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수의 아이> 포스터

영화 <해수의 아이> 포스터 ⓒ (주)영화사 오원

 
한 사람이 태어나고 성장하는 과정은 하나의 우주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무수한 우연들이 벌어지는 가운데, 다양한 우주의 물질들이 만나 하나의 생명이 되고 그 생명은 그 주변과 연결되어 더 큰 우주로 확장된다. 한 생명의 작은 우주는 조금씩 성장해나가며 다른 우주와 만나 자신들만의 새로운 우주를 만들어낸다.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은 이렇게 모두 연결되어 있다. 그것이 아주 작은 존재이든, 큰 존재이든 상관없이 끊임없이 성장하고 서로에게 영향을 준다. 그렇게 각각의 생명이 탄생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든 과정은 하나의 축제다. 축제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경이롭고 아름다우면서 중요한 과정이다.

하나의 인간으로서 청소년기를 맞을 즈음에는 자신이 별 볼 일 없게 느껴질 때가 있다. 사소한 것 때문에 다른 친구와 다투고, 자신의 마음을 세세하게 알아주지 못하는 부모님과는 대화조차 하기 싫어진다. 그런 상황에 있는 청소년들은 그저 혼자 걷고, 혼자 자전거를 타며 자꾸 혼자의 시간만 늘려간다. 그리고 그 자신의 마음 속에서만은 자기의 마음을 몰라주는 친구나 부모님 등의 상대방을 탓하며 화난 감정을 드러낸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그저 느껴지는 감정과 생각을 통해 충동적으로 행동하기도 한다. 때론 그런 충동적인 느낌도 성장하는 과정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안정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요소까지도 모두 모여 이루어지는 그 성장의 한가운데에 있는 청소년은 그렇게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되어간다.

사춘기의 소녀 루카와 신비한 소년들의 만남
 
 영화 <해수의 아이> 장면

영화 <해수의 아이> 장면 ⓒ (주)영화사 오원

 
영화 <해수의 아이>의 주인공 루카(목소리: 아시다 마나)는 사춘기를 맞이한 소녀다. 학교에서 핸드볼 시합 도중 상대 팀 친구와 충돌한 이후 거친 플레이로 그 친구를 다치게 만든다. 더 이상 팀에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들은 루카는 왠지 누군가 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수족관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우연히 우미(목소리: 이시바시 히이로)와 소라(목소리: 우라가미 세이슈)를 만난다. 그들은 어린 시절 바다 생물인 듀공의 손에 자라 물속 활동이 더 편한 특별한 아이들이다. 루카는 그들과 만나면서 자신이 느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경험하기 시작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인 루카와 우미, 소라는 모두 어떤 특별한 이끌림을 느끼고 그 느낌을 따라간다. 첫 장면에서 등장하는 혹등고래의 송(song)은 그들이 향하는 그 무언가에 대한 큰 단서다. 그들은 그 느낌이 무엇인지, 자신들이 무엇을 찾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주인공들이 하는 고민과 행동들은 우리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청소년들과 다르지 않다. 자신들이 무엇이 될지, 어디로 향하는지 대부분은 알지 못한다. 어디선가 큰 축제가 벌어질 예정이고 그곳이 어딘지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주변의 많은 것들이 자신을 그곳으로 이끌고 본인들도 그 축제에 직접 참여하고 싶어 한다.

그 축제라는 것에 대해 영화에 등장하는 어른들도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이 어딘가 존재하고 바다에서 벌어진다는 것만을 알게 된 어른들은 연구라는 목적을 내세워 그 현장을 찾아내려 한다. 그들이 축제를 찾는 방법은 고래의 송과 바다에 대해 익숙한 우미와 소라다. 이 아이들에 대한 의학적 검사를 하고 그들이 하는 행동을 관찰하는 것은 사실 축제를 발견하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많은 어른들이 사춘기의 청소년들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어른들은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 어른들은 아이들을 이용해 세상에서 벌어지는 알 수 없는 자연현상들을 이해하려 하지만, 그저 아이들만 소비될 뿐이다. 하지만 몇몇 어른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현상을 그대로 두면서 아이들을 가능하면 최대한 보호하려 애쓴다. 마치 자연을 보호하려 하는 것처럼  그들도 그 몇몇의 좋은 어른들에 의해 보호받는다.

