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킹덤>와 만화 <신의 나라>의 캐릭터의 정보를 상당한 분량 다루고 있습니다. 섬세하고 일관된?스토리의 특성상 캐릭터만으로도 보는 재미를 현저히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보고 읽는 것을 적극 권합니다.?[기자말]
넷플릭스의 킹덤은 <부산행>과 함께 K-좀비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알 수 없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일어났을 때 대응하는 사람들의 방식은 킹덤을 단순한 좀비물 이상으로 만든다. 일반 좀비물에서 깊이 다루지 않는 좀비 바이러스의 기원에 큰 공을 들이고, 여기에서 주제와 시각적인 표현도 출발한다.

세자 이창, 풍전등화 같은 세자의 권력

세자 이창(주지훈 분)의 권력은 바람이 불면 곧 꺼질 것처럼 나약하다. 왕의 피를 받은 유일한 왕자이지만, 실질 권력 해원 조씨 가문에 둘러싸여 먹는 것도 안심할 수 없이 자랐다. 왕위를 제대로 물려받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고 살고 싶어 역모를 일으켰다. 내세울 것은 핏줄 하나밖에 없는 연약한 권력을 지닌 세자는 도망치듯 내려간 동래에서 근본적으로 권력이 향해야 할 백성이 굶주리는 것을 목격한다. 그리고 역병이 창궐하는 한복판에 던져진다. 

<킹덤>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전염되는 방식은 백성의 가난한 삶에 녹아있다. 수개월 고기라고는 냄새도 맡아보지 못한 병자와 가족들이 죽은 이를 끓인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다. 단순히 죽은 자가 살아나던 좀비 바이러스는 굶주린 백성들이 죽은 이를 먹음으로써 전이되기 시작한다. 먹지 못해 굶다가 사람을 먹어서 걸리는 병이라니, 얼마나 굶었기에 죽어서도 허기만이 남아있다는 말인가. 

<킹덤>의 세자 캐릭터는 도덕적 결함이 있어서 매력적이다. 그는 살기 위해 역모에 가담했고 그는 그것이 부끄럽다. 자신은 다르고 싶다. 궁의 아름다운 후원은 어린 세자가 아버지의 가르침을 받는 장소이자 좀비 시신이 묻힌 비밀의 장소이다. 또한 세자가 자신의 목숨을 미끼로 좀비와 단판승을 벌이는 장소이다. 그는 백성의 처참한 삶과 역병의 창궐을 보면서 많은 사람을 구하려는 진정한 왕으로 성장한다. 그에게 자신의 목숨보다 백성이 중요하게 여기며 조씨 일가와도, 아버지인 선왕과도 다름을 증명한다. 

조학주 대감과 해원 조씨의 인물들

조학주(류승룡 분)는 피를 중요시하는 권세가다. 자신의 혈육에 집착하고 그래서 자신은 왕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욕망과 집념, 그리고 딸이 있었다. 그는 나이 어린 딸을 왕에게 시집보낸다. 그렇게 하면 자신의 핏줄이 다음 왕이 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왕 못지않은 권세를 누리지만, 그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반드시 그의 핏줄이 왕이 되어야 한다. 그를 중심으로 조씨 가문은 주요 관직을 꿰차고 권세를 누리며 백성을 착취한다. 그래서 백성들은 굶주린다.

조 씨 가문이지만 멍청한 범팔(전석호 분)은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다. 핏줄 덕분에 살아남아 높은 자리까지 가지만, 천성이 선한 그는 이창에게 든든한 힘이 된다. 범팔 역시 성장하며 극에 재미를 더한다. 반대로 천한 출신이지만 무예가 뛰어난 영신은 무예역병의 발단이 되지만, 이창의 주변에서 <킹덤>의 메시지를 두드러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의녀 서비, 과학적인 인간

인류는 병이 생기면 연구했고 살아남았다. 의녀 서비(배두나 분)는 유일하게 생사초 지식을 가졌다. 좀비에 대한 연구와 퇴치하려는 그녀의 의지는 현대 사람들의 과학적인 태도와 같다. 그녀는 원인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현상을 관찰하고, 연구하고 대범하게 실험적 처방을 한다.

