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제수사>를 연출한 김봉한 감독.

영화 <국제수사>를 연출한 김봉한 감독. ⓒ 쇼박스

 
찍은 지 2년이 다 됐고 겨우 개봉하나 싶더니, 코로나19 유행으로 두 차례나 개봉을 연기해야 했다. 주연 배우는 지난 3월부터 장장 6개월간 홍보를 하고 있다며 투정 섞인 재치를 부리기도 했다. 그만큼 영화 <국제수사>가 겪은 악조건이 꽤 된다. 28일 서울 삼청동 모처에서 만난 김봉한 감독은 "만감이 교차한다. 진퇴양난에 빠진 기분"이라고 심경을 표현했다. 

진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충남 대천경찰서 소속 형사인 병수(곽도원)가 뜻밖에 필리핀 여행을 떠나며 범죄에 엮이게 되고, 결국 우정과 인생의 진실을 깨우치게 된다는 점에서 <국제수사>는 철저한 가족 오락영화라고 볼 수 있다. 병수의 파트너인 고향 후배 만철은 배우 김대명이 맡았다.

1년여의 사전 조사

시작은 영화 <거북이 달린다>로 이름을 알린 이연우 감독의 <필리핀 가는 길>이었다. 이를 원작으로 김봉한 감독이 평소에 관심을 주고 있던 '야마시타 골드'(필리핀 인근 해안에 묻혀 있다고 알려진 보물)를 설정에 넣고, 좀 더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로 각색했다. 김 감독은 "재밌는 소동극 정도로 생각하고 이야기를 썼는데 필리핀에서 대부분 영화를 찍어야 해서 쉽지는 않을 거라 예상하긴 했다"고 운을 뗐다.

1년 정도의 사전 준비 시간을 갖고, 필리핀 현지에서 배우들 오디션을 진행했다. 한국 스태프와 현지 스태프의 조화도 중요했지만, 무엇보다 우기에 촬영을 진행했기에 날씨가 관건이었다고 한다. 김봉한 감독은 "매일 날씨 어플을 체크하면서 촬영했는데 우리가 경험한 태풍만 해도 24개였다"고 강조했다.

"하필 우기 때였다. 필리핀이 태풍이 발생하는 지역이다. 두 달 좀 안 되는 촬영 기간 중 절반 정도를 비 때문에 그냥 기다려야 했다. 준비한 것의 절반 정도밖에 못 찍었다. 그래도 준비된 예산 안에 찍어야 하는 게 감독 몫이라 설정을 바꾸거나 압축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영화 초반에 악당 패트릭(김희원)이 등장하는 수영장신이 있는데 거기에 나방이 수 만마리, 박쥐가 한 500마리 정도 있었다. 조명을 켜자마자 나방이 마구 날아들었고, 그걸 먹으려는 박쥐 떼가 또 엄청나더라. <배트맨>을 찍는 줄 알았다. 후반 작업에서 CG로 지우느라 애 좀 먹었다.

필리핀도 영화를 많이 찍는 국가라서 스태프들 역할 분담이 잘 돼 있더라.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한국 스태프들에겐 동료로 생각하고 즐겁게 하자고 강조했고, 시간이 좀 지나선 팀별로 회식도 하고 다들 친해져 있었다. 총기류도 나오는 만큼 안전을 가장 중시하며 진행했다." 


 
 영화 <국제수사>의 한 장면.

영화 <국제수사>의 한 장면. ⓒ 쇼박스

  
 영화 <국제수사>의 한 장면.

