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한두달전만 해도 2020시즌 K리그 판도는 '어우울'(어차피 우승은 울산)-'어강인'(어차피 강등은 인천)이라는 전망이 일찌감치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울산은 전북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벌리며 독주체제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인천은 시즌 중반을 넘길 때까지 깊은 무승의 늪에 허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공은 둥글고 운은 어디로 흘러갈지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게 스포츠의 묘미다. 

지난 23라운드부터 상하위 A-B그룹으로 나뉘어 치러지는 K리그1 파이널라운드가 막을 올렸다. 파이널A에 리그 우승과 다음 시즌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티켓이 걸려 있다면, 파이널B는 다음 시즌 2부리그 강등을 피하기 위한 하위권 팀들간의 잔류 경쟁이 관전포인트다.

올시즌 K리그 우승 경쟁은 울산과 전북 '현대가 형제'의 양강구도로 일찌감치 압축됐다. 두 팀은 현재 나란히 승점 51점으로 4경기를 남겨놓은 가운데 3위 포항을 10점차로 여유있게 앞서고 있다. 두 팀은 FA컵에서도 나란히 결승에 진출하며 최대 더블(2관왕)까지도 노릴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정작 두 팀의 분위기는 상반된다. 정규 22라운드까지는 울산이 2점차로 앞선 상황이었으나 지난 주말 열린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에서 대구를 상대로 후반 추가시간 뼈아픈 동점골을 허용하며 2-2로 비기면서, 상주를 제압한 전북에게 마침내 승점차를 따라잡혔다.

울산이 다득점에서 8골 앞서서 간신히 선두는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제 흐름은 오히려 전북이 앞선다. 울산은 한때 전북과의 승점차를 5점까지 벌리며 우승을 조기에 확정할 수도 있었던 기회를 다 까먹고 쫓기는 입장이 됐다. 2013년과 2019년 무려 두 번이나 시즌 최종전에서 대역전극을 허용하며 우승을 내준 트라우마가 있는 울산으로서는 부담감이 클 수밖에 없다.

울산이 올시즌 기록한 2패를 공교롭게도 모두 라이벌 전북에게 당했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 양팀은 10월 25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리는 세 번째 맞대결(26라운드)이 사실상 리그 우승을 좌우할 최대의 분수령으로 꼽힌다. FA컵 결승전은 1차전이 11월 4일(울산)-2차전은 8일(전주)로 예정되어있다.

또한 울산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상대는 전북만이 아니다. 지난 시즌 리그 최종전에서 울산에 뼈아픈 일격을 안기며 우승의 꿈을 좌절시켰던 '동해안 더비' 라이벌 포항과의 일전이 10월 18일(25라운드)에 열린다. 또한 올해 파이널라운드 최종전(11월 1일, 27라운드)에서만나게 될 6위 광주에게도 울산은 올시즌 두 번 모두 1-1 무승부에 그치며 의외로 고전했다.

전북은 올시즌 당한 4패중 3패를 파이널 B그룹(강원 2패, 성남 1패) 팀들에게 당했다. A그룹에서 유일하게 전북을 한 차례 이긴 경험이 있던 상주(2승1패)를 파이널라운드 첫 경기에서 제압하면서 이제 전북은 A그룹의 모든 팀들과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 4경기를 남겨둔 현재 전북은 상주를 제외한 나머지 A그룹팀과의 올시즌 상대전적은 무려 7승1무다.

치열한 우승 경쟁에 비하여 다음 시즌 ACL 티켓 막차 경쟁은 약간 싱겁게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AFC가 2021년에도 K리그에 배정한 ACL 출전 티켓은 모두 4장(K리그 상위 3위 이내-FA컵 우승 팀)이다. 그런데 현재 K리그 1,2위가 사실상 유력한 울산과 전북이 모두 FA컵 결승전에 진출하면서, 이 대회 우승팀에 배정된 ACL 티켓은 자연히 정규리그 차순위팀에게 내려가게 됐다.

ACL 안정권인 울산-전북-포항에 이어 현재 4위는 상주 상무인데, 군팀이고 다음 시즌 자동 강등이 확정된 상황이라 올해 성적과 상관없이 ACL 출전 자격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5위 대구FC가 현재 순위를 유지해도 마지막 ACL 출전권을 얻을수 있게 된다. 현재 대구는 승점 32점으로 6위 광주에 무려 7점차로 앞서고 있다. 만일 대구가 오는 10월 3일 광주와의 원정 맞대결을 승리하면 양팀의 격차는 10점차가 되어 남은 3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2021년 ACL 출전권의 주인공이 가려지게 된다.