김은희 작가는 배우 배두나와의 대화에서 서비를 '포기를 모르는 여인'이라고 설명한다. 신분적 제약이 컸던 조선시대에 여인으로 태어났지만, 모든 것을 넘어서는 적극적 여성이다. 그녀는 뛰어난 과학자일 뿐 아니라, 훌륭한 리더를 알아본다. 고비마다 이창에게 힘을 실어주어 더 나은 지도자가 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많은 좀비물에서 좀비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서 자세히 다루지 않지만, <킹덤>에서는 서비라는 캐릭터를 통해 적극적으로 그 기원을 찾아 나선다. 좀비라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설정을 자연에서 온 풀이라는 신비로움으로 설정하면서 설득력을 높였다. 초현실적인 소재에서 사용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설정이다. 인간은 자연을 점령하고 살아가지만, 자연에 대해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비과학적인 소재를 다루면서 현실적이고 과학적인 접근은 스토리뿐 아니라 프로덕션 과정에서도 볼 수 있다. 

<킹덤>의 좀비, 시각적인 출발점

프로덕션은 공포를 조성하는 데 집중하지 않는다. 최대한 과학적인 사실에 근거해 등장인물들의 현실적인 공포를 살리는데 집중했다. '이게 진짜라면 어떻게 보일까?'를 가장 현실적이고 과학적으로 '재현'하는데 집중했다. 이 과학적 근거는 스토리의 핵심 설정인 '굶주림에서 기인한 전염병'에 바탕을 둔다. 굶주림만이 남은 좀비에게 입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킹덤>의 좀비는 관절꺾기나 징그럽게 잡아끄는 손이 아니라 입을 강조한다. 허기만 남은 동물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먹는 것이기에, 여기에 속도가 더해졌다. 

<월드워 Z>에서 담을 오르는 좀비의 버드 아이 뷰가 수의 거대함을 보여주면서 공포를 확대하듯, <킹덤>에서는 입을 벌리며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좀비가 낮에는 대청마루 밑에서 한 덩어리로 얽혀 딸려 나오는 장면의 대조적인 모습이 공포를 더한다. 또 좀비의 연기를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이를 클로즈업을 활용해 보여주면서 서스펜스를 만들어낸다.  

김성훈 감독은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침투해 혈관을 통해 이동하면 피를 해독하는 간부터 망가뜨릴 것이라는 설정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간이 망가지면서 피부가 점점 더 까매진다는 설정으로 좀비의 외모를 설정했다. 디지털보다는 실제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체중이 주는 타격감을 살렸다. 

개연성에서 나오는 <킹덤>의 메시지

만화 <신의 나라>는 프리퀄도 파일럿도 아니지만, <킹덤>의 원작이라 불린다. 시대 배경과 소재가 같고, 글 작가 같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가장 큰 대전제가 같기 때문이다. <신의 나라>의 세손은 어리지만 '나는 절대 부하를 버리지 않아'라고 말하는 리더다. 권력을 탐하는 어른들에게 금방이라도 죽을 수 있는 왕위 계승자이고 쫓기는 신세지만, 백성을 굶기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신의 나라>와 <킹덤>은 이 가장 핵심적인 전제와 가난한 백성을 돌보고자 하는 리더의 캐릭터를 공유한다. 

좀비는 과학적인 근거가 약한 소재이다. 그러나 이 비과학적인 소재에 상상력을 덧붙여 가난해서 살기 위해 죽은 사람을 먹었던 사람들만 걸리는 병으로 개연성을 높였다. 화려한 권세가들과 헐벗은 백성,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굶주림에 괴물로 살아나는 사람들의 대조는 가난하고 헐벗은 백성의 슬픔에 몰입하게 한다. <킹덤>은 일반적인 좀비의 성격을 변화시키거나 재설정하지 않으면서도 기존 서사에 좀비라는 이질적인 소재를 아주 잘 접목시키면서 단순한 좀비물을 넘어선 이야기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소연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 '달피디'에도 실립니다.
첨부파일 kingdom_netflix.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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