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탐정>

<좀비탐정> ⓒ KBS2

 
서인도 제도 아이티 섬 부두교 의식에서 유래한 '살아있는 시체' 좀비는 이제 우리 문화 콘텐츠에서 더 이상 낯선 소재가 아니다. 조지 로메로의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1968) 이래로 주로 서구 공포 영화에서 활약하던 좀비는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을 계기로 한국에서도 더는 낯선 존재가 아니게 되었다.

지난해 초와 올해 초 조선시대 좀비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을 비롯해 지난 여름 개봉한 < #살아있다 >와 <부산행> 4년 후를 다룬 <반도>에서도 좀비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살아있는 시체인 좀비는 그저 '좀비적 본능'에 의해서만 움직인다. 그래서 좀비들은 어느 영화에 등장하든지 떼로 몰려다니며 살아있는 인간을 탐한다.

물론 예외도 있다. 2013년 개봉한 <웜 바디스>는 무기력하게 살아가던 좀비가 아름다운 소녀를 만난 뒤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그렸는데, 그 과정에서 좀비의 심장이 다시 뛰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사랑'이 좀비를 변화시킨 것이다. 지난 21일 KBS 2TV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좀비탐정> 역시 기존의 떼로 몰려다니던 좀비가 아닌 역설적이게도 '주체적'인 좀비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인간 세상에 던져진 좀비

쓰레기 더미에서 눈을 뜬 좀비(최진혁 분). 물론 그도 처음엔 자신이 좀비인 줄 몰랐다. 하지만 그는 창백한 피부부터 퀭한 두 눈, '으~' 하는 신음 소리 말고는 나오지 않는 목소리, 도무지 속력을 내지 못하는 발걸음, 그리고 배가 고파 잠시 정신을 잃고 쓰러진 후 깨어보니 자신의 주변에 피투성이인 채로 널브러져 있는 동물들까지... 그 장면을 목격한 뒤에야 그는 자신이 좀비가 됐음을 비로소 실감한다. 

'도대체 왜 내가 좀비가 된 것인가?' 그걸 알아내기 위해선 인간 세상으로 나가야만 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처음 공선지(박주현 분)를 만났을 때야 술 취한 사람으로 오해 받아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 상태로는 자신이 누구였는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좀비로 몰려 다시 한 번 죽음을 맞기 십상인 처지인 것이다. 그래서 좀비는 '좀비'인 자신의 모습을 세탁하기 위해 훈련에 돌입한다. 

젓가락을 문 채 발음을 교정하려 애쓰고, 폐허가 된 마을 회관 러닝머신에서 걷기 연습을 한다. 젓가락질 연습까지 하며 소근육을 키우던 좀비는 우연히 산 속에서 죽음을 당한 탐정 김무영의 옷을 입고 마을에 나타난다. 
 
 드라마 <좀비탐정>의 한 장면

드라마 <좀비탐정>의 한 장면 ⓒ KBS2

   
이렇게 <좀비탐정>은 그동안 드라마에서 인간을 괴롭히던 객체였던 좀비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그리고 인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고군분투 하는 모습을 좀비의 시각에서 보여준다. 그간 '괴물'로 그려진 좀비의 시각으로 드라마를 전개하며 그 역시 '울타리 밖 존재'로서 얼마나 고통을 당했을 것인가를 코믹하게 그려낸다. 그저 주체와 객체의 입장을 바꿔놓았을 뿐인데, 드라마는 그 자체로 서사를 이루고 웃음을 자아낸다. 

여전히 좀비의 본능에 따라 '인간'만 보면 그 '향긋한 냄새'에 자신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고 입을 '아~' 벌리고 마는 좀비. 하지만 인간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한껏 품은 좀비답게, 넘치는 식욕을 억누르며 혈색 없는 얼굴을 생기 있게 만들기 위해 비비 크림을 바르며 애쓴다. 그렇게 인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이의 코 묻은 돈이라도 벌기 위해 애쓰는 좀비의 모습은 그 자체로 블랙코미디가 된다. 특히 그가 돈을 벌기 위해 음식점 오프 이벤트에서 '좀비 춤'을 선보이는 상황은 '좀비 문화'와 '좀비'란 실체의 간극을 대비시키며 연민을 자아낸다.

<좀비탐정>의 또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건 넷플릭스 드라마 <인간 수업>을 통해 주목을 받은 바 있는 배우 박주현이 분한 공선지이다. <추적 70분>의 작가로 '산타 유괴 사건'에 대한 깊은 자괴감을 가지고 있던 공선지는 이와 관련된 실마리를 찾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는 중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녀의 성격은 매번 그녀를 경찰서 피의자 석에 앉히고, 직장은 다니지만 돈은 벌지 못해 언니에게 매를 벌고있는 처지다. 거기에 2편에서 그가 진심을 다해 어렵게 섭외한 목격자마저 괴한에게 피습을 당한다. 이 공선지가 앞으로 '좀비탐정' 김무영의 파트너가 되어 풀어가는 사건이 이 드라마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된다. 두 사람이 풀어가는 사건은 코믹을 넘어 흥미진진한 스릴러로서의 볼거리도 제공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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