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스틸컷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스틸컷 ⓒ 넷플릭스

   1968년, 미국 시카고에서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린다.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는 시위대는 평화시위를 위해 같은 장소를 찾는다. 그들의 목적은 전 세계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이다. 반전시위를 이끄는 톰, 레니, 애비, 제리, 데이빗 등은 시카고로 향한다. 그리고 몇 개월 후, 이들을 포함한 7명의 젊은이는 폭력 시위를 모의하고 일으켰다는 이유로 재판정에 서게 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오는 7일 극장에서 개봉하는(넷플릭스 공개는 10월 16일)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시카고7'으로 지칭되는 7명의 시위 주동자의 재판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재판은 악명 높은 것으로 여겨졌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유무죄를 이미 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영화 도입부에 판사는 검사 리처드 슐츠를 따로 부른다. 검사는 판사의 이야기를 들은 뒤 사건의 결론이 이미 내려져 있음을 알게 된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으로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내부의 혼란을 최소화하고자 한다. 대표로 몇 명에게 강한 처벌을 내려 시위를 진정시키려던 중, 딱 이 7명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이들의 변호사 윌리암은 무죄를 받기 위해 강하게 항변하지만 한계를 느낀다. 강압적인 판사로 인해 그를 비롯한 '시카고7'은 법정 모욕죄만 연달아 추가 받는 고난을 겪는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스틸컷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스틸컷 ⓒ 넷플릭스

 
작품은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이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낸다. 첫째는 도입부에 재판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미리 암시한 것이다. 판사가 리처드를 불러 재판을 맡기고 그 내용을 이야기하는 장면에서 관객은 대략의 결말을 예측하게 된다. 법정에서 판결을 내리는 판사가 사건의 결론을 내린 이상 결말은 뻔하다. 이를 통해 관객은 영화를 보는 내내 더 큰 분노를 경험하게 되고 시카고7과 윌리암의 사투를 더욱 지지하게 된다. 

둘째는 평화시위가 폭력시위로 변질되는 과정을 결말부에 집어넣은 것이다. 만약 도입부에 이 장면을 넣었다면 관객들은 더 빠르게 작품에 몰입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감독이 초반 몰입의 어려움을 각오하고 장면을 뒤로 뺀 이유는 감정적인 격화를 위해서였던 것으로 보인다. 시위가 폭력적으로 변질되면서 피로 물든 시카고의 모습은 힘겨울 수밖에 없는 투쟁의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보는 이들의 심장을 움직인다. 

이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가치는 민주주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유와 존엄이다. 1960~1970년대에는 프랑스의 68운동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기성세대에 대한 반발과 사회의 모순에 대한 저항 운동이 한창이었다. 미국의 히피문화 역시 이 68운동의 영향을 받으며 등장했다. 68운동은 종교, 애국주의, 권위 등 보수적인 가치에 대항해 평등, 성해방, 인권, 생태주의 등 진보된 가치를 추구했다.  

'베트남 전쟁은 명분 없는 침략전쟁'이란 이유로 내부 반발이 시작됐고, 국가는 이를 막기 위해 '시카고7'을 희생양으로 삼기로 한다. 이런 국가의 폭력 속에서도 자유의 가치와 인간의 존엄을 찾고자 하는 시카고7의 모습은 깊은 감명을 남긴다. 특히 이들이 베트남 파병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장면은 진정한 존엄의 의미를 보여준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스틸컷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스틸컷 ⓒ 넷플릭스

 
여기에 보비 실이란 캐릭터를 통해 더해진 다양성의 가치는 민주주의의 정신을 더욱 강화한다. 원래 이들은 '시카고7'이 아닌 '시카고8'이었다. 모두 백인인데다 비슷한 생활수준을 지닌 시카고7과 달리 보비 실은 흑인이었던 데다, 생활 수준 또한 좋지 못했다. 그는 변호사도 구하지 못해 스스로를 변론해야 함에도 판사가 이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아 답답한 상황에 처한다. 보비 실이 경비원에 의해 입과 손이 묶인 채 법정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흑인에 대한 탄압을 보여준다.

베트남 전쟁 당시 흑인들은 국가를 위해 참전했지만 미국 내에서 그들의 인권문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희생에 대한 대가를 받지 못한 것이다. 이는 스파이크 리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 Da 5 블러드 >에도 등장하는 것으로 이 작품의 주제의식과 연장선에 있는 내용을 보여준다. 보비 실은 작품의 변속기어로 다양성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며 모두가 누려야만 하는 존엄성의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민주주의가 지닌 저항과 자유의 가치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인간은 모두가 존엄하기에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저항할 수 있고, 자유롭게 생각과 의견을 말할 수 있다. 이 작품은 1960년대 미국 최악의 재판을 통해 이러한 가치의 중요성을 되새기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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