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 장면.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 대구FC의 경기 장면. ⓒ 프로축구연맹

 
020 K리그1 정규라운드가 종료됐다. 20일 열린 최종 22라운드를 끝으로 상하위 6팀씩 A, B그룹으로 나뉘어 우승과 강등 전쟁을 펼치게 될 파이널라운드의 주인공들이 모두 가려졌다.

최종라운드는 '역대급 6위 전쟁'과 '수도권 팀의 몰락'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미 상위 5팀이(울산 현대-전북 현대-포항 스틸러스-상주 상무-대구FC) 일찌감치 파이널 A그룹행을 확정지은 가운데 남은 6위 한 자리를 놓고 무려 5팀이 물고 물리며 경합하는 구도였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6위 경쟁에서 마지막에 웃은 팀은 놀랍게도 '승격팀' 광주 FC였다.

박진섭 감독이 이끄는 광주는 20일 오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성남FC와의 정규라운드 최종 22라운드에서 2-0으로 승리했다. 6승7무9패 승점 25점이 된 광주는 이날 대구와 비긴 FC서울(7승4무11패)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뤘으나 다득점(광주 28골/서울 19골)에서 크게 앞서며 6위를 차지했다. 광주가 1부리그에서 상위스플릿에 오른 것은 창단 이후 최초다. 잔류가 현실적 목표였던 광주가 승격 첫해부터 놀라운 반전 드라마를 쓴 것이다.

광주는 21라운드까지만 해도 강원-서울에 승점 2점차로 뒤진 8위에 머물고 있었다. 성남과는 승점이 같지만 다득점에서 앞서고 부산과는 고작 1점차로, 최종라운드 결과에 따라 10위까지도 추락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더구나 최종전 상대는 역시 파이널A 티켓을 놓고 경쟁중인 성남과의 원정 경기였다.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잃을 게 없는 광주는 포기하지 않았다. 전반 18분 펠리페의 선제골과 후반 28분 두현석의 추가골이 나오며 성남에 2-0 완승을 거두고 이날 6강 경쟁을 펼치던 5팀 중 유일하게 최종 라운드에서 승리한 팀이 됐다. 광주에겐 행운도 따랐다. 광주보다 유리한 고지에 있던 강원이 먼저 선제골을 넣고도 후반 막판 수원에 내리 2골을 내주며 1-2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서울은 5위 대구를 상대로 박주영이 골대만 2번이나 맞히는 불운 끝에 0-0으로 비겼다. 두 팀 중 한 팀만 이겼어도 광주의 파이널A행은 좌절됐을 텐데, 기적같은 확률이 현실이 된 것이다.

광주는 2010년 창단 이후 두 번의 2부 강등과 1부 재승격을 넘나들며 짧지만 파란만장한 역사를 보냈다. 1부리그에서는 2016년 기록한 8위가 역대 최고성적일 만큼 늘 강등권을 전전하며 고전했다. 2018년부터 광주의 지휘봉을 잡은 박진섭 감독은 부임 2년 만에 K리그2 우승을 이끌며 팀을 1부리그로 끌어올린 데 이어, 승격 첫해에는 팀에 사상첫 파이널A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쓰며 또 한 명의 젊은 명장이 탄생했음을 증명했다.

울산과 전북의 치열한 선두 싸움도 흥미를 더했다. 울산은 22라운드 인천 원정에서 다소 고전했으나 1-0으로 승리하며 지난 라운드 전북전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났다. 전북 역시 홈에서 부산을 2-0으로 가볍게 제압하고 울산과의 격차를 유지했다. 울산은 승점 50점, 전북은 48점으로 여전히 2점차다. 양팀은 파이널라운드에서 또 한 번의 재대결을 펼치게 됐다. 울산은 올시즌 기록한 2패를 모두 전북에게만 당했다.

올시즌을 끝으로 K리그2 자동 강등이 확정된 '군대스리가' 상주가 4위에 오르며 의외의 선전을 보여준 것도 주목할 만하다. 상주는 외국인 선수 한 명 없는 군팀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국내 선수들의 저력을 앞세워 K리그1에서의 마지막 시즌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강상우, 오세훈, 문선민, 오현규 등 국내 선수들의 기량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거나 재발견해주는 기회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것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

반면 '서·성·수·인'의 동반 추락은 최종라운드가 만들어낸 최대의 이변으로 꼽힌다. K리그 수도권 4팀을 의미하는 서울-성남-수원-인천이 모두 상위 스플릿에서 전멸했다. K리그1에 승강제가 도입된 이후 초유의 사태다. 현재 4팀의 리그 순위는 각각 7-9-11-12위에 그치고 있다. K리그에서 가장 발전된 인프라와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수도권 구단들의 부진은 리그 흥행과 균형 차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두 팀을 합쳐 리그 우승 횟수만 무려 10회에 이르는 전통의 명가 수원과 서울은 사상 최초로 나란히 파이널B에서 라이벌전인 '슈퍼 매치'를 치르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였다. 두 팀의 초라한 위상 하락을 빗대어 나온 '슬퍼매치'라는 우스갯소리가 이제 정말로 현실이 된 셈이다.

서울은 성적부진으로 최용수 전 감독이 물러난 이후 김호영 감독대행 체제에서 중위권까지 어느 정도 반등에 성공했으나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뒤늦게 합류한 유럽파 기성용이 부상으로 거의 팀에 기여하지 못했고, 외국인 공격수 보강에 실패하며 드러낸 고질적인 골결정력 부족 문제는 끝내 상하위그룹의 운명이 갈린 최종전까지 발목을 잡았다.

수원 역시 이임생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사임한 이후 주승진 감독대행을 거쳐 현재 박건하 감독이 팀을 맡았지만 여름 이적시장에서 제대로된 전력보강이 전무했을만큼 소극적인 투자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나마 최종전에서 강원의 발목을 잡고 박건하 감독 부임 이후 첫승을 거둔 것은 본격적인 잔류-강등 경쟁이 펼쳐질 파이널B 라운드를 앞두고 한가닥 위안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시즌 초반 무패행진을 달리며 좋은 출발을 보였으나 역시 고질적인 득점력(22경기 19골) 난조와 뒷심 부족을 극복하지 못하고 한계를 드러냈다. 성남은 올시즌 안방에서 1승 3무 7패에 그치며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는데, 공교롭게도 상하위그룹의 갈림길이었던 최종전에서도 안방에서 광주에 완패하며 6강경쟁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작 유일한 홈 승리 상대가 우승후보 전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잡을 수 없는 도깨비팀같은 경기력은 파이널B에서도 극복해야할 숙제다.

인천은 시즌 초반부터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며 일찌감치 파이널 B그룹행이 예고된 상태였다. 하지만 15라운드까지 5무 10패에 그치며 강등이 확실시되던 인천은 조성환 감독이 부임한 이후로만 무려 4승을 챙기며 '잔류왕'의 명성을 회복했다. 10위 부산-11위 수원과는 불과 3점 차이로 파이널라운드 맞대결에서 얼마든지 뒤집기가 가능한 격차다. 다음 시즌 상주의 자동 강등(연고지 이전)이 확정되면서 올시즌 파이널B에서 2부리그로 내려가는 팀은 오로지 최하위 한 팀뿐이다. 올해 파이널B의 잔류 경쟁이 A그룹의 우승경쟁 이상으로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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