강등과 잔류의 갈림길

강등과 잔류의 갈림길이 좌우되는 파이널B는 그야말로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고 할만큼 대혼전 양상이다. 개막 이후 줄곧 꼴찌를 독차지했던 인천이 23라운드에서 성남을 6-0으로 대파하는 이변을 연출하며 마침내 113일만에 최하위를 벗어났다. 한때 개막 15경기 연속 무승(5무 10패)의 부진에 허덕이던 인천은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로만 5승을 쓸어담으며 '잔류왕'이라는 별명에 걸맞는 생존 본능을 과시하고 있다.

반면 올해 승격한 부산은 1년만에 다시 강등위기에 직면하며 불과 리그 4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조덕제 감독까지 전격 사임하는 혼란에 휩싸였다. 최근 6경기 연속 무승(2무 4패)에 그치고 있는 부산은 현재 인천과는 승점(21점)과 다득점(21골)까지 같지만 골득실에서만 3골차이로 밀려 끝내 최하위로 추락했다.

올시즌 K리그1에서 사령탑이 시즌중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것은 임완섭(인천)-이임생(수원)-최용수(서울) 감독에 이어 조덕제 감독이 벌써 4번째다. K리그2까지 범위를 넓히면 황선홍(대전) 감독까지 5명이다. 여기에 시즌 개막전에 사우디로 자리를 옮긴 안드레(대구) 감독이나, 정식 감독은 아니지만 파이널라운드를 앞두고 전격 사임한 김호영 서울 감독대행까지 포함하면 감독교체의 숫자는 더 늘어난다. 올시즌 K리그에서 감독들이 얼마나 큰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현재 파이널 B그룹 선두인 강원(승점 27점)과 인천-부산까지의 승점차는 6점에 불과하다. 당장 순위만 놓고보면 여전히 인천과 부산이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지만, 분위기만 놓고보면 서울이나 강원, 성남도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다.

한때 강등권 추락을 걱정하던 수원이 박건하 감독 체제가 안정을 잡아가면서 연승행진으로 한숨을 돌린 반면, 서울은 최용수 감독에 이어 그나마 팀을 잘 수습해온 김호영 대행마저 팀을 떠나면서 수원과의 파이널 라운드 첫 슈퍼매치를 완패하여 분위기가 더욱 어두워졌다. 더구나 서울은 부산과 함께 남은 4경기를 앞두고 새 사령탑부터 급구해야하는 곤란한 처지에 놓였다. 수원전에서는 박혁순 코치로 임시로 지휘봉을 잡았지만 현재 성인팀 지도경력이 절대적으로 현재의 서울 코치진에게 남은 파이널라운드를 모두 맡기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강원은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지 못한 안일한 전력보강으로 인한 득점력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병수볼로 불리우는 공격적인 축구를 구사하는 강원은 좋은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골결정력 부족과 수비불안으로 이길 수 있었던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인천전 패배로 최근 4연패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중 3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쳤다. 인천전에서는 수비의 핵인 연제운이 퇴장을 당하며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했을뿐 아니라 앞으로 2경기에 더 나설 수 없어서 전력누수까지 안게 됐다. 김남일 감독은 올해 처음 프로무대 지휘봉을 잡은 초보 감독으로서 경험 면에서 사령탑이 공석이거나 대행 체제로 운영되고있는 다른 팀들보다 크게 나을 것도 없는 상황이다. 올시즌 홈에서 단 1승(3무7패)밖에 거두지 못하며 유난히 고전하고 있다는 것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상주의 자동 강등으로 인하여 올시즌 K리그1에서 성적순으로 강등되는 팀은 단 하나 뿐이다. 성남-부산 등 이미 강등의 쓴 맛을 한 번 경험해본 팀들은 물론이고, 서울-수원-인천 등 오랫동안 1부리그의 터줏대감으로 군림해 온 팀들에게도 강등의 공포는 더 이상 예외가 아니다. 올해 파이널B 잔류 경쟁은 역대급으로 오랫동안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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