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뮬란> 포스터

영화 <뮬란>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 <뮬란>은 전근대 사회의 여성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여성이지만 무예에 소질이 있고, 그것을 재미있어하는 뮬란(유역비)은 좋은 집안의 남자와 결혼하길 원하는 부모님 때문에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억누르며 사는 인물이다. 뮬란이 성장하는 시기에 그는 마을을 활발히 돌아다니며 하고 싶은 대로 산다. 그러나 성인이 된 이후에 그의 행동은 사회적 분위기에 이끌려 소극적으로 변해간다. 뮬란에게 성공적인 결혼은 가장 어울리지 않는 길이자 가고 싶지 않았던 길이다.
 
 영화 <뮬란> 장면

영화 <뮬란>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북쪽 오랑캐의 침략을 받아 국가에서 남자를 징집해갈 때, 집안의 유일한 남자였던 아버지(티지 마)도 전쟁에 나가야 했다. 그러나 뮬란은 아버지가 출발하기 직전에 자신이 남장을 하고 집을 몰래 빠져나온다. 이미 전쟁에 참여하면 위험해질 아버지를 지키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었던 일을 찾아 외부로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짐과 갑옷을 들고 전장으로 향하는 그의 모습에서 긴장감과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디선가 날아오는 불사조의 모습을 보며 자신의 의지를 굳게 다진다. 

불사조는 영화 속에 간간히 등장한다. 그것이 실제로 등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뮬란의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이미지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은 아버지를 지켜주었던 것이고, 뮬란이 살던 마을에서도 꽤 의미 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렇기에 불사조는 뮬란의 의지와 정신을 지켜주는 일종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실패에도 불구하고 뮬란은 당당히 다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간다. 

사실 뮬란은 영화 속에서 특정한 기를 타고난 것으로 그려진다. 원작 애니메이션에는 없는 설정이지만, 실사화 된 이번 영화에서 추가되었다. 어느 정도의 재능과 능력을 타고난 뮬란은 보수적 사회 시스템 안에서 그것을 일부러 억누르고 살아가지만 어떤 기회를 발판 삼아 자신의 의지대로 그 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진취적인 부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 <뮬란>에서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그 가진 능력을 발휘할 수 없게 억압하는 시스템이다. 

여전히 자신의 능력을 꺼내지 못하는 현대 여성들을 대변하는 서사

뮬란처럼 현대 여성들도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주변의 시선에 영향을 받아 자신이 전혀 가고 싶지 않던 방향으로 삶을 나아가기도 한다. 아무리 좋은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내세워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은 필요 없는 능력이 될 것이다. 영화 속 뮬란은 말 그대로 불사조처럼 여러 번 다시 일어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길을 스스로 열어나간다. 

영화 속 뮬란이 군대에서 훈련을 받고 자신을 최대한 감추며 행동할 때, 그것을 보는 관객들은 답답함을 느낀다. 그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영화는 '거짓'이라며 깎아내린다. 하지만 이것은 뮬란이 그 '거짓'된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사회적 시스템, 즉 환경적인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뮬란이 용기를 내어 공개적으로 자신의 비밀을 드러낼 때, 그를 처단하고 배척하려는 장군과 수하들의 모습은 기존 관습에 사로잡힌 잘못된 판단을 한다. 그런 배척과 비난이 이어진 후에도 뮬란은 자신의 동료, 넓게는 국가를 구하기 위해 다시 그들을 돕고 그들을 위해 싸운다.
 
 영화 <뮬란> 장면

영화 <뮬란> 장면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보리 칸(제이슨 스콧 리)과 함께 침략에 참여하고 있는 시아니앙(공리)은 왕국과 맞서 싸우는 여성 캐릭터다. 뮬란과 대결을 벌이며 일종의 영감을 주는 인물이다. 시아니앙이 뮬란의 이전 세대로서 남성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지만 주변인으로 머무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 그가 뮬란에게 어떻게 좋은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와의 대결 이후 뮬란이 왜 마음을 바꾸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뚜렷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시아니앙은 남성주의 사회에서 저평가되고 억압된 여성 캐릭터로 나오지만 그 캐릭터의 입체성은 떨어져 그저 뮬란의 변화를 위해 기능적으로 사용되고 소멸해 버린다. 

보리 칸의 존재와 그 세력들의 모습은 꽤 위압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결국 황제를 지키는 군사들에 비해 오랑캐 군사들의 규모는 압도적으로 보이지 않으며, 보리 칸의 복수하고자 하는 의지도 영화 속에서 공허하게 메아리 칠 뿐 감정적으로 크게 공감이 가지 않는다. 앞서 시아니앙의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뮬란의 능력을 뽐내기 위해 기능적으로 설정된 악당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진취적인 캐릭터를 퇴보시킨 시대착오적인 관념 

이런 악당의 활용도 측면에선 아쉽지만 영화 촬영 장면이나, 화면은 굉장히 아름답고 섬세하게 연출되었다. 전투 장면도 꽤 박진감이 넘치고, 뮬란이 격투를 하는 장면도 완성도는 높은 편이다. 디즈니 실사 영화답게 꽤 많은 비용으로 공들여 찍은 스펙터클이 영화의 중후반부를 가득 채우고 있다. 그래서 영화의 중반 이후 뮬란이 본격적으로 자신이 하고자 하는 행동을 하기 시작하면 굉장한 속도감으로 뮬란의 뒤를 따라간다. 배우 이연걸, 견자단 등이 영화의 주요 캐릭터로 등장하긴 하지만 이 영화에서 액션이 돋보이는 캐릭터는 유역비가 맡은 뮬란뿐이다. 

뮬란이라는 캐릭터가 선택하여 나아가는 길을 보는 관객들은 긍정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이 정말로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 당당히 막힌 벽 앞에 나아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 그 벽을 뛰어넘는 모습, 그리고 자신을 반대하고 거짓이라 배척하려고 했던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은 꽤 통쾌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가족과 효에 대한 내용은 너무 구시대적인 관념이어서 오히려 촌스럽게 느껴진다. 매우 진보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앞에 세우고도 사회의 낡은 시스템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남겨두고 있다는 면에서 캐릭터가 이야기하는 진취성을 오히려 퇴보시키는 점은 아쉽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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