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년 임기의 마지막 해를 맞이하는 LG 류중일 감독

LG 류중일 감독 ⓒ 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LG 트윈스는 올시즌 괜찮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21일 현재 62승 3무 48패 리그 4위다. 올시즌 KBO리그 중상위권의 승률이 인플레이션 조짐을 보이고 있음을 감안해도 .564는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던 2013시즌(.578) 이후 LG의 가장 높은 승률이다. 한때 선두권까지도 넘보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은 유력한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들어 LG의 행보를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에 불안감이 짙어지고 있다. LG는 9월 들어 7승1무 8패에 그치며 5할에도 못 미치는 승률에 그치고 있다. 지난 8월 16승 1무 8패 승률 .667의 고공비행을 거듭하며 월별 승률 1위에 올랐던 것과는 대조되는 행보다. 한때 7연승을 내달리며 선두 NC에 1게임 차이까지 접근했던 LG는 최근 격차가 4.5게임차까지 다시 벌어졌다. 5위 두산과는 2게임차이고, 6위 KIA와 2.5게임차에 불과하다. 자칫하다 이제는 가을야구 진출도 장담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9월 들어 충분히 이길 수 있었던 경기에서 불펜 난조로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는 경우가 늘었다는 것도 찜찜한 대목이다. 사실 LG는 올시즌 역전패 경기가 19회로 10개팀 가운데 가장 적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최근 한 주 동안만 세 번이나 경기 후반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허용했다. 지난 15일 한화전에서 7회에 4점을 내주며 5-6으로 역전패당했고, 18일 롯데전에서 7회와 8회 각각 2점씩을 내줘 3-5로 패했다. 급기야 20일 열린 잠실 라이벌 두산과의 최종전에서도 5-2로 앞서가다가 8회에 3점, 9회 박세혁에게 끝내기를 허용하며 5-6으로 허망하게 역전당하는 '대참사'급 경기가 벌어졌다.

두산과의 천적 관계를 좀처럼 극복하지 못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LG는 2015년에 8승 8패로 두산과 대등하게 경쟁한 것을 마지막으로 최근 5년 연속 상대 전적(27승 2무 52패, 승률 .333)에서 밀리고 있다. 특히 류중일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는 균형이 더욱 기울었다. 2018년에는 상대 전적 전패의 위기에 몰렸다가 최종전에서야 간신히 첫 승을 생기며 1승 15패를 기록했고, 2019년에도 6승 10패에 그쳤다. 류 감독 부임 이후 최고의 전력을 갖췄다는 올시즌에는 두산전 5할 승률 이상을 목표로 세웠지만 6승1무 9패에 그치며 또다시 설욕에 실패했다. 류중일호에서 LG의 두산전 성적은 3년간 13승1무34패(승률 .271)에 불과하다.

LG는 두산과 나란히 가을야구 티켓을 놓고 경쟁중이다. 두 팀 모두 5강행을 아직 확정짓지 못한 상황에서 순위경쟁에서 근소한 차이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설사 가을야구에 진출한다고 해도 이대로라면 두 팀이 포스트시즌 초반부터 만나게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심 올시즌 우승까지도 기대했던 LG로서는 '두산 트라우마'를 극복하지못하고서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다. LG는 올시즌 선두 NC(5승2무2패)에게 유일하게 상대전적에서 우위를 점한 팀이지만, 정작 두산이나 키움(6승10패)같은 서울 라이벌팀들에게는 유난히 약했다.

LG 부진의 또다른 원인으로 류중일 감독의 과도한 '나믿야구'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올시즌 LG 최악의 경기 중 하나로 꼽힐 만한 지난 20일 두산전 역전패가 대표적이다. 두산은 최근 4연패의 늪에 빠지며 LG보다도 분위기가 훨씬 좋지 않았고, LG는 라이벌전을 2연승으로 쓸어담고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LG 류중일 감독은 5-2로 앞서가던 경기 중반 핵심불펜 진해수를 무리하게 끌고가면서 스스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진해수는 이미 18일 롯데전(0.1이닝 5구)과 19일 두산전(1.2이닝 12구)에도 등판하여 이날이 벌써 3일째 연투였다. 물론 투구수는 많지 않았고 이날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진해수의 3일 연투 자체가 잘못된 선택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문제는 가뜩이나 연투로 구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진해수를 6회부터 조기 등판시켜서 8회까지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우려한 대로 진해수는 8회 고비를 넘지 못하고 1피안타 3볼넷 3실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하지만 진해수를 탓하기보다는 류중일 감독의 무리한 투수운영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훨씬 높았다.

일각에선 지나치게 쓰는 선수만 계속 기용하는 류중일 감독의 보수적인 선수 기용이 현재 LG가 맞닥뜨린 문제의 핵심이라고 본다. 류중일 감독의 리더십을 대표하는 이른바 '나믿야구'(나는 믿을거야 OO믿을거야)는 좋게 말하면 한번 믿음을 준 선수에 대한 강한 신뢰를 의미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쓸놈쓸'(쓰는 선수만 쓰는) 야구가 되기도 한다. 데이터보다 류 감독 개인의 주관적인 감을 중시하는 올드스쿨형 야구라는 평가도 있다.

과연 3점차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투수가 진해수밖에 없었을까. 3일 연투한 투수에게 꼭 멀티이닝까지 맡겨야했을까. 올시즌 프로야구는 예년과 달리 8월부터 기존 28인에서 33인으로 확대 엔트리를 적용하고 있다. 선수들의 혹사와 체력부담을 방지하고 선수활용폭을 다양하게 가져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막상 LG의 선수기용은 엔트리 확대 이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두산전 참사의 빌미가 된 불펜 운용의 경우, 전날 두산전에서 2이닝을 던졌던 최성훈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20일 경기에 내보낼 믿을만한 좌완 불펜요원은 진해수만 남은 상태였다. 남호가 있었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류 감독의 믿음을 아직 얻지 못하고 있다. 진해수의 부담을 덜어줄 불펜 투수의 보강은 없었다. LG의 확대 엔트리는 투타의 불균형이 심한 편인데, 그렇다고 백업 야수들을 적극적으로 기용하는 것도 아니다. 주전 중심의 경기운영을 선호하는 류 감독의 성향 때문이다.

성적이 좋을 때는 상관이 없지만, 경기가 안 풀리거나 주전들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변화를 줄 수 있는 카드가 한정되다보니 자칫 백업멤버들의 경기력과 동기부여만 떨어뜨리는 엔트리 낭비가 되기 일쑤다. 두산전 역전패를 비롯한 최근 LG의 좋지않은 흐름은 특정 경기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LG 벤치의 구조적인 문제가 누적되어 벌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장기레이스인 야구에선 때로 성적이 기복을 그리기도 한다. 다만 그러한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다. 류중일 감독은 항상 프로무대에서는 잡을 수 있는 경기를 확실히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그런데 LG는 최근들어 당연히 잡았어야할 경기를 어이없이 놓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것이 과연 일시적인 문제인지 아니면 벤치의 고집과 판단미스에서 초래한 위기인지 점검이 필요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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