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짜릿한 끝내기 승리로 삼성과의 중요한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장식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8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경기에서 8안타와 볼넷5개를 기록하며 1-0 9회말 끝내기 승리를 따냈다. 이날 두산 베어스가 SK 와이번스를 10-0으로 완파하면서 만약 패하면 다시 5위로 떨어질 위기에 놓여 있던 LG는 천신만고 끝에 삼성과의 중요한 경기를 잡아내며 4위 자리를 지켰다(70승3무56패).

LG는 선발 정찬헌이 6이닝3피안타6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고 이정용, 송은범, 진해수, 정우영으로 이어진 불펜진도 3이닝을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다. 타선에서는 4번타자 김현수가 LG 타자들 중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한 가운데 대수비로 출전했던 이 선수가 9회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때려냈다. LG의 전문 대주자 요원으로 올 시즌 타석에는 30번도 채 서지 않았던 신민재가 그 주인공이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1사 만루. LG 신민재가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9회말 1사 만루. LG 신민재가 끝내기 안타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

 
경기 흐름을 바꿔 놓는 대주저 요원들의 역할

스포츠에서는 다방면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만능선수도 있지만 특정한 분야에 재능을 가진 '스페셜리스트'의 역할도 대단히 중요하다. 여자배구에서는 크지 않은 신장(174cm)에도 서브와 수비가 유난히 좋은 문정원(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이 있고 농구에서는 팀마다 뛰어난 외곽슛 능력을 보유한 '3점슛 스페셜리스트'들이 있다. 현역 시절 2개 팀에서 4개의 챔피언 반지를 차지한 스티브 커 감독(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이 대표적이다.

야구야 말로 특정한 능력 하나만 가지고 있는 선수는 붙박이 주전이 아니더라도 요소요소에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특히 발이 빠른 선수는 경기 후반 승부처에서 대주자로 투입돼 하나의 도루, 또는 한 베이스를 더 가는 과감한 주루플레이 하나로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각 구단이 단독도루가 가능한 발 빠른 대주자 요원 한 명 쯤을 언제나 엔트리에 포함시키는 이유다.

KBO리그에서 야구팬들이 기억하는 가장 유명했던 대주자 요원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 라이온즈에서 활약하며 5개의 우승반지를 차지했던 강명구(삼성 주루코치)다. 2009년 퓨처스리그 타격왕까지 했을 정도로 타격에도 재능을 보였지만 1군에서는 타격기회를 거의 잡지 못했던 강명구는 현역 시절 통산 57안타와 111도루라는 다소 황당한 기록을 세웠다. 특히 2006년에는 시즌 1안타 21도루, 2012년에도 1안타15도루를 기록했다.

현역 선수 중에서는 1984년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던 고 유두열 코치의 아들인 유재신이 대표적인 전문 대주자 요원이다. 2006년 현대 유니콘스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한 유재신은 히어로즈에서 전문 대주자 요원으로 활약했고 2015년에는 7안타로 10도루, 2016년에는 16안타로 16도루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7년 KIA의 우승멤버이기도 한 유재신은 올 시즌엔 맷 윌리엄스 감독의 눈도장을 찍지 못해 한 번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다.

사실 대주자는 절대 발만 빠르다고 할 수 있는 보직(?)이 아니다. KBO리그 초창기였던 1983년에는 한국 육상 100m 기록 보유자 서말구가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적이 있다. 하지만 서말구는 1987년 롯데에서 퇴단할 때까지 도루는커녕 1군 경기에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다. 100m 달리기와 도루는 전혀 다른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은 1994년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할 당시 더블A에서 30도루(18실패)를 기록한 적이 있다.

대수비 출전 후 끝내기 안타로 LG 영웅 등극

인천고를 졸업한 신민재는 고교 졸업 당시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한 후 육성 선수로 두산 베어스에 입단했다. 두산은 빠른 발을 가진 신민재를 백업 내야수로 키워볼 계획이었지만 오재원,김재호,허경민,최주환에 백업으로 류지혁(KIA)까지 보유하고 있던 두산에서 신민재는 크게 매력이 느껴지는 카드가 아니었다. 결국 신민재는 2017년 시회 복무요원으로 입대했고 군복무 도중이던 2017년11월 2차 드래프를 통해 LG로 이적했다.

LG는 주전 유격수 오지환과 1루와 3루를 오가던 양석환이 당시 병역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백업 내야수 육성이 절실했다. 심지어 2루수도 정주현이 확실한 주전이라고 할 수는 없었고 1루수 역시 주 포지션이 좌익수인 김현수가 2018 시즌 선발로 가장 많은 경기에 출전했을 만큼 확실한 주인이 없었다. 하지만 여러 선수가 난립하는 내야에서 2차 드래프트 3라운드 출신의 신민재가 주전경쟁을 하기란 쉽지 않았다.

작년 3월 개막전에서 프로 데뷔 5년 만에 1군 데뷔전을 치른 신민재는 작년 2루와 3루, 중견수를 오가며 81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2355타점25득점10도루로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이는데 실패했다. 하지만 류중일 감독은 작년에 이어 올 시즌에도 신민재를 꾸준히 1군 엔트리에 포함시키며 대주자 요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물론 표본은 적지만 6일까지 신민재의 타율은 .304로 타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신민재는 8일 삼성전에서도 7회 2사 1,2루에서 홍창기가 대타 정근우로 바뀌면서 8회 수비부터 중견수로 들어갔다. 그러던 9회 말 LG는 0-0에서 다시 1사만루의 기회를 잡았고 더 이상 연장전에 수비로 들어갈 중견수가 남지 않았던 LG는 '할 수 없이' 신민재를 타석에 내보냈다. 그리고 신민재는 2볼에서 삼성의 7번째 투수 이상민의 3구째를 밀어 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극적인 생애 첫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LG의 영웅이 됐다.

신민재는 팀 내에서 가장 빠르다는 정주현보다 더 빠른 주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루 센스가 뛰어난 편은 아니라 기대 만큼 많은 도루를 기록하진 못하고 있다. 또한 자신의 발을 지나치게 맹신하다가 무리한 주루플레이로 아웃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팀 도루 7위(74개)의 LG에는 루상에서 상대 배터리를 흔들어 줄 신민재 같은 주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신민재가 남은 경기에서도 중요한 순간마다 대주자로 투입될 확률이 높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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