 스타들의 요절복통 e스포츠 도전기, <위캔게임>
 
 KBS의 새 예능 '위캔게임'.  안정환과 이을용 등 2002년 월드컵 스타들이 호흡을 맞췄다.

KBS의 새 예능 '위캔게임'. 안정환과 이을용 등 2002년 월드컵 스타들이 호흡을 맞췄다. ⓒ KBS

​KBS 2TV가 지난 9일 방송한 <위캔게임>은 날로 인기를 더하고 있는 온라인 게임, e스포츠를 소재로 제작된 예능이다. 사실 PC, 모바일, 콘솔 게임 가릴 것 없이 e스포츠는 그동안 열혈 마니아들을 양산해 왔다. 하지만 지상파 채널에서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예능에 있어서 비교적 보수적 성향을 지닌 KBS가 e스포츠 예능을 들고 나온 이유가 뭘까. <위캔게임>은 안정환과 이을용 콤비의 온라인 축구 게임 도전기를 비롯해서 야구스타 홍성흔과 래퍼 딘딘 가족들의 온라인 게임 체험을 담았다. 요즘 사람들의 취향을 TV 공간 속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기울인 모양새다.

첫 회에서 가장 눈길을 모은 건 한국 축구 레전드들의 축구 게임(피파 온라인4) 입문기였다. 안정환과 이을용 두 사람은 한때 축구를 포기하고 방황하던 청년 시절에 만나 월드컵 4강 주역으로 영광의 시기를 함께 보낸 절친이지만 온라인 게임과는 담을 쌓은 인물들이기도 하다.  

​"게임이라곤 버블버블, 스트리트파이터 말곤 몰라"라는 안정환의 말처럼 이들은 시작 과정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이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미션은 'e축구 구단을 만드는 것'이었다. 회원가입조차 낯설었던 이들은 게임 사이트에 접속해 회원가입 하는 데만 30분이 소요됐다. 간신히 계정을 만들고 게임 준비에 돌입했지만 K리그 팀을 선택해 달라는 제작진의 요청과 달리 이을용의 잘못된 클릭 한 번으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팀을 고르는 예상치 못한 상황도 벌어진다. 

축구 스타들의 온라인 게임 도전기는 예상대로 온갖 실수를 유발하지만 덕분에 정신없은 웃음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또 e스포츠를 잘 모르는 이들도 부담 없이 게임을 관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형님 같은 친근한 매력으로
 
 지난 11일 방영된 JTBC '뭉쳐야 찬다'의 한 장면

지난 11일 방영된 JTBC '뭉쳐야 찬다'의 한 장면 ⓒ JTBC

 
안정환은 현역 선수 시절부터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었다. 빼어난 외모의 소유자면서 출중한 축구 실력까지 보유한 안정환은 2000년대 한국 축구를 빛낸 스타플레이어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 안정환은 2014년 MBC <아빠 어디가?> 2기 멤버로 참여하면서 시청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비록 프로그램 자체는 1기 때에 비해 큰 인기를 누리진 못했지만 안정환은 허당기와 단호한 아버지의 모습이라는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호감을 얻었다. 이어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뭉쳐야 뜬다>, <뭉쳐야 찬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의 MC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면서 이제는 전문 예능인으로서 확실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축구 뿐만 아니라 각종 야외 관찰, 쿡방 등 다양한 성격의 프로그램에서 기복없이 활약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최근의 연이은 신규 예능 발탁의 이유인 듯하다. '테리우스'라는 별명은 어느새 옛 추억이 됐을 만큼 다소 수더분해졌지만, 오히려 시청자들은 그가 주는 편안함에 반색한다. 이웃집 아저씨 혹은 동네 형님 같은 친근한 매력의 안정환은 요즘 '예능인'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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