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26번째 골목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이었다.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자영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찰영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가 상향 시행돼 골목상권은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솔루션도 난항을 겪었다. 1/2 어묵집, 만두 없는 만둣집, 치즈롤까스집 모두 삐걱거린다는 느낌이 강했다. 백종원의 얼굴도 수척해 보였다. 그만큼 고민이 많다는 방증이었다.

"사장님만 옛날에 머물러 있는 거예요."

어묵집은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15년 동안 장사를 해온 사장님은 어묵 국물에 대한 자부심을 보였다. 맛에 대한 자신감이 대단했다. '그럼 솔루션을 신청할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는 의문은 백종원이 맛 평가에 단숨에 해결됐다. 백종원은 사장님의 국물이 '다 아는 맛'이라고 혹평했다. 동네에 있을 법한 평범한 어묵을 굳이 여기까지 와서 먹진 않을 거라는 얘기였다. 
 
 <골목식당>의 한 장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한 장면 ⓒ SBS


 
그렇다면 떡볶이는 어땠을까. 백종원은 '옛날 떡볶이'라면서 추억의 맛이라고 평가했는데, 그건 칭찬으로 한 말이 아니었다. 맵지도 달지도 않고 특색이 없다는 뜻이었다. '서당개협회' 김성주와 정인선도 '초등학교'도 아니고 '국민학교' 앞 떡볶이 맛이라며 갸우뚱했다. 어설픈 초보 분식집보단 낫지만, 재료가 단순해서 요즘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수 없는 맛이었다.

15년 동안 장사를 해온 사장님은 15년 전 수준에 여전히 머물러 있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됐다. 요즘 잘 팔리는 어묵을 먹어 봤다면 '우리 어묵 맛있는데. 우리 국물 맛있는데'라는 자화자찬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맛'에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백종원은 비교가 될 수 있는 다른 어묵집을 방문해 볼 것을 권유했다. 스스로 발전의 필요성을 느껴보라는 취지였다. 

"저도 궁금한게 (사장님이) 만드신 매운 어묵이 대구나 오산 것보다 맛있어요?"

그렇게 시작된 '어묵투어'는 생각보다 효과적이지 않았다. 사장님은 갑자기 고급 어묵을 도입해 가격을 높이겠다고 했다가 백종원에게 혼쭐이 났다. 경쟁력을 갖추는 게 우선이었다. 사장님의 새로운 해결책은 '매운 어묵'이었다. 대구 서문시장과 오산의 매운 어묵집을 다녀온 사장님은 그곳의 '단점'을 먼저 봤다. 그리고 자신만의 해법을 찾아냈다. 백종원은 여전히 의아하다는 표정이었다. 

일단 맛을 보기로 했다. 떡볶이는 다시 밀떡과 쌀떡 '섞어쓰기'로 되돌아갔다. 처음에 사장님은 떡을 섞어주면 안 되냐는 손님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장사를 하고 있었는데, 이후 다른 가게들을 둘러본 후 쌀떡만 쓰기로 했다가 또 다시 섞어쓰기로 회귀한 것이다. 백종원은 데자뷰 같다며 <골목식당>을 보긴 보냐고 따져 물었다. 군포 떡맥집에서 벌어진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됐던 쿰쿰한 맛은 없어졌지만, 여전히 그냥 떡볶이에 불과했다. 오히려 간은 좀더 세져서 짜다는 인상마저 줬다. 그렇다면 사장님의 '매운 어묵'은 어땠을까. 백종원은 먹기도 전에 문제를 제기했다. 고춧가루(에 기름기가 있어 산패되면서 군내가 나는 현상)를 풀었기 때문에 오래 끓일수록 군내가 날 거라는 지적이었다. 일반 어묵은 끓일수록 깊은 맛이 나지만 매운 어묵은 그렇지 않았다.

백종원은 대구나 오산의 매운 어묵집에서 어묵을 국물에 담가뒀는지 물었다. 사장님은 아니라고 대답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백종원은 군내 때문에 어묵을 밖에 빼놓고 양념장을 발라줬을 거라고 설명했다. 사장님은 '어묵 투어'를 다니며 그곳의 단점만을 발견했을 뿐 정작 필요한 장점을 습득하지 못했다. 목적이 흔들리자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던 것이다. 

사장님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김성주가 지적했듯 익숙한 방식과 맛만 고수하다보니 시야가 좁아진 것이다. 사실 15년 동안 같은 일을 하다보면 흔히 생길 수 있는 일이다. 발전의 필요성을 느껴 스스로를 채찍질하기보다 안주하는 쪽을 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자신의 문제를 파악하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외부의 눈으로 볼 땐 '훈수'를 둘 곳이 보이지만, 내 일이 되면 시야가 가려지는 법이다. 

백종원은 차라리 일반 어묵에 떡볶이 양념을 발라오도록 했고, (당연하지만) 눈으로 보기에도 그쪽이 훨씬 맛있어 보였다. 사장님은 그제야 매운 어묵에 대한 개념을 획득했다. 백종원은 지인을 통해 '마라 소스'를 받아온 후 본격적으로 어묵 소스를 개발했다. 그렇게 완성한 매운 어묵의 맛은 김성주와 정인선은 물론 제작진의 입맛까지 만족시킬 만한 퀄리티였다. 

1/2 어묵집 사장님이 겪는 어려움은 많은 시사점이 있다. TV로 볼 때는, 그러니까 남일일 때에는 문제가 훤히 보인다. 그러다보니 쉽게 비난도 하게 되지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상황으로부터 배워나가는 것이다. 추석 명절을 맞아 우리도 스스로를 돌아보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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