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다시 만난 날들> 포스터

영화 <다시 만난 날들> 포스터 ⓒ (주)영화사 오원

 
뭐든 다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시절이 지나 불쑥 어른이 되어 버린 대부분의 사람들. 바쁜 현실에 쫓기다 보면 잠시 놓아버린 것들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루가 지나간다. 시간에 떠밀려 반복되는 일상에 무력감까지 찾아올 때쯤, 지나간 전성기를 떠올리게 된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은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것들, 사느라 애써 잊었던 꿈을 곱씹게 만든다. 노스텔지어를 떠올리게 한다. 더불어 지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맞는 건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2030 세대들의 고민도 담겨 있다. 거기에 특유의 음색으로 중무장한 완성도 높은 OST는 어느새 하나의 캐릭터로 스며든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적인 음악이 영화를 지배한다.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심양찬 감독은 전작 <어둔 밤>을 통해 제21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작품상을 수상했다. 올해는 <다시 만난 날들>로 제16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에 선정되는 기쁨을 누렸다.

감독은 비전문 배우와 페이크 다큐를 만든 경험을 다시 한번 끄집어냈다. 이번 영화도 연기 경험이 없는 현직 뮤지션을 주인공 삼아 실제 소극장 공연에 온 것 같은 현장감을 추구했다. 전작이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를 향한 영화인들의 열정과 꿈을 담았다면 <다시 만난 날들>은 음악을 향한 열정과 꿈을 노래로 표현했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컷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태일(홍이삭)은 부푼 꿈을 안고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앨범 하나 없어 무기력한 상태다. 그야말로 열정이 바닥을 친 무명의 싱어송라이터이자 적당히 현실과 타협한 청춘일 뿐이다. 그날도 음악 작업을 하다 문득, 대학 밴드 시절이 떠올라 무작정 고향으로 향한다. 

음악 연습을 하던 교습소에서 같은 멤버였던 지원(장하은)과 재회한다. 지원은 잠시 일을 도와주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지만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을 다한다. 음악적 감각이나 기타 실력도 녹슬지 않았다. 매일의 충실함을 믿는 듯 조용하고 묵묵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지원이 가르치고 있는 '중2병' 청소년 밴드 디스토리어를 만난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태일의 꺼져버린 열정이 다시금 불타오르게 된다.

가을 감성 가득한 음악영화

영화 <다시 만난 날들>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행복했던 그 시절을 생각나게 한다. 과거를 떠올리고 미래를 그려보며 현재를 충실히 살고 있나 점검하게 만든다. 잘하고 싶지만 잘 안돼서 괴롭고, 늘 제자리인 것 같아 우울한 청춘들을 향한 처방전이다.

이야기는 크게 태일을 중심으로 구성되나 사랑, 꿈, 관계를 지원과 만들어 나가면서 성장한다. 혼자보다 둘이 좋은 이유,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 주변의 이야기처럼 자연스러운 공감을 끌어낸다. 두 사람은 친구이자 밴드의 멤버로 담백한 마음을 주고받는다. 마음을 고백하고 어색해져 버리기보다 음악을 매개로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는 관계를 유지한다.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컷

영화 <다시 만난 날들> 스틸컷 ⓒ (주)영화사 오원

 
영화엔 특별한 갈등이나 악인이 등장하지 않는다. 자극적이지 않고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대로 착실히 진행된다. 자칫 심심한 스토리 같지만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음악이 빈틈을 채운다. 영화의 음악은 대부분 음악감독으로 참여했다 주인공으로 발탁된 홍이삭이 담당했다. 마치 영화 자체가 한 장의 앨범 같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커진다. 귓가를 어루만지는 기타와 호소력 짙은 음색은 영화가 끝나도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든다. 온전히 듣고 느끼는 음악영화다.

어쿠스틱하고 투명한 음악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위로와 용기를 불어 넣는다. JTBC '슈퍼밴드'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홍이삭과 천재 기타리스트 장하은이 펼치는 음악의 진정성을 느껴볼 수 있다. 영화 <원스>의 무드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처럼 느껴진다. 또 필름 카메라, 사각거리는 연필과 지우개, 기타와 피아노, 파도의 청량함이 아날로그, 레트로 감성까지 동시에 사로잡는다. 오디션이나 소극장 콘서트를 관람하는 듯 생생한 감각을 일깨우면서 뮤지션이 만든 음악영화라는 인장을 확실히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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