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비밀의숲2>의 한 장면

tvN <비밀의숲2>의 한 장면 ⓒ tvN

 
tvN 토일 드라마 <비밀의 숲2>는 앞서 태어난 거인의 그늘에 있는 작품이다. 성공한 작품들의 두 번째 시즌이 그렇듯, 첫 번째 시즌과 비교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을 갖고 태어난 작품이다.

<비밀의 숲> 시즌1(2017)의 장점은 1회부터 이어지는 속도감, 그리고 캐릭터성을 극대화하는 묘사 등에 있었다. 이수연 작가의 극본, 안길호 감독의 명료한 연출이 훌륭한 시너지 효과를 빚었다. 서로 전혀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는 황시목(조승우 분)과 한여진(배두나 분)의 공조 역시 다른 수사 드라마들과 결이 달랐다. 주인공 진영의 반대편에는 또 다른 중심축 이창준(유재명)의 카리스마가 있었다. <비밀의 숲>은 후암동 사건이라는 중심적 주제를 가지고, '설계된 비밀'을 파헤쳤다.
 
"시즌1은 판타지에 가까웠다. 자기 복제를 하고 싶지 않았다"는 이수연 작가의 말처럼, 시즌 2의 접근 방식은 시즌 1과 매우 다르다. 병렬적으로 여러 가지 사건들(통영 대학생 사망 사건, 한조 그룹의 경영권 다툼, 세곡지구대 사건,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의 취업 청탁, 남양주 국도에서 벌어진 박광수 변호사의 사망 사건)이 나열되어 있었다.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검경협의회 조정 때문에 황시목과 한여진이 지난 시즌처럼 공조를 할 상황이 좀처럼 주어지지도 않았다.
 
6화 말미 서동재 검사(이준혁 분)가 갑작스럽게 실종되면서, 이 작품은 새로운 동력을 얻게 되었다. 서동재는 권위 의식이 강한 비리 검사다. 황시목에 의해 구속감으로 평가되었던 인물이며 기회주의자다. 그러나 서동재는 시즌 1의 말미에 황시목을 돕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방대 출신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자 동분서주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시청자의 '애증'을 한몸에 받는 입체적 인물의 실종은 시청자들을 다시 잡아끌었다.
 
돌고 돌아 끝까지 간다
 
 
 tvN <비밀의숲2>의 한 장면

tvN <비밀의숲2>의 한 장면 ⓒ tvN

 
그러나 7, 8회를 지나면서 스토리의 진행은 다시 지지부진해졌다. 유독 수상해보였던 서동재의 아내(최희서 분), 유력한 범인으로 지목되었던 세곡지구대 대원들과 동두천 서장 전승표(문종원)에 대한 의심은 맥거핀으로 돌아갔다. 다량의 대사 중심으로 사건이 전개되었고, 일부 네티즌은 이 작품을 '비말의 숲'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서동재의 생사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펼쳐진 12회의 2차 '검경협의회'는 시청자들에게 아무런 긴장감을 선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13회부터 다시 <비밀의 숲2>는 예전처럼 속도를 붙이기 시작했다. 황시목은 자신과 같은 형사법제단에서 일하고 있는 부장 검사 김사현(김영재 분)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했고  이연재(윤세아 분) 측의 전관 변호사 오주선(김학선 분)은 동부지검장 강원철(박성근 분)을 불러 한조 엔지니어링의 재무표를 건넸고, 강원철은 한조 그룹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게 되었다. 전작에서 죽은 영은수 검사(신혜선 분)를 연상시키는 정민하 검사(박지연 분)로부터 영감을 얻은 황시목은 서동재를 납치한 범인 김후정을 찾게 된다. 그는 단순 익사 사고로 알려진 통영 대학생 사망 사건의 진범이기도 했다. 모든 시청자의 관심사였던 서동재도 죽음의 위기에서 돌아왔다.
 
13회, 14회의 장점은 황시목과 한여진이 각자 '자기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황시목이 고압적인 반말과 비속어를 활용하면서 김후정을 몰아붙이는 취조 신은 14회의 하이라이트였다. 황시목은 뇌 수술 이후 감정을 최소화한 인물이지만, 지난 수년간의 변화를 거치면서 다양한 감정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시 속도를 붙인 전개와 함께, <비밀의 숲2>는 자체 최고 시청률(수도권 평균 10.3%, 최고 11.4%, 전국 평균 8.8%, 최고 9.7%)을 경신했다. 진입이 쉽지 않은 장르 시리즈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과정은 길고 지루했지만, 이번 방송분에서 <비밀의 숲2>는 시청자들이 기대하는 재미를 충족시켜주는 데에 성공했다.
 
이제 <비밀의 숲2>의 종영까지 단 두 개의 에피소드가 남았다. '서동재 찾기'라는 과제가 끝난 지금, <비밀의 숲2>에게 남은 과제 역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가짜 목격자 전기혁(류성록)이 조작된 편지와 증거를 만들도록 사주한 존재를 밝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박광수 변호사가 죽던 날, 남양주 별장에서 벌어진 일의 진상이다.

한여진은 부조리 앞에 침묵하는 이들에 실망한다. 한여진을 만나러 간 자리에서, 황시목은 "우리는 해안선을 지켜볼 의무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상기시켰다. 그들은 자신들이 해안선을 지켜보지 못했다고 자책하지만, 언제나 정도를 걸었던 주인공들이다. 그들이 말한 해안선 너머, 침묵으로 일관해온 공범들의 얼굴이 있다. 그 얼굴을 찾아낼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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