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호러 미용실인데, 호러." (이경규)

간혹 반려동물들이 그 곳의 '마스코트'로 자리매김한 경우가 있다. 식당이나 카페, 주점 등 다양하다. '거기 있는 강아지(고양이) 너무 예쁘잖아!' 방문하는 손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그런 모습을 보는 보호자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심지어 매출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까지 한다. 물론 매장 내에 동물이 있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손님들도 있으니 마냥 득이 되는 건 아닐게다.

지난 28일 KBS 2TV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을 들고 찾아온 보호자는 미용사 부부였다. 짐작되다시피 그들의 반려견 잭 러셀 테리어(Jack Russell Terrier) 잭순이(암컷, 3살)는 미용실의 마스코트로 살아가고 있었다. 함께 샵을 운영하고 있는 보호자들은 출근할 때 잭순이를 데려와 퇴근할 때까지 함께 지냈다. 보통 공개된 장소에 개가 있다면 순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잭순이는 달랐다. 

손님이 방문하자 잭순이는 반가워서 꼬리를 흔들며 달려갔다. 엉덩이까지 들썩일 만큼 반가워했다. 사람을 좋아하는 건 분명했다. 잭순이는 아예 손님의 무릎 위로 뛰어올라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여우 사냥용으로 개량된 잭 러셀 테리어답게 뛰어난 운동 신경이었다. 정말 미용실의 마스코트라 할 만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건 바로 상대를 가리지 않는 '입질'이었다.

보호자는 손님에게 '만지지 말라'는 경고를 했지만, 무릎 위까지 올라와 앉은 예쁜 잭순이를 만지지 않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잭순이를 향해 손을 뻗자 잭순이는 이빨을 드러내며 입질을 하기 시작했다. 보호자에게도 예외가 없었다. 자신을 만지려 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공격성을 보였다. 보호자는 자신의 첫째 아들도 손을 뻗었다가 얼굴을 물릴 뻔 했다고 털어놓았다.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잭순이는 다른 개를 보고도 심하게 흥분했다. 몸을 부르르 떨 정도로 격렬하게 반응했다. 보호자는 그런 잭순이가 부담스러워 산책을 나가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얘기했다. 잭순이의 공격성은 무엇 때문일까. 어린 시절 선천적인 탈장을 겪었던 스트레스 때문일까. (물론 지금은 수술을 하고 건강해진 상태였다.) 아니면 부족한 운동량 때문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똑똑하지 않아도 되니까 순했으면 좋겠어요. 순한 강아지들 보면 되게 부러워요." (아내 보호자)
"손님들한테 예쁨받는 강아지가 됐으면 좋겠어요." (남편 보호자)


잭순이는 하루의 대부분을 미용실에서 보호자와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강형욱 훈련사는 산책을 충분히 하고 있는지 물었다. 보호자는 출퇴근할 때 10분 정도 걷는 게 전부라고 대답했다. 때로는 그마저도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잭 러셀 테리어가 아니라고 해도) 활동량이 현저히 부족했다. 잭순이가 에너지를 발산하기 힘든 환경이었다. 강 훈련사는 먼저 산책부터 나가보기로 했다. 

산책이 익숙하지 않은 잭순이는 통제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란히 걷기보다 앞서 뛰쳐나가려고 했다.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했다. 작은 통제에도 쉽게 화를 냈다. 산책 도중 만난 개를 보며 극도로 흥분했고, 갑자기 강 훈련사의 발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런 모습에 보호자는 충격을 받았지만, 강 훈련사는 흔들림 없이 잭순이를 통제하며 훈련을 이어나갔다. 

한참을 걸었을까. 작은 제어에도 쉽게 화를 냈던 잭순이는 점차 통제에 적응해 나갔다. 어느새 나란히 걷는 법을 배웠다. 반복된 훈련을 통해 잭순이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었다. 물론 더 많은 훈련이 필요하겠지만, 분명 긍정적인 시그널이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 의해서 보호자의 톤과 매너에 반려견이 만족하고 따를 수 있도록 걷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손님들이 마스코트라고 하는 개를 소비하고 싶어해요."

다음 해결 과제는 잭순이의 공격성을 어떻게 완화시킬 것인가였다. 강 훈련사는 잭순이가 공간에 대한 소유욕이 강한 편이라며 미용실을 자신이 지키고 있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잭순이에게 미용실은 보호자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었다. 강 훈련사는 보호자에게 잭순이를 몰아서 통제토록 했다. 난생 처음 겪는 통제에 잭순이는 당황해 어쩔 줄을 몰랐다.

강 훈련사는 이 훈련이 추구하는 결과는 '시무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잭순이'라고 설명했다. 보호자가 단호하게 공간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자 잭순이는 더 이상 잭순이는 미용실을 지키려고 애쓰지 않았다. 그리 되자 오히려 잭순이도 편해졌다. 이제 남은 건 '만졌을 때 무는 행동을 어떻게 고칠 것인가'였다. 잭순이는 왜 자신을 만지려고 하는 손님들을 물었던 걸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이 먼저 올라가게 하지 않았어요? 그러면 간단하네요. 오라고 하지 않으면 돼요."

강 훈련사는 잭순이가 손님들의 무릎 위에 오래 머무려고 하지 않는다는 걸 파악했다. 손님들이 올라오라고 손짓하거나 불지 않으면 잭순이는 굳이 무릎 위로 점프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해결책은 의외로 간단했다. 손님들이 잭순이를 무릎 위에 올리지 않으면 될 일이었다. 그러면 손님도 물리지 않고 잭순이도 불편해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강 훈련사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혹시 무릎 위에 올라와서 만져도 물지 않기를 바랐던 거예요?"

잭순이의 사례는 관점을 어디에 두드냐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였다. 보호자의 입장에서 (자식과도 같은) 반려견이 손님들에게 예쁨을 받는 모습이 보고 싶었겠지만, 잭순이는 사람의 손길이 불편한 반려견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반려견의 성격을 바꾸는 데 주력해야 할까. 아니면 반려견이 좀더 편안한 환경 속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할까. 정답은 후자 쪽이 아닐까.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KBS 2TV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KBS

 
강 훈련사는 사람을 좋아하는 잭순이가 손님들을 보고 반가워할 수 있도록 해주되 손님들에게 잭순이의 성향과 교육 중이라는 걸 차분히 설명해주도록 했다. 또, 보호자가 작업을 할 때는 잭순이를 켄넬에 들어가도록 훈련시켰다. 그렇게 분리를 하자 더 이상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제 잭순이는 '악마견의 최강자'가 아니었다. 천사견이라 불러도 될 정도였다. 

종종 반려동물을 향한 보호자의 '작은 이기심'이 엿보이는 경우가 있다. 반려견의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 사람의 생각과 관점을 강요할 때 그러하다. 이경규는 애견 카페를 운영할 때 반려견인 두치와 장군이를 데려갔었는데, 사람들이 하루종일 만진 탓에 집에 돌아오면 두치와 장군이가 넉다운이 됐었다고 했다. 그게 바로 '마스코트' 동물의 고충일 것이다.

물론 잭순이는 지나친 공격성 때문에 어느 정도 교육이 필요했지만, 한편으로 보호자들이 잭순이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공했었는지, 잭순이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여견을 마련해줬었는지 고민해 볼 필요는 있을 것 같다. 또, 잭순이의 성격이나 상황과는 무관한 요구를 강요했던 건 아니었는지도 따져볼 일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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