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2약' SK 와이번스와 한화 이글스의 행보가 다시 엇갈리고 있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외국인 타자 브랜든 반즈의 만루홈런에 힘입어 6대 5, 한 점차로 승리했다. 쾌조의 3연승을 내달린 한화는 34승 2무 78패를 기록하며 마침내 3할대 승률(.304)을 회복했다. 지난 5월 30일 이후 무려 116일 만이다.

반면 9위 SK는 6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SK는 잠실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2-6으로 완패하며 6연승(9월 10일-16일) 행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1-3위팀들(NC-KT-LG)과의 맞대결에서 전패하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38승1무 77패(승률 .330)를 기록한 SK는 최하위 한화와의 승차도 다시 2.5게임으로 좁혀지며 꼴찌 경쟁도 안심할 수 없게 됐다.

SK와 한화는 올 시즌 일찌감치 프로야구 '2약'으로 전락하며 험난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SK는 구단 역사상 최다연패 타이기록(11연패) 및 두 자릿수 연패를 한 시즌에만 두 번이나 기록했고, 한화는 프로야구 역대 최다연패 타이기록(18연패)을 수립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또한 두 팀이 초반부터 나란히 승수자판기로 전락하면서 시즌 막바지인 현재까지 5할대 이상의 승률팀이 무려 7팀이나 난립하는 역대급 승률 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지는데도 큰 영향을 미쳤다.

SK와 한화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용계탕' 현상이라는 것까지 발생했다. 잘 먹으면 보약, 잘못 먹으면 독약이 되기도 하는 보양식처럼, 바로 이 두 팀을 상대로 얼마나 많은 승수를 거두느냐 따라 프로야구 순위판도가 달라지는 것을 빗대 표현한 것이다. 두 팀을 제물삼아 순위경쟁에서 큰 수혜를 입은 팀들이 있는 한편, 의외의 고전을 면치 못했던 팀들도 있다.

올 시즌 한화-SK와 나머지 8개 구단 간의 전적 합산은 57승 1무 140패(.297)로 승률이 3할대에도 못 미친다. 반대로 말하면 상대 팀들에게는 평균 7할대가 넘는 승률을 헌납한 것이다. 8개 구단 중 SK-한화와의 상대전적 합산에서 최소한 승률 5할 이상을 넘기지 못한 팀은 현재까지 단 한 팀도 없다. 성적순으로 살펴보면 LG(24승 6패)-NC(21승 5패)-KT(21승 6패)-KIA(17승 7패)-롯데(14승 8패)-두산(14승9패) 순으로 많은 승수를 챙겼다. 이는 올 시즌의 순위판도와도 대체로 비슷하다.

재미있는 부분은 SK-한화전을 제외하고 나머지 8개 구단 간의 전적만을 합산했을 때의 승률 변화다. 현재 5할대 승률팀은 7팀이지만, '용계탕 듀오'를 제외하면 키움-NC-KT 3팀으로 줄어든다. 리그 2위 키움 히어로즈(69승1무 49패 .585)는 SK-한화전 전적도 18승 6패로 우수하지만, 나머지 7개 구단과의 전적만 계산했을 때는 51승 1무 43패, 승률 .537로 NC(46승 3무 37패, .535)와 KT(43승 1무 42패, .500)를 제치고 오히려 전체 1위가 된다.

뭐니뭐니해도 올 시즌 용계탕의 진정한 수혜자는 단연 LG를 꼽을 수 있다. LG는 SK와의 상대전적 13승 2패, 한화전 11승 4패로 두 팀과의 맞대결에서만 올 시즌 팀이 거둔 전체 승수(64승)의 무려 1/3이 넘는 승리를 챙기며 쏠쏠한 재미를 봤다.

그런데 두 팀에게 거둔 승수를 제외하고 나면, LG의 성적은 40승 3무 42패(.471)로 승률이 5할에도 못미친다. 시즌 승률인 .571(64승 3무 48패)와는 무려 1할이나 차이가 나며, 이는 8개 구단중 가장 큰 격차다. 현재 LG는 공동 3위지만 나머지 8개구단간의 승률만 놓고보면 무려 7위까지 추락한다. 다시 말해 SK와 한화가 아니었으면 올 시즌 LG는 5강 경쟁도 어려울 수 있었다는 의미가 된다.

