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쇼핑' 깨나 할 줄 아는 실속파들 사이에선 모바일 앱을 통한 중고거래가 인기다. 이제 두 살배기 아들을 키우는 내 친구도 중고거래 앱을 통해서 아이의 장난감이나 그림책 같은 것들을 종종 사는 모양이다. 금방 크는 아이에게 그때그때 필요한 육아용품은 중고로 사는 것이 훨씬 싸고 이익이라는 게 친구의 지론이다.
 
특히 '당근OO'과 같이 잘 알려진 중고거래 앱 사이트는 자신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방식이라 피차 '민낯에 슬리퍼, 추리닝 바람'으로 만나 쉽고 빠르게 직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말만 잘하면 '네고'도 가능하단다. 네고?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말이긴 한데… 이럴 땐 뭐니 뭐니해도 인터넷 검색이 상책이다.
 
'네고'는 '협상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 'Negotiate'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몇 년 전부터 중고거래 사이트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쓰이는 신조어라고 한다. 즉 "네고 가능한가요?"란 "깎아주실 건가요?"라는 뜻인 셈이다.
 
너나 할 것 없이 얄팍한 주머니 사정으로 마음마저 헛헛한 요즘, "네고 가능합니다!"처럼 귀가 솔깃해지는 말이 또 어디 있을까? 그래서 '네고'가 절실한 알뜰한 당신을 위해 '구독'과 함께 '좋아요'를 꾸욱 눌러주고 싶은 '신개념 가격 후려치기 예능'을 한 편 소개하려 한다.
 
'네고왕' 시민과의 인터뷰 한 피자 브랜드의 대구 본사를 찾기 전 광희가 시민에게 대구 사투리로 네고하는 TIP을 전수받고 있다

▲ '네고왕' 시민과의 인터뷰 한 피자 브랜드의 대구 본사를 찾기 전 광희가 시민에게 대구 사투리로 네고하는 TIP을 전수받고 있다 ⓒ 유튜브

 
'인싸(인사이더)' 재질 충만한 깨발랄한 남자 광희가 전국의 소비자를 대신해 "네고해 주세요!"를 외치는 <네고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네고왕>은 지난달 7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매주 금요일 6시 30분에 유튜브를 통해 공개되고 있다.
 
'기승전'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바로 '결'을 향해 돌진하는 기타 다른 웹 예능과 마찬가지로 <네고왕>의 콘셉트 역시 빠르고 단순하다. 광희는 일단 방송이 시작됨과 동시에 일반 시민들과 거리 인터뷰를 시도한다.

보이는 대로 즉석에서 인터뷰를 요청하고, 그날 방송에서 네고를 제안하게 될 해당 업체에 바라는 점과 궁금한 점을 묻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 개개인의 솔직한 건의 사항을 접수하고 나면, 네고할 준비 완료다.
 
그 다음 광희는 제작진과 함께 미리 약속된 업체의 대표를 찾아가 시민들의 의견을 가감 없이 전달한다. 그간 방송에서 광희는 유명 치킨 업체부터 대형 프랜차이즈 미용실, 갈비 체인점 본사, 세계적인 아이스크림 브랜드의 한국 지사까지 거침없이 찾아가 당당하게 '네고'를 주장했다.
 
그중 단연 화제가 된 것은 BBQ의 윤홍근 회장을 직접 만나 치킨 가격을 시원하게 후려치는 데 성공한 1회 방송이다. 한 달간 BBQ의 자체 앱을 통해 주문한 고객의 경우 치킨을 7000원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약서에 윤홍근 회장의 확인 지장을 받아낸 광희는 내친김에 방송 조회수가 500만이 넘을 경우 해당 브랜드의 광고 모델로 자신을 써 줄 것까지 요구한다.
 
그리고 4회차 방송 끝에 공개된 쿠키 영상에서는 윤홍근 회장이 광희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 조만간 만나야 될 것 같은데…"라는 떡밥을 던지며 조만간 시청자로 하여금 광희가 광고한 치킨을 맛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한껏 끌어 올렸다.
 
BBQ 측은 '네고왕'을 통해 진행된 BBQ 프로모션이 영상 조회수가 560만회를 기록하며 성황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또 BBQ의 자체 앱 가입자 수도 200만 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할인 행사로 인한 부담은 가맹점과 상관없이 본사가 책임졌다고 하니 기업과 가맹점주, 소비자까지 모두가 윈윈한 그야말로 '쿨거래'가 아닐 수 없다.
 
신선하고 재밌는 거리 인터뷰
 
'네고왕' 시민과의 인터뷰 2 무한리필 갈비점 본사에 네고하러 가기 전에 체인점을 찾아 알바생과 인터뷰를 시도하는 장면. 알바피셜, 본전은 몇 인분부터일까?

▲ '네고왕' 시민과의 인터뷰 2 무한리필 갈비점 본사에 네고하러 가기 전에 체인점을 찾아 알바생과 인터뷰를 시도하는 장면. 알바피셜, 본전은 몇 인분부터일까? ⓒ 유튜브

 
나는 이 프로그램에서 특히 시민들과의 거리 인터뷰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사실 광희의 인터뷰는 기술적인 면만 보자면 낙제점이다. 지나치게 산만한 데다가, 던지는 질문은 핵심을 비켜나가기 일쑤고, 게다가 목소리는 또 왜 그렇게 큰지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정신이 다 사납다.
 
그런데 묘하게 매력 있다. 아무 얘기나 지치지도 않고 떠들다가 시민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찐'으로 웃고 있는 광희는 연예인답지 않은 친근한 매력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그리고 그 전략은 제대로 적중했다. 나도 모르게 "저런 친구 한 명쯤 있으면 재밌겠는데?"라는 혼잣말이 절로 나온 것을 보면 말이다. 게다가 광희의 인터뷰에 응하는 시민들의 입담 또한 만만치가 않다.
 
동네 미용실 원장님과의 인터뷰에서(2화 미용실 편) 광희가 '어떤 손님이 제일 곤란하냐'고 묻자 그는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와서 똑같이 해달라는 손님을 꼽았다. 곧이어 그런 손님에게는 뭐라고 응대하느냐는 광희의 물음에 원장님의 대답이 과연 압권이다.

"손님, (사진과) 다르게 생기셨습니다!"
 
이 프로그램의 웃음에 지분이 있다면 광희 5에 시민 5다. 의외의 '케미'가 곳곳에서 벌어진다. 해학의 민족이라더니 그 말이 딱이다. 이렇게 잘 웃고, 잘 웃기고, 잘 노는 사람들이 코로나 시국 탓에 집에만 콕 박혀 있으려니 얼마나 좀이 쑤실까? '집콕' 생활에 지친 무료한 한국인을 위해 고민할 틈도 주지 않고 단시간에 바짝 웃기는 웹 예능의 시대가 도래했으니 그야말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하게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웹 예능 춘추전국시대에 나는 <네고왕>을 강력 추천한다. 정신을 쏙 빼놓는 광희만의 대체불가 인터뷰를 보는 재미와 더불어서 최악의 경제 불황에 맞서 기업과 소비자가 손잡고 함께 어려움을 타파해 보자는 의미있는 기획 의도에 큰 점수를 주고 싶기 때문이다.
 
방송 때마다 쏟아지는 쿠폰과 할인 행사 정보를 알뜰하게 챙기기 위해서라도 금요일 저녁 <네고왕> 본방 사수가 필수다.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네고'할수록 행복한 쇼핑, 놓치면 나만 손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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