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방영된 SBS '문명특급 - 숨듣명 콘서트'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SBS '문명특급 - 숨듣명 콘서트'의 한 장면 ⓒ SBS

 
유튜브 웹예능계의 강자 <문명특급>이 추석 연휴를 TV 무대로 진출했다. 지난 2018년 SBS가 운영하는 '스브스뉴스'의 한 코너로 출발해 이제는 80만 명 이상의 열혈 구독자를 확보한 인기 채널로 자리매김한 <문명특급>은 최근 1년 사이 이른바 '숨듣명'(숨어서 듣는 명곡) 콘텐츠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남들에게 드러내놓고 듣기엔 다소 민망한 내용의 가사, 멜로디 등으로 인해 발표 당시엔 '괴작' 취급을 받았던 가요들을 발굴하면서 새로운 예능 흐름을 이끌어냈다.

​기본 100만 뷰 이상의 높은 조회수 속에 비의 '깡'을 비롯해서 제국의 아이들의 '마젤토프', 틴탑 '향수 뿌리지마', 유키스 '시끄러' 등 과거의 명곡들은 재평가의 기회를 얻었다. 이에 힘입어 SBS는 2일 그동안 <문명특급>을 빛내준 주역들을 한자리에 초대한 '숨듣명 콘서트' 편을 마련했다. 이는 유튜브가 아닌 SBS 지상파 채널이라는 훨씬 큰 공간을 통해 많은 시청자들과의 만남을 갖기에 이른다.

젊은이들의 추억 소환 + B급 정서 가요의 재평가
 
 지난 2일 방영된 SBS '문명특급 - 숨듣명 콘서트'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SBS '문명특급 - 숨듣명 콘서트'의 한 장면 ⓒ SBS

 
이번 <문명특급> '숨듣명 콘서트' 편은 기존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복고 가요를 활용한 기성세대들의 추억을 소환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과거 <무한도전> '토토가' 시리즈는 H.O.T, S.E.S, 젝스키스 등 1990년대의 기억을 되살렸고 최근의 트로트 붐은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그런데 <문명특급>은 그 대상을 달리 가져간다.

<문명특급>은 ​지금 20대인 이들이 10대일 때 혹은 수년 전에 즐겨 들었던 가요를 중심으로 그들만의 추억 여행을 마련해준다는 점에서 다르다. 여기에 B급 정서 풍만한 노랫말과 콘셉트로 인해 폭발적 인기와는 살짝 거리감이 있었던 음악들에게 재평가 기회도 부여하는 독특한 방향 설정은 유튜브 시청자들의 공감대 형성에 성공하며 인터넷 밈(Meme) 문화의 적절한 활용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숨듣명' 노래들은 주로 2010년 전후 발표작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바로 직전까지 우는 노래(소몰이 창법 발라드)들이 인기를 얻었다. 거기에 지친 리스너들이 심플한 것을 선호하게 된 것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 같다." 

<문명특급> 초대손님인 작사가 김이나는 이런 평가를 내린다. '마젤토프', 'UR MAN' 외에 바다의 'MAD'등 숨듣명 전문 작곡가로 재조명 받고 있는 한상원은 사전 인터뷰를 통해 "(2010년 무렵) 그 시절 한국 경제가 좋았다. 그래서 살짝 정신 놓는 가사들이 막 나왔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독특한 춤과 추임새 등으로 때론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야야야'(티아라)만 해도 당시 안무를 담당했던 배윤정 단장은 "이게 타이틀 곡이 될 거라곤 생각하지 않아서 대충 안무를 짰다"는 충격적인(?) 증언을 하는가 하면, '롤리폴리' 활동 땐 멤버들이 단돈 3천 원으로 의상 등을 마련했다는 믿기 힘든 추억담도 이어졌다. 돌이켜보면 기획사 사장님의 "감"에만 의존한, 1990~2000년대식 주먹구구식 기획도 '숨듣명' 탄생에 큰 일조를 한 셈이었다.

