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편

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편 ⓒ MBC

 
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 편이 회차를 거듭할수록 그룹과 회사의 틀을 구체화하면서 본격 데뷔 초읽기에 돌입했다.  유재석(지미 유)은 여러 예능인들을 상대로 밀착 면접을 거듭한 끝에 낙점된 김종민(부캐릭터 김지섭), 정재형(부캐 정봉원)을 합류시켜 가상의 회사 '신박기획'을 실존하는 소규모 연예 기획사처럼 꾸미게 되었다.  

환불원정대 멤버들과 새 매니저의 만남 자리를 마련한 데 이어 지난 26일 방송에선 화보 촬영, 추석 맞이 한복 인사 영상물 제작 등의 일정을 마련하는 등 10월 10일 음원 공개를 위한 사전 작업 준비를 착실히 진행하고 나섰다.  

​3개월 여에 걸친 혼성그룹 프로젝트 '싹쓰리'의 뒤를 이어 유사한 기획을 선보이다 보니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선 <놀면 뭐하니?>에 대한 걱정어린 눈길을 보내기도 했다. 엇비슷한 그림의 등장은 자칫 재미 측면에서 역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제작에 돌입하면서 '환불원정대'편은 예상을 뛰어 넘는 코미디 상황극 속에 확실한 재미와 웃음을 연일 만들어내고 있다.이는 김종민과 정재형의 합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큰 몫을 담당한다.

제2의 무한상사? 신박기획의 본격 가동​
 
 지난 26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편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편의 한 장면 ⓒ MBC

 
매니저 면접 과정에서 시청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던 "예능 천재"(?) 김종민 뿐만 아니라 얼마전까지 경쟁 프로그램 MC였던 정재형의 환불원정대편 참여는 <놀면 뭐하니?>에 말 그대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효과를 가져왔다. 그저 지미 유 + 환불원정대 멤버 4인으로만 제작이 이뤄졌다면 그저 이름만 바꾼 싹쓰리 기획 재탕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유재석을 기획사 사장으로 분리시킨 데 이어 멤버 4명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덤앤더머"급 매니저 2인을 합류시키자 '환불원정대'편은 이른바 "단짠 예능"이라는 2가지 구조를 동시에 형성하게 되었다.

​환불원정대 멤버들 위주의 촬영에선 여성 연예인들의 사이의 끈끈한 유대감을 강조함과 동시에 한동안 음악을 멀리할 수밖에 없었던 엄정화의 잃어버린 꿈을 다시 찾아주는 가슴 뭉클한 내용이 중심을 이룬다. 만약 여기에 유재석이 투입되는 구성이었다면 예능적 재미 마련에 도움이 되겠지만 서로 간의 깊은 속내를 털어놓는 기회 마련은 자칫 뒷전으로 밀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효리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기획인 만큼 무대에서 신나게 판을 꾸며줄 사람들은 엄연히 엄정화, 제시, 화사 등 4인방임을 감안할 때 이 프로그램의 주인인 유재석이라 하더라도 한발짝 뒷전에 자리 잡는 것이 되레 효과적인 선택이 되어준다. 대신 방송 내용상 부족할 수 있는 예능적 재미와 웃음은 상당부분 신박기획 사장님과 직원 3인이 담당해주면서 적절한 역할 분담이 이뤄진다. 즉, 걸그룹 환불원정대 vs. 신박기획이라는 2개의 집단을 등장시켜 각자의 임무에 따른 이야기가 조화를 이루며 진행되는 것이다. 

​아직 정식 등록도 안 한 무허가(?) 회사인 탓에 법인 카드도 없어 사비로 충당하는 황당한 이야기의 등장은 마치 과거 <무한도전>시절의 무한상사 기획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상호간의 배려심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자기 중심적인 매니저 김지섭과 정봉원의 투입을 계기로 <놀면 뭐하니?>는 배꼽잡는 오피스 코미디물의 변주를 시도했고 이는 모처럼 시청자들이 숨쉬기 힘들 만큼의 큰 웃음 유발로 이어질 수 있었다.

알고 보면 숨은 인재...신의 한수가 된 정재형 발탁
 
 지난 26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편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편의 한 장면 ⓒ MBC

 
연신 "예? 예?" 외마디 외침만으로 보는 이들의 배꼽이 빠지도록 큰 웃음을 만들어준 김종민 못잖게 정재형의 발탁은 <놀면 뭐하니?> 환불원정대 편에겐 신의 한 수가 되어준다. 엄정화, 이효리 등과는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아온 인물일 뿐만 아니라 지난 2011년 <무한도전> 가요제를 통해 당시 정형돈과 절묘한 호흡을 맞춰준 정재형은 모처럼의 MBC 나들이를 통해 숨겨진 웃음의 끼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사실 정재형은 지난해 <놀면 뭐하니?> 방영 초기 릴레이 카메라 편에 잠시 참여하긴 했지만 그땐 동시간대 <불후의 명곡 2> MC를 담당한 탓에 장시간 분량의 셀프 촬영 내용은 모조리 통편집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다. 이제 자유의 몸(?)이 된 그는 엄정화, 이효리와는 오랜 기간 친분을 유지한 인물임과 동시에 개그맨 이봉원과 닮은 꼴 + 운전면허 없는 매니저라는 설정 아닌 설정까지 지니고 있다.  

​20년 운전 경력이지만 여전히 네비게이션 볼 줄 모르는 매니저 김지섭과 더불어 정봉원의 등장은 마치 <놀면 뭐하니?> 버전 "덤앤더머" 같은 역할을 맡아주게 되었다. 학구적 이미지가 강하지만 여러 면에서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인물을 듀엣처럼 배치해 사장님 지미 유의 속을 팍팍 긁게 만드는가 하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엉뚱함을 수시로 표출하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환불원정대 4인의 존재만으로도 매주 아프고 있다는 지미 유에게 이중의 고통을 선사해준다. 

​비록 <놀면 뭐하니?>의 유일한 고정 출연자 유재석 입장에선 스트레스의 연속일지 모르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겐 그 이상의 즐거움이 되어주고 있다. 분명 새 얼굴의 투입도 아니었고 시끌벅적한 예능 환경과는 다소 거리감 있는 캐릭터를 지닌 정재형의 등장은 마치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던 "예능 원석"의 발견이자 신의 한 수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프로젝트 그룹 결성에 요절복통 코미디가 추가되면서 <놀면 뭐하니?>는 우리의 기대치를 훌쩍 넘어서는 예능으로 자리 잡는 데 성공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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