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비밀의 숲2>의 한 장면

드라마 <비밀의 숲2>의 한 장면 ⓒ tvN

 
tvN 토일 드라마 <비밀의 숲2> 11회가 전국 평균 6.8%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즌 1의 최고 시청률(6.6%)보다 높으니, 수치만 놓고 보면 순항 중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비밀의 숲2>에 대한 여론은 시즌1 때와 다르다. <비밀의 숲1>이 한국 드라마 역사상 최고의 장르물로 극찬받았다면, <비밀의 숲 2>는 팬들을 열광시키는 데에 실패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창크나이트'로 불리던 시즌1의 주역 이창준(유재명 분)을 그리워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많다.
 
지난 8월 초 첫 방송을 내보낸 <비밀의 숲2>는 여러 줄기로 이야기를 뻗어 나갔다. 시즌의 문을 연 통영 사건,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을 놓고 펼쳐진 검경협의회, 세곡지구대에서 벌어진 송 경사의 사망 사건, 한조 그룹의 경영권 다툼, 국회의원 남재익 의원의 아들 청탁 등 여러 이야기가 흩어져 있었다.

배경 지식이 필요한 주제인만큼 설명은 필수적이었다. 검경협의회 장면이 보여주듯, 이야기의 전개는 다량의 대사를 통해 이루어진다. <비밀의 숲> 시리즈가 장르물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는 드라마를 소비하는 시청자들에게 적지 않은 피로감을 준다.  
 
 드라마 <비밀의 숲2>의 한 장면

드라마 <비밀의 숲2>의 한 장면 ⓒ tvN


<비밀의 숲> 첫 시즌도 여러 이야기를 한 것은 마찬가지다. 그러나 후암동 살인 사건이 강력한 구심점으로 자리잡은 가운데, 김가영 사건과 영은수(신혜선 분)의 고군분투 등 서브 플롯 역시 이와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이는 시청자들을 몰입시키는 데 한몫 했다. '설계된 진실, 모두가 동기를 가진 용의자다'라는 메인 카피가 보여주듯이 황시목은 주변의 모든 인물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았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진실이 더욱 명료해졌다. 그런데 진영을 가리지 않는 황시목의 날카로움이 이번 시즌에서는 웬일인지 빛을 발하지 못 하고 있다.
 
시즌1은 첫회부터 인상적인 엔딩 장면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드라마에 있어 엔딩 장면의 힘은 중요하다. 아쉬운 인상도 단 한순간에 전복시킬 수 있고, 다음 이야기에 대한 관심을 폭발시킬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와 연출에 힘이 없어지다보니 엔딩 장면이 주는 인상도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최근 <비밀의 숲2> 방송분 중에서는 9화에서 박광수 변호사의 사망 모습을 다시 보여준 것이 대표적이다. 사실 이 선택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결정적이지 않은 장면임에도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테마곡이 흘러나와 고개를 갸웃하게 했다. 이 부조화 역시 문제점 중 하나다. 
 
인물에 대한 섬세한 묘사의 부재도 아쉽다. 시즌 1의 장점은 인물 간의 관계성에도 있었다. 감정이 없는 검사 황시목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경찰 한여진은 서로에게 상호보완적인 존재였다. 황시목과 이창준, 황시목과 영은수, 이창준과 이연재 부부. 특임 구성원들의 연대감 등 다양한 관계성이 이야기에 재미를 불어 넣었다. 그러나 시즌 2에서는 이와 같은 미덕이 많이 줄었다. 매우 많은 분량의 대사가 등장하지만, 그 중 대부분은 정치적, 전문적 언어로 점철되어 있다. 극 후반으로 접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시청자들은 '엘리트 검사' 우태하가 어떤 인물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왜 시청자들에게마저 침묵하나
 
 드라마 <비밀의 숲2>의 한 장면

드라마 <비밀의 숲2>의 한 장면 ⓒ tvN

 
시즌 2의 변곡점은 6화 말미 서동재(이준혁 분)의 납치 실종이었다. 시즌 1의 인기 캐릭터가 죽음의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충격적인 사건과 더불어 극에 힘이 붙었다. 황시목과 한여진이 공조를 통해 수사를 해 나가는 과정은 '비밀의 숲'다운 모습이었다.

시즌1에서 박무성 살인 사건이 진실을 파헤치는 계기가 되었듯, 서동재의 행보와 맞닿아 있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이 기대되었다. 정보부장 최빛(전혜진 분)과 검찰 형사법제단 우태하(최무성 분)이 진실을 은폐하고 있을 것이라는 암시도 등장했다. 그러나 호평받았던 7, 8화 이후 다시 전개는 느려졌다.
 
10화에서는 용의자가 경찰이라는 근거(경찰 시계)가 등장했다. 그러나 11화는 내내 목격자의 진술을 놓고 고민하다가, 그의 진술이 허위라는 것을 밝히며 이야기가 끝났다. 이야기에 확실한 구심점이 없었다. 시청자들에게 허무감을 안기는 전개다. 전체적인 서사를 이해하는 데에 있어 보지 않아도 상관없는 에피소드가 된 것이다.
 
 드라마 <비밀의 숲2>의 한 장면

드라마 <비밀의 숲2>의 한 장면 ⓒ tvN

 
백 경사(정동길 분)와 서동재의 아내(최희서 분)가 만나는 장면을 통해 두 사람의 감정 상태를 알 수 있었지만, 정작 <비밀의 숲 2>에는 시청자들이 알고 싶어하는 것들에 대한 설명이 없다. 12화 역시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던 것은 마찬가지다. 서동재의 행방에 대한 단서는 제공되지 않았으며, 검경협의회 토론은 뉴스 채널을 보는 듯 동어 반복을 할 뿐이었다. 종반에 박광수 변호사 사망 사건에 관한 이야기가 다뤄졌으나, 밝혀진 것은 없다.

한여진은 실마리가 없는 수사, 늦어지는 검경협의회에 한탄한다. 종영까지 2주를 남겨 놓은 시점이다. 한여진이 느끼는 답답함은 시청자가 느끼는 것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작품의 메인 카피는 '침묵을 원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이다. 아쉽게도, <비밀의 숲 2>는 시청자들에게마저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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