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방영된 MBC < 나혼자산다 >의 한 장면

지난 18일 방영된 MBC < 나혼자산다 >의 한 장면 ⓒ MBC

 
관찰예능 범람시대다.

출연자의 일상생활, 직업, 취미, 가치관, 가족, 대인관계 등 타인의 '실제 인생'을 카메라로 대신 구경시켜주는 방송들이 넘쳐나고 있다. 이러한 관찰예능의 인기를 등에 업고 비슷한 장르의 프로그램들이 반복 탄생하면서 범위는 더 내밀해지고 수위는 갈수록 상승한다. 

문제는 관찰예능이 어느덧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갈수록 부작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다. 하나는 콘셉트에 대한 '차별화' 없이 비슷한 소재-구성의 재탕을 지나치게 반복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자극적인 설정이나 프로그램 본래 취지에서 한참 벗어난 '선을 넘는 방송'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관찰예능들의 현 주소는 어떨까. 관찰예능의 선구자 격인 MBC <나혼자산다>는 본래 '혼자서도 잘 사는' 유명 연예인이나 셀럽들의 주체적인 싱글라이프를 보여준다는 콘셉트로 출발했다. 또 다른 장수 관찰예능인 SBS <미운우리새끼>는 독신 연예인의 어머니들이 관찰자로 출연하여 자식들의 일상을 지켜본다는 색다른 설정을 내세웠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는 사회적 화두인 '갑을관계'를 소재로 하여 우리 사회 각 분야 리더들과 해당 회사 직원이나 팀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해프닝을 보여주는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장수프로그램이 된 관찰예능 중에서 초기의 콘셉트를 뚝심 있게 유지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나혼자 산다>와 <미우새>는 이제 '다같이 산다' 혹은 '미운 우리 가족'이라는 제목이 더 어울릴만큼 개개인의 이야기보다 출연자들의 팀워크와 인맥관계에 의존하는 '친목예능'이 되어버렸다.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한 장면

KBS 2TV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의 한 장면 ⓒ KBS

 
<당나귀귀> 역시 다양한 직업군과 리더십의 '오피스 라이프'를 사실적으로 보여주던 초기의 구성에서 벗어나, 최근에는 출연자 개인의 유명세나 홍보에 치우친 구성으로 취지가 변질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마치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듯한 연예인과 셀럽들의 모습에서 익숙한 공감대보다는 오히려 위화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의 관찰예능은 이제는 제목과 출연자만 다를 뿐 굳이 차별화를 생각하는 것이 무의미한 지경이다. 유명 연예인이나 셀럽들이 어떻게 살고있는지 자택 혹은 직장을 공개하거나, 그들이 다른 유명인들과 어떤 인맥으로 이어져있는지 관계를 보여주는 패턴은 늘 비슷하다. 소소한 취미생활이나 알려지지 않은 특기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기존의 이미지를 뛰어넘는 의외의 매력을 어필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최대한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에게 친근감을 주기 위한 구성이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과도한 개인 이미지-출연작(영화-드라마) 홍보, 여기에 '1+1'식으로 다른 출연자들을 끼워넣는다거나, 맥락과 상관 없는 유명인들간의 '인맥자랑' 등으로 변질되면서 갈수록 방송출연의 진정성과 순수성을 의심받는 경우가 늘어났다.

이러한 관찰예능의 태생적인 약점은 애초 연예인과 셀럽의 일상만으로 에피소드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내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동상이몽>이나 <애로부부>처럼 일정 회차나 주기마다 캐스팅을 물갈이하여 새로운 출연자로 신선함을 유지하는 것이다. 하지만 고정출연자나 특정 인기 멤버 위주로 유연성이 떨어지는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방송이 반복되고 특정 출연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이야깃거리가 고갈되면서 자연히 방송분량을 뽑아내기 위하여 인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내는 요소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TV조선 부부 관찰예능 <아내의 맛> 한장면.

TV조선 부부 관찰예능 <아내의 맛> 한장면. ⓒ TV조선

 
부부예능을 표방한 TV조선 <아내의 맛>에서는 뜬금없이 트로트 신동들의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했고, <미우새>나 KBS <살림하는 남자들>에서는 단지 '연예인 가족'이라는 이유로 동반 출연한 비연예인 출연자들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며 여러 차례 구설수에 휘말리기도 했다. 또한 고정출연자들을 모아놓고 갑작스러운 여행이나 미션을 수행하게 한다든가, 남녀출연자들을 러브라인으로 엮는 구성 등도, 소재 고갈에 직면한 관찰예능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시청률과 화제몰이를 위하여 개인사의 민감한 부분까지 파고드는 등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희극인 부부들의 이야기를 다룬 <1호가 될 순 없어>는 최근 김학래-임미숙 부부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과거 외도와 도박 사실까지 공개하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제작진과 출연자가 사전에 합의한 내용이고 당사자간에는 이미 끝난 이야기라고 할지라도, 방송에서 굳이 부부간의 민감한 개인사와 사회적 정서에 어긋나는 이야기까지 등 소재로 다뤄야했는지를 두고는 반응이 엇갈렸다.

<아내의 맛>은 최근까지 고정멤버였던 함소원-진화 부부의 불화설-하차설로 도마에 올랐다. 한중 국제커플로 <아내의 맛>에 고정출연하며 인기멤버로 꼽혔던 함소원 부부는 최근들어 방송에서 빈번하게 갈등을 빚는 모습이 부각되며 부정적인 시청자 반응이 크게 늘었고, 방송 이후에도 많은 악플에 시달리기도 했다.

함소원 부부는 지난 22일 한 달여 만의 공백기를 거쳐 방송에 복귀하며 하차설을 불식시켰지만, 여전히 육아와 가사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이는 등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특히 이날 방송에서 두 부부의 딸인 혜정의 돌발행동과 훈육 문제가 부각되면서 일각에서는 자극적인 갈등만 보여주는 방송 출연 이전에, 부부가 먼저 가족의 실제 문제를 진정성 있게 해결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개인이든 가족의 이야기든 항상 아름답거나 유쾌할 수만은 없듯이, 관찰예능에서도 각종 갈등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리얼리티'라는 수식어를 붙였다고 해도 방송의 특성상 어느 정도는 약속된 설정이나 연출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것도 감안해야한다.

하지만 그것이 시청자에게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공감대를 제시하거나, 해결책을 제시하고 문제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순간의 시청률과 화제성만 쫓으며 자극적인 상황만을 답습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편안한 웃음과 공감을 선사해야할 예능이 언제부터인가 막장 드라마 뺨치는 자극성과 선정성으로 더 이슈가 되고 있는 현실은 뭔가 아이러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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