반면 SK와 한화전에서 보약 효과를 가장 누리지 못한 팀은 단연 삼성이다. SK전에서 6승 4패로 거의 박빙이었고, 한화전에서는 5승 1무 6패로 오히려 열세를 보이며 합산 성적 11승1무10패로 간신히 5할승률에 턱걸이하는데 그쳤다. 이는 삼성이 올 시즌 유난히 치열했던 중위권 구도에서 가장 먼저 5강 경쟁의 탈락자가 되는 결정타로 이어졌다.

치열한 5강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롯데는 SK, 두산은 한화가 부담스럽다. 롯데는 한화에게는 8승 3패로 강했던 반면, SK에게는 6승 6패로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두산은 SK에게는 10승 3패로 강했으나 한화에게는 4승 5패로 오히려 밀렸다. 다만 롯데와 두산 모두 아직 잔여경기가 남아있는 만큼 뒤집힐 수 있는 근소한 격차다. 

2약과의 전적 차이는 시즌 막판에 큰 나비효과로 되돌아올 수 있다. 5년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빛나는 디펜딩챔피언 두산이 현재 5위까지 추락하며 5강행조차 장담할수 없는 상황에 몰린 데는, 결국 다른 상위 4팀에 비하여 꼴찌 한화를 상대로 승수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것이 결정타였다. 

두산은 역시 지난 22-23일 한화와의 2연전에서도 뼈아픈 싹쓸이 패배를 당하며 징크스가 반복됐다. 공교롭게도 같은 기간 잠실 라이벌 LG는 SK를 상대로 순조로운 연승을 달성하며 두산과의 격차를 더욱 벌린 것과 대조된다.

LG가 두산보다 높은 순위에 위치한 것은 2014시즌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LG는 두산과의 상대전적에서는 올 시즌도  6승 1무 9패로 밀렸지만 하위권팀들을 상대로 착실하게 승수를 챙기며 격차를 벌렸다. 5위 두산과 3위권 간의 격차는 어느덧 4.5게임까지로 멀어졌으며, 아래로는 6위 KIA에게 불과 반게임차이로 추격당하는 신세가 됐다.

캐스팅보트 된 SK와 한화

그렇다면 2약간의 서열은 어떨까. SK는 한화와의 상대전적에서 11승 1무 4패의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올 시즌 SK가 상대전적에서 유일하게 앞선 팀이 한화다. 한화전을 제외하면 SK의 승률은 현재의 3할대(.330)에서 2할대(.270)까지 추락한다. 지난 9월 10일 SK의 최다 11연패 기록 불명예 행진을 끊은 것도 한화전이었다. 올 시즌 SK의 꼴찌추락을 막아준 것은 오롯이 한화 덕분이었다.

하지만 한화가 최근 상승세를 타며 다시 SK와의 격차를 좁혀오고 있는 반면, 연패 수렁에 빠진 SK는 유일한 믿을구석이던 한화의 맞대결조차 더 이상 남아있지 않다는 게 근심이다. 탈꼴찌와 최다패 기록을 둘러싼 SK-한화간 그들만의 자존심 싸움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남은 시즌 SK와 한화가 얼마나 선전해 주느냐에 따라 프로야구 순위판도에 엄청난 나비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8개 구단 중 두 팀과 가장 많은 경기를 남겨둔 것은 두산과 삼성(이상 10경기)이다.

특히 두산은 상대전적에 열세인 한화와의 맞대결이 무려 7번이나 된다는 것이 변수다. 그 다음으로 롯데(SK 4G-한화 5G)가 9경기, 키움(SK 5G-한화 3G)과 기아(SK 3G-한화 5G)가 각각 8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다. 유난히 힘겨운 한 시즌을 보내고 있는 두 팀이지만, 시즌 막판 프로야구 판도의 운명을 좌우할 유력한 캐스팅보트로 급부상하고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SK와이번스 한화이글스 프로야구상대전적 먹이사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