기존 음악 프로 못잖은 초대형 무대 마련
 
 지난 2일 방영된 SBS '문명특급 - 숨듣명 콘서트'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SBS '문명특급 - 숨듣명 콘서트'의 한 장면 ⓒ SBS

 
​그동안 <문명특급>은 기획사 연습실부터 주택 앞마당 등 여타 유튜브 웹예능처럼 비교적 좁은 공간을 활용해 촬영에 임해왔다. 그런데 이번 만큼은 판을 확실하게 키웠다. 미니 콘서트지만 인기 가수들을 초대해 무대를 마련한 만큼 <인기가요> 팀을 비롯한 SBS 사내 인력을 최대한 동원하면서 제작에 만전을 기했다.  

​모처럼 무대에 올라선 가수들도 이번 방송을 위해 오랜 시간 연습에 임하면서 한동안 봉인했던 춤과 노래 솜씨를 마음껏 뽐내기에 이른다. 자칭 '큰며느리 룩'이라고 자신의 호피 무니 의상을 소개한 나르샤(브라운아이드걸스)는 자신의 솔로 데뷔곡 '삐리빠빠'를 모처럼 라이브로 선사해 시청자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이 곡의 작사가이기도 한 김이나는 "당시 엄청난 조롱을 받았다. 아직도 억울하다. 빠리빠빠는 묘비명에 새길거다"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향수뿌리지 마'를 선보인 틴탑과 '만만하니'를 열창한 유키스는 이번 방송을 위해 힘을 합쳐 '틴키스'라는 유닛 그룹으로 등장했다. 이들은 또다른 '숨듣명'으로 꼽히는 유키스의 '시끄러!' 무대를 선보여 시선을 모았다. 4인조 구성으로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티아라는 소위 '뽕필' 가득찼던 인기곡 '롤리폴리', '섹시러브'를 선보이며 이날 공연의 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가 하면 허영생+김규종 2인조 구성으로 자리한 SS501은 중독성 강한 수능 금지곡 'UR Man'으로 반가움을 더했다.

"숨어 듣지 마세요" 이젠 꺼내서 듣는 노래​
 
 지난 2일 방영된 SBS '문명특급 - 숨듣명 콘서트'의 한 장면

지난 2일 방영된 SBS '문명특급 - 숨듣명 콘서트'의 한 장면 ⓒ SBS

 
'언택트' 공연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박물관 등 현재 운영이 중단된 시설에 있던 로봇을 관중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구형 아이팟 모양의 대형 구조물을 만들어 10여 년 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등 <문명특급> 제작진들의 기발한 아이디어를 접목시킨 무대 구성은 추석 특집답게 방송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이날 <문명특급> 콘서트에 등장한 노래들은 발표 당시만 해도 가요팬들뿐만 아니라 가수 본인조차 민망해 했던 내용이기도 했다. 물론 '롤리폴리' 등 몇몇 곡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큰 사랑을 받았지만 상당수 음악들은 좋지 못한 평가 속에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일찌감치 사라져갔다. 이들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은 "숨듣명" 기획은 가요에 대한 평가 기준이 과거와는 달라졌음을 의미하기도 하다.  

​물론 기존 평론가 등 전문가 집단이 바라보는 명작들과는 거리감이 존재하지만 <문명특급>은 "내가 좋으면 명곡"이라는 주체적인 관점을 대중들에게 심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줬다. 이를 통해 세계 무대를 주름잡는 요즘 K팝 아이돌의 계보에 티아라, 틴탑 등 이른바 2.5세대 그룹들도 존재했음도 새삼 일깨워준다. MC를 맡은 재재와 출연진의 "숨어 듣지 마세요"라는 마지막 인사말처럼 그들의 노래는 이번 추석을 맞아 "꺼내서 듣는 노래"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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