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도 주고, 달래도 보고. 같이 죽자고도 해보고..."

지난 26일 방송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요즘 육아-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삼남매(2남 1녀)의 부모가 고민을 가지고 찾아왔다. 영상에 담긴 아이들의 첫인상은 밝고 쾌활했다. 첫째는 똑똑하고 책임감이 있었고, 둘째는 만들기를 좋아하며 아이디어가 풍부했다. 막내는 '딸바보' 아빠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었다. 그런데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엄마와 아빠의 얼굴은 상당히 어두워 보였다. 둘째 때문이었다. 

엄마는 둘째 금쪽이가 화와 짜증이 많고, 그 표현방식이 극단적이라고 설명했다. 금쪽이는 화가 나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발을 구르기 시작해서 책장을 치거나 주먹으로 벽을 칠 정도로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온몸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것이었다. 한번 그리되면 통제가 불가능했고, 심한 경우에는 자해까지 한다고 했다. 오은영 박사를 비롯해 스튜디오는 충격에 휩싸였다. 

난폭한 금쪽이를 보고 놀란 MC들에게 엄마는 영상 속의 모습이 평상시의 100분의 1도 안 된다고 했다. 그렇다면 금쪽이는 어떨 때 화를 내는 걸까. 아빠는 금쪽이가 하고 싶은 걸 못하게 하거나 무언가가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화를 낸다고 설명했다. 가령, 글씨가 똑바로 써지지 않으면 썼다 지웠다를 30~40분 가량 반복하며 속상해 하다가 폭발하는 식이었다. 

그렇다면 금쪽이의 학교 생활은 어떨까. 이런 식이라면 분명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을 게 뻔했다. 허나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엄마는 선생님으로부터 금쪽이 같은 아이만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극찬까지 들었다고 했다. 학교에선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금쪽이는 집과 학교에서 완전히 상반된 반응을 얻고 있었다. 어느 쪽이 진짜 금쪽이일까? 또, 그 원인은 무엇일까? 

즐거운 휴일, 금쪽이는 책읽기 숙제를 하기로 했다. 거기까진 별 탈 없었다. 금쪽이는 책도 스스로 고르는 등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분량을 정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엄마는 8개 챕터를 읽으라고 했고, 금쪽이는 그것이 너무 많다고 투정했다. 분위기는 점차 싸늘해져 갔다. 하지만 엄마는 단호했고, 결국 자신의 의견이 관철되지 않은 금쪽이는 화를 내기 시작했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그 장면을 보고 있던 오은영 박사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는 할 얘기가 너무 많다면서 오늘 안에 녹화가 안 끝날 것 같다고 답답해 했다. 오히려 MC들이 당황해 했다. '이 정도는 일반적이지 않나?'라는 반응이었다. 물론 아빠가 화가 난 금쪽이를 옥상으로 데려가 놀이를 하며 화를 가라앉힌 건 칭찬할 일이었지만, 엄마와 금쪽이의 상호작용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의 입장에서, 금쪽이가 느낀 감정을 설명했다. 금쪽이는 무엇이든 잘하려고 하는 꼼꼼한 아이였다. 책읽기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엄마가 정해준 분량이 버거웠을 뿐이다. 대충 읽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걸 표현했을 뿐인데 아예 묵살당하자 화가 났던 것이다. 엄마는 아이의 의견을 전혀 존중하지 않았고,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이뤄지지 않았다.

아빠가 금쪽이를 옥상으로 데려갈 때에도 금쪽이의 손에는 책이 쥐어져 있었다. 금쪽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고, 그걸 하지 않았을 때 불편함을 느꼈다. 금쪽이는 내적 긴장감이 높아서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했는데, 학교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건 그 때문이었다. 뭔가 비밀이 풀리는듯 했다. 관점이 바뀌자 화를 내는 금쪽이가 아닌 다른 금쪽이가 보이기 시적했다. 

