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코미디 빅리그>의 한 장면

tvN <코미디 빅리그>의 한 장면 ⓒ tvN

 
"사람들이 다 나를 악역으로 보고 있어."

무대 맞은편에 설치된 스크린에 한 '랜선' 시청자가 쓴 "잘못했습니다 해"라는 글씨가 보인다. 스크린을 본 연기자는 즉석에서 해명하고, 시청자들은 또다시 웃음을 터트린다. tvN 예능 프로그램 <코미디 빅리그> 속 한 장면이다. 

'코로나 19' 확산 방지로 인해 방송가에서도 온라인 비대면 방식의 소통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제작발표회, 기자간담회, 인터뷰 등 대면 행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것을 넘어, 이제는 공연 형식의 방송이나 시청자와의 소통 포맷까지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있는 추세다. 

<코미디 빅리그>, SBS <트롯신이 떴다>, JTBC <히든싱어6> 등 관객이 꼭 필요한 프로그램들은 온라인으로 접속한 시청자들과 함께 비대면 녹화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코로나 19'의 급격한 확산으로 관객 입장이 어려워졌을 당시 동료 코미디언들이 직접 객석에 앉아 녹화를 진행했던 <코미디 빅리그>는 7월부터 온라인 방청 시스템을 도입했다. 

"코미디언들의 에너지가 달라졌다"
 
 tvN <코미디 빅리그>의 한 장면

tvN <코미디 빅리그>의 한 장면 ⓒ tvN

 
<코미디 빅리그> 연출을 맡은 남경모 PD는 24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관객 없이 방송을 해야 했던 3개월에 대해 "코미디언들이 객석에서 리액션을 하면서 새로운 재미를 창출한 부분도 있었지만 단점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코빅>은 시청자를 재밌게 해드리기 위한 방송인데, 코미디언들이 웃는 포인트는 (시청자들과) 다를 때가 있었다. 관객들의 투표나 리액션을 보고 코너 방향이 수정되는 경우도 많은데, 3월엔 (관객의 리액션을) 아예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7월 5일 방송된 '3쿼터'부터 온라인 방청을 시작한 <코미디 빅리그>는 무대의 맞은편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화상채팅으로 연기자들이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볼 수 있게 했다. 시청자들은 쪽지나 플래카드 등을 통해 무대 위 코미디언들에게 의견을 전하고, 코미디언들은 이를 통해 시청자와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남 PD는 온라인 방청 도입 이후 "코미디언들의 에너지가 달라졌다"며 "코미디언들이 연기를 하면서 풀 스크린으로 시청자들의 웃는 리액션을 바로 볼 수 있어, 기분 좋은 긴장감이 든다더라. 공연을 신나게 했고 너무 좋아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비대면 포맷으로 촬영을 진행하다 보니 생각지 못했던 문제도 있었다고. 특히 녹화가 미리 진행되는 <코미디 빅리그>의 경우 방송 전에 녹화분 유출을 대비한 보안도 신경써야 했다.

남경모 PD는 "방송 전 인터넷에 촬영 영상이 공개되거나 하면 저희로선 엄청난 손실이다. 우려한 부분도 있었지만, 비대면 시청자분들이 <코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신청해주신 분들이어서 조심해달라고 안내 정도만 했다. 다행히 3개월 동안 유출로 인한 문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비대면 방송의 장점
 
 MBC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의 한 장면

MBC '백파더:요리를 멈추지 마!'의 한 장면 ⓒ MBC


한편 '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비대면 포맷으로 기획된 프로그램들도 등장하고 있다. 지난 7월 종영한 tvN <배달해서 먹힐까>는 비대면 소셜 다이닝 콘셉트를 도입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시작된 <현지에서 먹힐까> 시리즈의 일환인 <배달해서 먹힐까>는 '코로나 19'로 인해 해외 촬영을 이어갈 수 없게 되자, 비대면 배달 서비스로 포맷을 바꾸고 손님들이 화상채팅을 통해 배달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현지에서 먹힐까>에서 중요한 도전과제였던 '맛 평가' 역시 배달 어플리케이션 속 리뷰 숫자와 별 개수로 대신했다. 

'비대면 쌍방향 소통 요리쇼'를 표방한 MBC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마>에서는 백종원이 실시간 화상 채팅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직접 요리법을 전해준다. 요리 초보자들은 방송을 실시간으로 보며 질문을 던지고 백종원은 이에 답해주며 요리를 완성해간다.

<백파더> 연출을 맡은 최민근 PD는 "생방송으로 실제 (저녁) 시간에 맞춰 요리를 보여드리고, 방송이 끝나면 집에서 해드실 수 있게 만드는 게 저희 목표였다. 처음에는 야심차게 생방송 참여 인원을 200명까지도 계획했지만 현재는 49명의 '요린이'(요리를 못한다는 의미)들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적인 문제로 인한 어려움도 있었다. <백파더>는 방송 초반부 오디오가 뚝뚝 끊기기도 하고, 제 시간에 요리를 마치지 못하는 등 방송사고에 가까운 상황도 벌어졌다. 이에 대해 최민근 PD는 "의도와 다르게 방송사고가 되어버린 적도 있었다. 어떨 땐 화질이 떨어지고 오디오가 잠시 불안정해지고 그런 부분들이 있는데, 이젠 시청자분들도 익숙하게 받아들여주신다. 시스템 면은 점점 보완되고 있고 앞으로도 개선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최 PD는 "90분 동안 시청자와 소통하면서 요리를 진행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데 백종원, 양세형 두 분의 힘이 컸다고 생각한다"며 출연자들에게 공을 돌렸다. 

비대면 진행의 장점도 있다.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민근 PD는 "처음에는 국내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남미부터, 미국, 동남아까지 10개국의 사람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는 ('코로나 19'로 인한) 상황이 더 심각하지 않나. 최근 한국 요리에 대해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전 세계에 요리를 못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려 한다"고 밝혔다. 방송가에서는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비대면 시스템이 표준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공연형 방송의 경우 온라인 비대면 녹화는 임시 방편일 뿐, 실제 관객 입장이 하루빨리 가능해지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코미디 빅리그> 남경모 PD는 "아무리 랜선 방청객이 있어도 현장에서 관객이 (코미디언들에게) 주는 에너지와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더욱이 랜선 방청을 하면서 제작진과 연기자들이 관객이 직접 방청했던 그때를 더 그리워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정리된 뒤에 관객들이 들어오면 눈물날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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