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어웨이>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어웨이> 포스터. ⓒ Netflix

 
나사 수석 엔지니어 남편과 10대 어린 딸을 둔 에마 그린은 사령관 자격으로 아틀라스호를 타고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를 나선다. 영국의 식물학자, 러시아의 엔지니어, 인도의 외과의사, 중국의 화학자가 동행한다. 그들은 달을 거쳐 화성으로 가는, 생존 확률 50%의 3년 동안의 긴 여정을 떠난다.

하지만 화성으로 제대로 된 출발도 하기 전에 난관에 부딪힌다. 그린 사령관의 남편 멧이 해면상 혈관종을 앓고 있었고, 뇌졸중으로 쓰러진 것이다. 딸 렉스가 혼자 감당하기 벅찬 상황이라고 판단한 그린은 포기하기로 마음 먹는다. 그때 멧은 의식을 찾아 그린에게 화성으로 가 달라고 말한다.

그린은 우여곡절 끝에 5명의 대원들과 함께 화성으로 떠났다. 그러나 우주선 안팎에서 또다시 갖가지 문제들에 직면하게 된다. 러시아의 포포프와 중국의 루는 아픈 가족들을 두고 온 그린 사령관의 '멘탈'을 불신한다. 반면 인도의 람과 영국의 크웨이시는 그린을 신뢰하려 한다. 우주선에선 누군가 목숨을 걸고 직접 손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지구에서는 멧이 하반신 마비가 되었다든가, 렉스가 C+ 성적을 받았다는 등 여러 얘기들이 들려온다.

무엇보다 힘든 건 5명의 대원들 각각 직면한 정신적 고통들이다. 다른 이에게 결코 쉽게 말하기 힘든 과거 지구에서의 사연들이, 우주선 안 같은 공간에 오랫동안 있다 보니 증폭된다. 그런가 하면, 생존 확률이 반반인 여정에서 오는 현실적인 문제와 그로 인한 정신적 압박이 그들을 따로 또 같이 괴롭힌다. 과연 이들은 수많은 문제를 뚫고 화성에 발을 디딜 수 있을까. 그리고 무사히 지구로 돌아올 수 있을까. 

힐러리 스왱크가 다시 한 번 큰 족적을 남길 기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어웨이>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인류 최초의 화성 탐사를 소재로 SF(과학 공상) 장르를 표방한다. 그러나 실제로 드라마는 휴머니즘에 더 가깝다. 극적이고 긴장되는 문제들과 온갖 절망을 딛고 희망을 찾아가 쟁취하고 마는 인간의 이야기 말이다. 근래 보기 드문 담백한 정통 드라마라고 할 만하다. 

거기에 SF 요소가 듬뿍 담긴 우주라는 배경, 우주선과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가 훌륭하게 곁들여져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즉, 정작 이 시리즈를 보게 되는 이유는 'SF'에 있지만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의 대부분은 '드라마'에서 기인한다. 이토록 장르적으로 균형 잡힌 콘텐츠를 보기 힘든데,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을 정도이다.

특히 에마 그린 사령관의 복잡다단한 심리를 입체적으로 완벽하게 풀어낸 '힐러리 스왱크'가 인상적이다. 2000년 20대 중반 나이에 <소년은 울지 않는다>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석권했고, 2005년 30대 초반 나이에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역시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석권했으며 2년 뒤 2007년엔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입성했다. 이후 13년 만에 <어웨이>로 다시 한 번 큰 족적을 남길 기세다. 그녀에게 이 작품이 중요하게 자리 잡을 게 분명하다. 

고뇌하는 리더십, 함께하는 리더십

최초의 여성 우주비행사는 1963년 러시아의 발렌티나 테레시코바다. 최초의 여성 우주왕복선 사령관은 1999년 미국의 에일린 콜린스이며, 최초의 여성 국제우주정거장 사령관은 미국의 페기 윗슨이다. <어웨이>의 에마 그린이 모티브로 삼은 인물은 바로 페기 윗슨, '우주에서 가장 오래 머문 미국인'으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다. 인간 여성으로서 지구 아닌 우주에서 어떤 리더십을 보여 주었을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린 사령관은 '고뇌하는 리더십'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린 사령관은 극 중에서 개인적인 문제로 심하게 흔들리기도 하고, 자신을 포함해 5명에 불과한 대원들을 카리스마 있게 통솔하지 못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뒤 그린을 최고의 사령관으로 꼽게 된다. 일방적이고도 수직으로 내리꽂는 리더십이 아닌, 각자의 전문 분야를 존중하며 함께 나아가기 때문이다. 더 오랜 시간과 더 많은 공력이 들겠지만, 가면 갈수록 탄탄해지고 신뢰와 믿음이 쌓이는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함께하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이는 그린이 여성 리더이기에 가능한 것일까? 많은 영화, 드라마 콘텐츠에서 남성은 카리스마로 중무장한 채 명령을 내리고 윽박지르는 리더십으로 묘사된다. 여성은 도움을 청하며 각각의 특기와 특징을 최대한 내보여 모두가 함께하는 리더십을 내보여야 하는 것처럼 그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 극 중 에마 그린은 여성 리더십이 아닌, 여러 리더십의 하나 또는 새로운 시대에 맞는 리더십을 선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여성이라서 이런 리더십을 선보인 게 아니라, 이런 리더십을 선보인 게 여성인 것이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사실, 이 작품이 여성 리더십을 앞세워 페미니즘을 설파하고 있지는 않다. 독특한 리더십의 양상을 보이고 있어 언급한 것뿐이다. <어웨이>의 강점은, 그보다 지극히 인간적인 고뇌와 감동에 있다. 최첨단 우주 시대의 최전선을 달리는 이들이 '한낱' 인간적 고뇌에 시달리고 또 흔들리고 있다는 아이러니 말이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시금 바로 잡고난 후에 느끼는 감동까지, 전형적이고 정통적이지만 인간인 이상 그 고뇌와 감동에 자극받고 공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사실상 모든 걸 뒤로 하고 화성 탐사를 결심한 5명의 대원들은, 조국 그리고 지구에의 헌신과 임무를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자신과 가족들은 2선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출발하자, 육체적 고통은 둘째 치고 온갖 정신적 압박과 고통에 시달리게 되고 결국 생각나는 건 사랑하는 이들뿐이다. 물론 대부분이 가족일 테지만, 드라마적 장치로 가족 아닌 사연 있는 타인인 경우도 있다.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특별한 사연들 말이다.

드라마 특성상 어떻게든 화성에 착륙하는 데 성공한다. 인류 전체의 '희망' 그 자체를 실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수많은 난관을 뚫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구에서 화성으로 향하는 여정이 모든 이의 인생 여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주선 안팎에서 일어나는 문제들 못지 않게 인생 안팎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도 심각하고 또 풀기 힘들다. 하물며 이 작품에서도 에마 그린 사령관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게 지구에서 일어나는 일들 아닌가.

작품은 그럼에도 나아가자고 말한다. 대신, 무조건적인 타협과 어쩔 수 없는 좌절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자는 제안은 아니다. 얘기할 건 하고 행동에 옮길 건 옮기며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지켜 내자고 말한다. 인생은 위대하지만, 한편 '인생 뭐 있어' 하는 마음가짐도 필요한 게 아닐까. 적절한 균형 감각을 두루두루 유지하며 살아내 보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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