종이컵 쌓기 놀이를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귀퉁이가 무너지자 엄마는 (첫째와 금쪽이의 싸움을 방지하려고) 탑을 몽땅 쓰러뜨렸다. 그러자 금쪽이는 당황하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감정 조절이 어려워진 금쪽이는 이내 폭발해 종이컵을 집어 던졌다. 오은영 박사는 (육아로 인해 지쳐있는 건 이해되지만) 아이들과 놀아줄 때는 흔쾌히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모 모두 적극적으로 놀이를 하지 않았고, 감정적 반응을 하지도 않았다. 종이컵으로 쌓은 탑이 무너졌을 때, 부모가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상심한 아이의 마음이었다. 어루만지고 위로해줘야 했지만 그런 교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쯤되니 질문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금쪽이는 정말 감정이 예민해서 화를 내는 걸까, 아니면 엄마와 아빠의 관심이 필요한 걸까.

한편, 금쪽이는 보육기관에서 아동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었다. 엄마는 30cm자를 보고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가 이상해 수소문한 끝에 학대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CCTV 등 증거를 확보할 수 없어 범죄사실을 입증할 수는 없었지만, 당시에 받은 공포와 고통은 아이의 기억 속에 명징히 새겨져 있었다. 스튜디오는 다시 한번 충격에 휩싸였다. 

금쪽이의 폭력적인 성향은 당시의 기억이 영향을 준 것이 분명했다. 공포심과 두려움, 세상에 대한 불신이 무의식 중에 자리잡았을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회복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 건 금쪽이에게 고통을 안겼던 그들이 아닌 엄마와 아빠라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금쪽이의 회복에 가장 중요한 건, 마음에 잘 다가가서 마음을 잘 다루어주는 것이었다. 

"말이 충격적인 게 아니라 뜻이 충격적인 거잖아."

금쪽이는 엄마의 말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RC카를 가지고 놀다가 형과 다툰 금쪽이는 아빠에게 훈육을 받고 있었다. 그때 엄마가 "치고받고 싸우게 놔두지 그랬어"라고 말하며 밖으로 나가자 풀이 죽어 있더니, 곧 엄마가 했던 말을 되뇌기 시작했다. 당황한 아빠가 해명을 했지만, 금쪽이는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날 죽이려는 거잖아. 난 아들도 아니라는 거잖아."

아마도 금쪽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아이들이 치고받고 싸우면 부모가 잘 지도하고 보호해 줘야지'였을 것이다. 오은영 박사는 치고받고 싸우도록 내버려 두라는 엄마의 말은 금쪽이 입장에서 나를 보호해주지 않겠다는 말과 똑같이 들렸을 거라 설명했다. 금쪽이에게 필요한 건 감정의 의미 부여, 감정의 언어화를 통해 감정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표현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의 한 장면 ⓒ 채널A

 
그러기 위해선 먼저 부모가 달라져야 했다. 아이에겐 언제나 마음이 접근이 먼저라는 사실을 알아야 했다. 마음이 연결돼야 훈육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오은영 박사는 금쪽이의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지만 감정적 소통은 역부족이라며, 금쪽이의 감정의 본질은 화와 분노가 아니라 섭섭함과 억울함이라고 진단했다. 진짜 원인을 알았으니 이제 금쪽처방을 받아 해결할 일만 남은 셈이다.

오은영 박사는 먼저 '가족의 회복'을 제시했다. 부부 간에 고마움을 말로 전하고,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하도록 제안했다. 또, 감정 상태를 그림으로 그려 표현함으로써 금쪽이에게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는 법을 가르쳐주라고 조언했다. 엄마와 금쪽이는 진솔한 대화를 통해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엄마는 감정적 소통을 통해 금쪽이이 마음을 먼저 헤아렸다. 

변화는 곧 일어났다. 금쪽이는 더 이상 화와 분노로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았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엄마의 품안에서 안정을 되찾아갔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세상에 대한 신뢰도 쌓아나가게 되리라. 아무쪼록 금쪽이가 건강히 성장하길 바란다. 과거의 고통은 금쪽이의 삶에 그 어떤 장애가 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금쪽이를 사랑하는 엄마아빠가 든든하게 곁을 지켜줄 테니 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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