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방영된 SBS '선미네 비디오가게'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SBS '선미네 비디오가게'의 한 장면 ⓒ SBS

 
SBS 휴먼 다큐 토크쇼 <선미네 비디오가게>가 다시 문을 열었다. 지난 6월 개그우먼 박미선의 33년 웃음 인생을 다룬 내용으로 등장했던 <선미네 비디오가게>가 이번엔 고 신해철, 프로골퍼 박세리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비디오 가게가 소환한 첫 인물은 바로 음악인 신해철이다. 지난 2014년 10월 세상을 떠났지만 여전히 그가 남긴 음악을 듣고 그리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을 감안하면 추석 특집다운 인물 선택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가게의 주인장 선미의 말처럼 20대에게 신해철은 낯선 존재다. 1990년대의 기억이 크게 남아 있지 않은 요즘의 젊은이들에겐 그저 날카로운 인상의 독설가 같은 느낌을 주고 불현듯 사라진 사람 그 이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음악인이자 DJ, 방송인이었던 신해철의 이야기를 70여 분 남짓한 시간에 어떻게 다룰지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걱정은 한낱 기우에 불과했다는 걸 깨닫는데 시간이 그리 올래 걸리지 않았다.

이제는 만날 수 없는 그를 대신해 스튜디오에 초대된 인물은 생전 신해철과 막역한 사이였던 음악인 윤상이었다. 지난 1996년 한국적 일렉트로니카 음반 <노땐스 1집>을 함께 만들었던 윤상과의 대화를 중심으로 <선미네 비디오가게>는 다양한 음악계 인물들과의 인터뷰, 예전 TV 영상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그 시절 신해철 및 그가 남긴 음악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탄탄한 사전 준비... 자료 조사의 승리
 
 지난 27일 방영된 SBS '선미네 비디오가게'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SBS '선미네 비디오가게'의 한 장면 ⓒ SBS

 
"나의 20대 때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한 친구였다. 신해철이란 친구에 대해 있는 그대로 소개하고 싶었다." (윤상)

'그룹사운드' 무한궤도의 일원으로 1988년 MBC 대학가요제에 참가해 대상을 수상하며 스타덤에 올랐던 신해철은 록을 기반으로 랩,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파격적인 실험을 단행했던 음악인이었다. 배순탁 작가의 말처럼 이승환, 윤상 등과 더불어 한국 가요의 사운드가 팝 음악에 못지않다는 것을 증명해준 그는 그 시절 우리들의 우상, 워너비였다.  

방송은 흔히 신해철 하면 함께 언급되거나 소환되는 동료들이 아닌 김태원, 홍경민, YDG(양동근), 페퍼톤스, 크라잉넛 등 다소 무관해 보일 법한 음악계 선후배들과의 인터뷰를 대거 진행해 관심을 모았다. 살짝 의아함을 자아낼 수도 있었던 이 방식에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숨어 있었다.   

​김태원은 신해철에 대해 "편곡수준도 높았고 연주, 노래까지 할 수 있는 이는 그 친구가 처음이었다"라는 말로 그를 기억해낸다. YDG는 "어렸을 때 '안녕'의 랩을 영어가사의 의미도 모른 채 따라 하곤 했다. 그런데 힙합을 하게 된 후 다시 들여다보니 와! 하게 만드는 가사였다. 랩을 어떻게 던져야 할지 알고 쓰신 분이었다"며 경의를 표한다.

​이와 더불어 <선미네 비디오 가게>는 요즘 TV에선 거의 보기 힘들었던 1990년대 각종 방송 출연 영상들을 대거 활용하는 등 '비디오가게'라는 프로그램 제목에 걸맞은 장면들을 만들어냈다. SBS의 다양한 그 시절 인기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요즘 유튜브 등에서도 접하기 어려운 케이블 채널 영상, 조악한 화질의 VHS 녹화물 등 신해철 관련된 알찬 자료들로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200% 노력하며 살아 온 인물
 
 지난 27일 방영된 SBS '선미네 비디오가게'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SBS '선미네 비디오가게'의 한 장면 ⓒ SBS

 
자신만의 철학이 확고했던 탓에 신해철은 여타 음악인들과는 다소 다른 행보를 이어갔다. MC 선미도 감탄할 만큼 요즘 아이돌 못잖은 빼어난 용모로 일찌감치 인기 스타 대열에 올라섰지만 실험정신이 담긴 작품들로 차별화를 도모했던 그다.   

"가수인데 100분 토론에 나와서 자기 생각을 말해도 되는구나 싶었다"라고 2000년대 신해철을 바라봤던 후배 페퍼톤스는 말한다. 사람들이 외면한 사회적 모순에 대응하며 거침없이 행동하고, 이를 가사에 담아 노래하면서 주변 동료들과 거리감도 생겼다. 세상을 떠나기 전 수년 동안 그와 거의 교류를 하지 않았다는 윤상의 고백처럼 동료, 친구들에게 신해철은 걱정과 우려를 동시에 자아내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날 <선미네 비디오가게>에 출연한 윤상을 비롯한 음악인들의 증언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알고 보면 신해철은 따뜻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날이 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던 신해철이지만 누군가를 이해하고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마음도 동시에 갖고 있었던 인물이었다.  

​이제는 추억이 된 SBS 라디오 프로그램 <고스트네이션> PD는 "사람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진심으로 걱정하고 조언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크라잉넛, 페퍼톤스 등은 관심이 덜 가는 인디 음악에 대해서도 깊은 애정과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고 증언하며 신해철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인을 대신해 출연한 윤상은 이날 방송 말미 나온 신해철의 인생 비디오 제목에 '누가 대신할 수 있을까, 신해철을'이라고 적어 넣는다. ​"비디오를 보니까 이 친구가 200% 노력해서 살았구나 싶다"라며 "이 방송을 엄청 좋아할 것 같다. 이렇게 우리가 기억해주길 바랐을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선미네 비디오가게>는 우리들의 영원한 마왕이자 사람 냄새 나는 큰 형님의 이야기를 통해 그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도록 소중한 시간을 마련해줬다. 그리고 비디오가게 주인 선미의 표현처럼 신해철이란 음악가에게 제대로 입덕할 수 있는 영상으로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27일 방영된 SBS '선미네 비디오가게'의 한 장면

지난 27일 방영된 SBS '선미네 비디오가게'의 한 장면 ⓒ SBS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L//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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