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친선경기 1차전. 2-2로 무승부를 거둔 양 팀 선수들이 인사 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9일 오후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축구 국가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의 친선경기 1차전. 2-2로 무승부를 거둔 양 팀 선수들이 인사 후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싱거운 게임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아우들의 경쾌한 반란이 깊은 인상을 준 빅 매치였다. 새로 디자인한 붉은 홈 유니폼을 입은 국가대표 형들이 백호 무늬의 어웨이 유니폼을 입은 올림픽대표 아우들의 빠른 수비 전환 속도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비록 이정협의 극장 동점골이 나오는 바람에 아우들이 이기지는 못했지만 사흘 뒤 열리는 두 번째 게임을 더 기다리게 만들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이 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팀과의 스페셜 매치에서 처음 뽑힌 공격형 미드필더 송민규(포항 스틸러스)의 활약에 힘입어 2-2로 비겨 K리그 팬들을 놀라게 했다.

역시 '송민규'

게임 시작 후 14분 만에 이동경의 오픈 패스를 받은 왼쪽 풀백 이주용이 재치있는 드리블에 이어 오른발 슛으로 첫 골을 뽑아내자 국가대표 형들이 당연히 쉽게 이길 것 같았다. 하지만 올림픽대표 아우들은 민첩한 수비 전환 속도를 자랑하며 형들의 공격 흐름을 주춤하게 만들었다. K리그 시즌이 막바지이기 때문에 모여서 발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이 짧았지만 상대적으로 벤투호보다 김학범호의 조직력이 탄탄하게 드러난 것이다.

벤투호에도 1997년생 '원두재, 이동경, 이동준' 셋이 나란히 뛰는 등 비교적 젊은 선수들이 아우들을 상대했지만 올림픽 대표 선수들이 매우 높은 위치부터 압박 수비를 펼쳤기 때문에 좀처럼 시원한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후반전이 이어진 뒤 딱 5분 만에 터진 올림픽 대표의 동점골은 그들의 재기발랄함을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그 주인공은 이번 시즌 K리그 1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포항 스틸러스의 자랑 송민규였다.

올림픽 대표팀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온 송민규는 50분에 형들의 페널티 구역 안에서 놀라운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을 맘껏 자랑하며 멋진 왼발 골을 넣어 점수판을 1-1로 만들어버렸다. 바로 앞에 국가대표 팀 주장 완장을 찬 경험 많은 센터백 권경원이 가로막았지만 송민규의 유연한 방향 전환 드리블 실력은 단연 압권이었다. 권경원은 물론 원두재에 이르기까지 수비수 셋을 허물어버리는 송민규의 과감한 드리블은 이 게임 최고의 순간으로 남았다.

올림픽 대표팀의 끓어오른 기세는 그로부터 8분 뒤에 역전골까지 만들어냈다. 미드필더 정승원의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슛을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가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라 가까스로 쳐내기는 했지만 멀리 날아가지 못하고 조규성의 이마에 걸렸고 권경원의 다리 사이를 통과한 공이 기둥에 맞고 떨어지며 다시 권경원의 자책골이 기록되었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파울루 벤투 감독은 이동경 대신 발 빠른 날개 공격수 김인성을 65분에 들여보냈고 그 덕분에 종료 직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낼 수 있었다. 89분에 김인성의 빠른 역습 드리블로 만든 결정적인 득점 기회에서 후반전 교체 선수 이정협이 침착한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골문 왼쪽 구석을 정확하게 갈랐다. 

오랜만에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골을 넣은 이정협 덕분에 형들이 체면치레를 했지만 12일(월) 오후 8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두 번째 게임을 결코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올림픽 대표팀의 후반전 교체 선수들이 만드는 역습 속도는 형들이 좀처럼 감당하기 힘들 정도였기 때문이다. 82분에 오세훈과 2:1 패스를 주고받은 엄원상은 쐐기골이나 다름없는 오른발 대각선 슛을 날렸다.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의 손끝에 걸리는 슈퍼 세이브에 막혔지만 엄원상의 역습 속도는 누가 봐도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오랜만에 K리그 1으로 올라온 광주 FC를 파이널 A그룹으로 끌어올린 주역임을 분명하게 확인시키는 명장면이었다.

한국 남자축구 대표 스페셜 매치 결과(9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

국가대표 2-2 올림픽 대표 [득점 : 이주용(14분,도움-이동경), 이정협(89분,도움-김인성) / 송민규(50분), 권경원(58분-자책골)]

국가대표 선수들
FW : 김지현(46분↔이정협)
AMF : 나상호, 이영재(46분↔이동준), 한승규(46분↔윤빛가람), 이동경(65분↔김인성)
DMF : 손준호
DF : 이주용, 권경원, 원두재, 김태환
GK : 조현우

올림픽 대표 선수들
FW : 조규성(59분↔오세훈)
AMF : 송민규(59분↔김대원), 정승원(59분↔한정우), 조영욱(59분↔엄원상)
DMF : 김동현, 이승모
DF : 강윤성(67분↔김진야), 김재우, 정태욱, 윤종규
GK : 송범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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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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