영화 <국제수사>의 한 장면. ⓒ 쇼박스

 
"사람 냄새 나는 배우 쓰려고 했다"

김봉한 감독은 "사람 냄새 나는 배우를 쓰려 했다"고 강조했다. 전부터 눈여겨보던 김대명에게 가장 먼저 시나리오를 줬고, 편한 느낌의 배우를 하나씩 캐스팅했다고 전했다. 김 감독은 "솔직히 스타 배우, 잘생긴 배우들도 캐스팅을 생각했는데 영화와는 맞지 않을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요즘 말하는 아재들, 꼰대일 수도 있는데 사회 한쪽에 비켜 있잖나. 이들에게도 우정이 있고 나름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보통 이런 영화에선 가족을 구하기 위한다는 설정이 들어가기 마련인데 그걸 피하고 싶었다. 병수는 황금 때문에 움직이거든. 그러다가 돈보다 믿음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된다. 

김대명 배우가 지금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매우 잘 돼서 기분이 좋다. 이 영화를 찍을 때 꼭 같이 해보고 싶은 배우였다. 연기력이야 두말할 것 없다. 상대 배우에 따라 훌륭하게 해낸다. 과하지 않게 말이다. 인성이 너무 착한데 술도 잘 안 마신다. 현장에서 절 위로해주는 배우였다. 곽도원 배우에겐 좀 미안하다. 지금도 한창 홍보하러 다니는데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충청도 사투리를 아주 잘했는데 <남산의 부장들> 찍을 때 이병헌 배우가 고향이 충청도냐고 물어봤다고 하더라. 그 정도로 입에 잘 붙었다."


김 감독은 <국제수사>가 일종의 우정, 나아가 믿음에 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다소의 흠이 있는 주인공들이 믿음의 가치를 깨닫고, 돈이 아닌 사람을 보게 되는 과정 자체가 영화의 주제인 셈이다. 김봉한 감독은 "20대엔 친구가 최고인 것처럼 살다가 30대엔 일과 가족으로 친구를 까먹고 살고, 다시 70대 80대가 되면 친구가 최고가 되기도 한다더라"며 "사람을 믿고, 우정을 지켜나가면 영화 속 병수와 같이 행운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국제수사>를 연출한 김봉한 감독.

영화 <국제수사>를 연출한 김봉한 감독. ⓒ 쇼박스

 
"연출할 땐 온 힘 다해야"

2013년 배우 오정세를 내세운 가족 코미디 <히어로>로 상업영화계에 데뷔한 이후 한 편의 다큐멘터리와 <보통사람>(2017)이라는 또 하나의 상업영화를 발표한 그다. 장르와 영화적 성격의 편차가 많이 크다. <보통사람>은 정치인의 이면 및 정언유착 관계를 정면으로 담아내는 나름 도전적 작품이었다. "<보통사람>을 마치고 좀 힘들었다"고 김 감독이 고백했다.

"그때 (박근혜 대통령) 탄핵도 있었고, 극장 문제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여러 고뇌를 좀 했다. 내 깜냥을 벗어난 것을 화두로 삼았나 싶더라. 그러다가 <국제수사>가 온 것이다. 엄청난 예산의 누아르가 아니라 편하고 가벼운 패키지여행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제가 능력이 넓고 깊진 않다. 

데뷔작이야 솔직히 말씀드리면 오정세 배우와의 친분으로 찍은 거고, <보통사람>은 힘들게 찍은 작품이다. 좀 쉬어야겠다 생각하던 찰나에 본 영화가 <행오버>였는데 <국제수사>를 그렇게 풀어내고 싶었다. 사실 10년 동안 써오던 시나리오가 있다. <국제수사>가 잘 돼야 그 영화도 할 수 있겠지 싶다."


김봉한 감독은 "누군가가 감독은 직업이 아닌 파트타임과 같다고 말하더라"며 "그럼에도 연출할 땐 아르바이트가 아닌 온 힘을 다해야 캐스팅도 되고 투자도 된다. 일단 매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본인 철학을 전했다. 일단은 <국제수사>다. 그는 "영화가 끝난 후 로또 한 장을 사고 싶은, 그런 행운이 따르는 영화이길 원한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을 응원해주시고 잘못된 건 모두 제게 책임을 묻길 바란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한껏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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