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동반승리를 기록했던 '코리안 듀오'가 가을야구에서도 동반등판한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류현진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소속의 김광현은 오는 10월 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세인트피터즈버그의 트로피카나 필드와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펫코파크에서 각각 템파베이 레이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상대로 한 와일드카드 시리즈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다. 아메리칸리그의 포스트시즌이 하루 먼저 시작되면서 류현진은 2차전, 김광현은 1차전에 등판하게 된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1996년의 박찬호를 시작으로 올해의 김광현까지 총 11명의 투수가 빅리그에서 승리를 따냈다. 하지만 작년까지 가을야구에서 선발 마운드에 올랐던 선수는 류현진이 유일했다. 따라서 이번 동반 등판은 한국인 투수의 첫 포스트시즌 동반 선발 등판이 되는 셈이다. 과연 코리안 좌완 듀오는 추석날 아침 한국 야구팬들에게 기분 좋은 동반승리를 선물해 줄 수 있을까.

[류현진] 에이스를 2차전에 투입하는 몬토요 감독의 승부수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 보 비셋, 캐반 비지오로 대표되는 2세 유망주들이 많았던 토론토는 야구팬들로부터 언제나 '미래가 기대되는 팀'으로 불리곤 했다. 하지만 토론토가 당장 올해 포스트시즌을 노릴 수 있는 팀이라고 전망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토론토가 4년8000만 달러를 주고 영입한 새 에이스 류현진은 토론토가 수 년 후를 기대하며 막연하게 상상만 하던 일을 '현실'로 가능하게 만들었다.

토론토의 가을야구 첫 상대는 아메리칸리그 전체 승률 1위 템파베이다. 템파베이는 올해 주력 선수들의 잦은 부상 속에서도 60경기에서 40승을 따내는 저력을 과시하며 단축시즌에서도 지구 2위 뉴욕 양키스를 7경기 차이로 제치고 창단 후 세 번째 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템파베이에는 비록 MVP급 성적을 올리는 슈퍼스타는 없지만 상·하위 타선의 짜임새와 완벽에 가까운 투타조화는 단연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이다.

류현진은 올 시즌 템파베이를 상대로 두 차례 선발 등판한 경험이 있다. 7월 25일 개막전 경기에서는 5회 2사 후 쓰쓰고 요시모토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며 4.2이닝3실점으로 아쉬움을 남겼지만 8월 23일 재대결에서는 5이닝3피안타 무사사구6탈삼진1실점으로 호투했다. 투구수(94개)가 다소 많았다는 점을 제외하면 개막전 부진을 씻어 버리는 호투였다. 무엇보다 트로피카나필드 마운드에 섰던 두 번의 경험은 이번 등판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다.

류현진과 맞대결을 펼칠 템파베이의 선발 투수는 빅리그 5년 차 우완 타일러 글라스노우. 작년 오른팔 부상으로 고전하면서도 12경기에서 6승1패 평균자책점1.78을 기록했던 글라스노우는 올 시즌에도 11경기에서 5승1패4.08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특히 9월 4경기에서 3승을 따냈을 정도로 상승세를 타며 가을야구에서 템파베이의 2선발로 낙점된 만큼 류현진과 토론토에게는 쉽지 않은 승부가 될 전망이다. 

류현진은 빅리그 데뷔 후 작년까지 포스트시즌에서만 통산 8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는 양 팀 투수를 모두 합쳐도 2017년 휴스턴 애스트로스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 찰리 모튼과 함께 가장 많은 기록이다(모튼은 불펜 1경기를 포함해 총 9경기 등판). 류현진은 양 팀 선수 누구보다 가을야구의 공기에 익숙한 선수라는 뜻이다. 이 경험이 토론토의 젊은 동료들에게 전달된다면 류현진의 가을야구 통산 4번째 승리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김광현] 데뷔전 마무리 이어 PS 첫 경기 선발 등판하는 최초의 루키

세인트루이스는 지난 2006년 승률 .516(83승78패)라는 내셔널리그5위에 해당하는 성적으로 중부지구 1위를 차지한 후 포스트 시즌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뉴욕 메츠,디트로이트 타이거즈를 차례로 꺾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으로 세인트루이스는 역대 최저 승률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 팀이 됐고 이 때부터 세인트루이스에게는 '가을좀비'라는 별칭이 따라 붙었다.

세인트루이스는 올해도 30승28패로 승률 .517에 그치고도 내셔널리그 승률 5위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냈다. 세인트루이스의 마이크 쉴트 감독은 가을야구 1차전 선발투수로 9월 5경기에서 2승3패7.48로 부진했던 잭 플레허티 대신 올 시즌 3승1세이브1.62라는 환상적인 루키 시즌을 보낸 김광현을 예고했다.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지는 세인트루이스 입장에선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사실 상대에게 낯선 루키를 깜짝 등판시킨다는 작전이 아니더라도 김광현은 올 시즌 세인트루이스 선발진에서 가장 투구내용이 좋았던 투수다. 김광현은 올해 5회 이상 선발 등판한 세인트루이스 투수 중 패전이 없는 유일한 투수인 데다가 30이닝 이상 소화한 빅리그의 모든 투수들 중에서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만38세 노장 애덤 웨인라이트가 3일 휴식 후 등판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김광현의 1차전 선발은 당연한 수순이었다는 뜻이다.

김광현이 포스트시즌 첫 등판에서 만나게 될 샌디에이고는 작년까지 류현진에게 11번의 등판에서 8승을 선물했던 약체가 아니다. 올해 샌디에이고는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와 매니 마차도, 윌 마이어스 같은 강타자들이 즐비한 강 팀이다. 특히 투수 친화적인 펫코파크를 사용하면서도 메이저리그 팀 홈런 4위(95개)에 오를 정도로 장타력이 좋다. 시드는 하나 차이지만 정규리그에서 샌디에이고와 세인트루이스의 승차는 무려 6경기에 달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마무리로 데뷔한 신인 투수가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나서는 경우는 김광현이 역대 처음이다. 세인트루이스의 한 해 운명을 결정할 경기에 등판한다는 점은 대단히 부담스럽지만 김광현에게는 매우 뜻 깊은 등판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이런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를 꺾고 승리까지 가져 온다면 김광현은 진정한 2020년 세인트루이스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우뚝 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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