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 3위 kt를 잡고 연패에서 탈출하며 5위 경쟁에 다시 뛰어 들었다.

허문회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2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2방을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8-0으로 완승을 거뒀다. 파죽의 5연승으로 단독 3위까지 치고 올라온 kt의 상승세를 잠재우며 연패에서 탈출한 롯데는 이날 키움 히어로즈에게 0-2로 패한 6위 KIA 타이거즈와의 승차를 2경기로 좁혔다(57승1무53패).

롯데는 에이스 댄 스트레일리가 7이닝1피안타2볼넷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11번째 승리를 챙겼고 8회부터 이인복과 진명호가 차례로 등판해 경기를 마무리했다. 타선에서는 손아섭이 멀티히트와 함께 2타점, 안치홍이 6회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은 가운데 최근 롯데의 1루수와 지명타자를 겸하고 있는 이 선수의 활약이 심상치 않다. 이날 결승홈런을 포함해 2안타2타점2득점으로 맹활약한 '빅뱅' 이병규가 그 주인공이다.

LG가 자랑하는 육성 선수 신화, 잦은 부상으로 번번이 좌절

대구 출신의 이병규는 경북고 졸업 후 한양대에 진학해 대학야구 최고의 타자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정작 프로 스카우트에게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할 4학년 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프로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외야수로는 다소 작은 신장(178cm)도 걸림돌이었다. 이병규는 2006년 LG트윈스에 육성선수로 입단했는데 당시만 해도 '적토마' 이병규(LG 타격코치)와 이름이 같다는 것 외에는 LG팬들에게 전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이병규는 입단 초기부터 퓨처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당시 LG의 외야는 이병규, 박용택, 이진영(SK와이번스 타격코치), 이대형, 이택근(키움)으로 이어지는 '빅5'가 활약하던 시절이었다. 결국 이병규는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1군에서 단 56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렇게 평범한 2군 선수에 불과했던 이병규가 본격적으로 1군 무대에 나타나기 시작한 시기는 박종훈 감독이 팀을 이끌던 2010년부터였다.

이병규는 2010년 LG의 주전 좌익수로 활약하며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300 12홈런53타점57득점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여기에 육성선수 출신이라는 스토리까지 더해 지면서 일부 LG팬들은 이병규를 입단년도가 같은 두산 베어스의 육성선수 신화 김현수와 비교하기도 했다(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은 김현수가 LG에 있고 이병규는 롯데로 떠났다). 하지만 이병규는 고질적인 무릎부상 때문에 LG구단과 팬들의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11년 무릎 부상으로 단 33경기 출전에 그친 이병규는 2012년 .318의 고타율을 기록하고도 69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하며 팀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던 2014년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한 이병규는 타율 .306 16홈런87타점이라는 좋은 성적으로 LG를 2년 연속 가을야구로 이끌었다. 건강한 이병규가 얼마나 팀에 큰 보탬이 되는 선수인지 몸소 증명했던 시즌이었다.

하지만 이병규는 2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2015년 옆구리 부상에 시달리며 70경기 만에 시즌을 접었고 2016년에는 103경기에 출전하고도 타율 .272 7홈런37타점이라는 평범한 성적에 그쳤다. 게다가 10월8일 '적토마' 이병규의 은퇴 경기에서는 이병규의 현역 마지막 안타 때 홈에서 아웃 당하며 레전드의 마지막 타점 기록을 날렸다(당시 이병규는 2사 후였음에도 3루를 돌며 뒤를 돌아보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시즌 막판에 증명된 38세 노장의 건재

채은성, 김용의, 이천웅, 이형종 등이 버틴 LG 외야에서 자리를 잃은 이병규는 2017년 단 19경기 출전에 그쳤고 시즌 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롯데 역시 간판타자 손아섭과 월드스타 전준우,그리고 FA로 영입한 민병헌으로 이어지는 강한 외야진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실적으로 이병규가 노릴 수 있는 자리는 외야와 1루백업, 그리고 왼손 대타요원 정도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병규는 2018년 채태인과 민병헌의 부상 이탈 속에서 1루수와 좌익수, 지명타자를 오가며 103경기에 출전해 타율 .273 10홈런39타점의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LG의 4번타자로 활약하던 2014년에 비하면 썩 대단치 않은 성적이었지만 그래도 2차 드래프트로 쫓기듯 팀을 옮긴 것을 고려하면 나름대로 새 팀에서 자리를 잘 잡은 셈이다. 하지만 LG시절부터 이병규를 괴롭히던 부상은 롯데에서도 끈질기게 이병규를 따라 다녔다.
 
이병규는 작년 시즌 종아리 부상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2군에서 보냈고 6월 말 1군에 올라와 8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158 무홈런 무타점1득점으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이병규는 올해도 8월 중순까지 1군은커녕 퓨처스리그에도 출전을 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은퇴수순을 밟는 듯 했다. 하지만 이병규는 8월말 퓨처스리그에서 타율 .357를 기록한 후 9월의 시작과 함께 전격 1군에 합류했다.

1군 합류 후 20경기에 출전한 이병규는 타율 .271로 그렇게 인상적인 타격을 선보이진 못했다. 하지만 20경기에서 4개의 아치를 그려내며 녹슬지 않은 장타력을 과시했고 20경기에서 15타점을 기록할 만큼 뛰어난 해결사 본능을 발휘하고 있다. 이병규는 22일 kt전에서도 2회 결승 솔로 홈런에 이어 6회에도 우익선상 적시타로 빅이닝의 시작을 알렸다. 특히 표본은 많지 않지만 올해 이병규는 .389(18타수7안타)의 득점권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병규가 이대호와 1루수 자리를 번갈아 맡으면서 시즌 막판 두 30대 후반 노장 선수들은 체력적인 부담을 줄인 채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물론 최근 7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이병규의 타격감이 시즌 끝까지 이어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은퇴가 임박했다고 여겨졌던 노장 선수의 건재는 신인급 선수의 약진 만큼이나 야구팬들에게는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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