아름다운 빛을 발산하며 미지의 축제로 이끌려가는 아이들 
 
 영화 <해수의 아이> 장면

영화 <해수의 아이> 장면 ⓒ (주)영화사 오원

 
루카가 자신이 어디로 이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하듯,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영화가 어떤 이야기를 해주려고 이렇게 본인들을 이끌어가는지 알지 못한다. 아름다운 바다 생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면서 세 청소년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담은 영상은 무척 아름답다. 마치 온 세상과 바다의 아름다움을 다 담은 것처럼 영화는 루카가 탄성을 지르며 계속 쳐다보는 바닷속을 관객도 소리치며 쳐다보게 만든다.

바다 생물들이 물속에 떼를 지어 움직이는 장면들은 한편으로는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가만히 보다 보면 그 안에 어떤 질서가 보인다. 우리가 자연 속에서 보아왔던 어떤 세상의 무질서함을 자세히 보다 보면 어떤 규칙성을 발견하듯, 영화는 그런 정연한 듯하게 느껴지는 무질서함을 아름답게 전달한다.

우미와 소라는 특정한 상황에서 몸에 빛이 난다. 누군가 그 빛을 보고 발견해 주길 바라는 것처럼 그들은 아름답게 빛나며 바다를 누빈다. 그걸 보는 루카도 그 빛에 놀라고 매혹되지만 사실 루카 자신에게도 그런 보이지 않는 빛이 이미 존재한다. 모든 청소년들이 그렇듯 그 빛은 잘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자신의 빛을 뿜어내고, 그것을 누군가가 발견해 주길 바란다. 부모, 친구, 선생님 등의 주변 사람들에게 그것이 발견되어 그들의 진정한 모습이 발현될 수 있는 때를 모두가 꿈꾼다. 그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완전히 표현하지 못하고 본인들 조차 모두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들은 본능적으로 그 빛을 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찾아 움직여간다.

때로 어떤 이들은 그 과정에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영화 중반 해변가에 바다 생물들이 죽어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알 수 없는 송과 축제에 이끌려 가던 몇몇 물고기와 바다 생물들은 미처 그 축제에 도달하지 못하고 해변으로 떠밀려와 버린다. 그런 실패나 죽음 따위도 어쩌면 세상의 생명들이 성장해 나가는 과정의 일부일 것이다. 그들의 실패를 본 주변 생물들은 그런 아픔과 어려움을 보고 난 이후에도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간다. 그건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하나의 우주로 성장해가는 과정이다.

우주의 진리를 매우 아름답게 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
 
 영화 <해수의 아이> 장면

영화 <해수의 아이> 장면 ⓒ (주)영화사 오원

 
영화 후반부, 루카가 보고 참여하게 되는 축제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글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그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담은 영상은 여러 생명들의 연결성과 만남, 생명의 탄생과정과 그 이후 또 다른 소우주가 탄생하는 모습이 웅장하게 담겨있다. 모든 하늘과 땅, 바다가 연결되고, 별들이 모여 우주가 된 이후 그 모든 것이 모여 우주가 된다. 그 모든 소용돌이들이 흩어지고 연결되고 다시 합쳐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삶과 성장, 그리고 죽음이라는 경이로운 자연현상을 영상을 통해 전달한다. 어떤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경이로움이 담겼다.

어른들은 그 축제를 찾아내지 못한다. 모든 일이 다 벌어지고 나서 그 주변만을 찾을 뿐이다. 하지만 어쩌면 모든 어른들도 이미 그 축제를 경험한 이후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배를 타는 할머니가 로카에게 자신도 그것을 실제로 겪어봤다고 이야기한다. 많은 사람들이 잊고 있을 뿐 그 소우주가 탄생하는 축제 같은 과정은 우리가 탄생하고 성장하면서 이미 겪었던 것이다. 특히나 자신만의 우주를 만들었던 사춘기 시절은 인간뿐만 아니라 성장하는 모든 생명들에게 축제 같은 시기다.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이때를 잘 경험한 로카는 자신만의 우주를 통해 다시 다른 세상의 우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좋은 감정을 마음에 담아낸다. 

영화는 어른이 된 우리 모두가 잊고 지냈던 것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어른이 된 우리 모두는 우주의 요소가 모여 만들어진 소우주다. 그리고 다른 생명들과 연결되며 그 순환의 고리에 그대로 감겨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잊었던 과거의 그 감정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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