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2사 2루 두산 박세혁이 역전 끝내기 안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2사 2루 두산 박세혁이 역전 끝내기 안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두산이 LG전 3연패에서 탈출하며 하루 만에 5위 자리를 되찾았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6-5로 역전승을 거뒀다. 전날까지 LG에게 3연패를 당했던 두산은 극적인 끝내기 승리로 LG전 3연패에서 벗어나며 이날 한화 이글스에게 3-11로 패한 KIA 타이거즈를 제치고 하루 만에 다시 5위로 올라섰다(59승4무49패).

두산은 선발 라울 알칸타라가 5이닝 동안 2개의 피홈런을 허용하며 5점을 내줬지만 6회부터 등판한 4명의 불펜투수가 4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으며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타선에서는 김재환이 3회 투런 홈런을 포함해 3타점을 기록한 가운데 이 선수의 투혼이 두산의 승리를 이끌었다. 8회까지 무려 4개의 사사구를 골라 출루한 후 9회에는 경기를 마무리하는 끝내기 안타를 터트린 두산의 안방마님 박세혁이 그 주인공이다.

상무에서 타격 실력 눈 뜬 후 백업 포수로 안착

박세혁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현역 시절 5개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와 1989년 한국시리즈 MVP에 빛나는 박철우 두산 2군 감독의 아들이다. 광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를 나와 해태 타이거즈에서 활약했던 '광주 토박이' 아버지와는 달리 서울에서 태어난 박세혁은 신일고를 나와 지난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7순위로 LG의 지명을 받았다. 하지만 박세혁은 프로 입단 대신 고려대 진학을 선택했다. 

대학에서 포수와 외야수를 오가며 활약하던 박세혁은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5라운드(전체 47순위)로 다시 두산의 지명을 받았다. 포수 중에서도 조윤준, 김민식(KIA), 김태우, 지재욱에 이어 5번째로 지명됐을 정도로 박세혁은 크게 주목 받는 유망주가 아니었다. 게다가 당시 두산에는 양의지(NC 다이노스)와 최재훈(한화)으로 이어지는 견고한 포수진이 있었기 때문에 박세혁은 2년 동안 24경기에 출전한 후 상무에 입대했다.

두산에 있었다면 주전은커녕 1군 잔류도 쉽지 않았던 박세혁에게 군입대는 매우 시의적절한 선택이었다. 2014년 61경기에 출전해 타율 .297 2홈런32타점을 기록한 박세혁은 2015년 100경기에 출전해 타율 .350 124안타 12홈런73타점을 기록하며 남부리그 타점왕에 올랐다. 박세혁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 왔을 때 아버지 박철우 코치는 한국시리즈 우승팀 두산의 1군 타격코치로 재직하고 있었다.

입대 전까지 미미한 존재감의 2군 선수에 불과했던 박세혁은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16년 어엿한 1군 선수로 성장해 있었다. 박세혁은 양의지와 최재훈이 부상으로 고전하는 사이 46경기에 선발 출전하는 등 87경기에 출전하며 두산의 백업 포수로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박세혁은 2016년 타율은 .209로 높지 않았지만 5개의 홈런과 23개의 타점을 기록하며 백업포수로서 만만치 않은 장타력을 뽐냈다. 

사실 양의지가 없는 상태에서 주전경쟁을 했다면 박세혁이 '완성된 수비형 포수' 최재훈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는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양의지라는 난공불락의 주전포수가 있는 두산에서 수비가 좋은 최재훈보다는 발이 빠르고 경우에 따라 외야 수비까지 가능한 박세혁이 백업으로 활용 가치가 더 높았다. 결국 두산은 2017년4월 최재훈을 한화로 보내면서 양의지를 잇는 2인자 포수는 다름 아닌 박세혁임을 확실히 인정했다.

우승포수-국가대표, 박세혁의 다음 목표는?

2017년 97경기에서 타율 .284 5홈런26타점을 기록한 박세혁은 2018년에도 89경기에 출전해 타율 .282 3홈런22타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18 시즌 양의지가 타율 .358 23홈런77타점으로 '역대급 시즌'을 보내면서 박세혁이 주전 자리를 넘볼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FA 자격을 얻은 양의지가 4년 125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받고 NC로 이적하면서 '만년백업'이었던 박세혁에게도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군복무를 마친 이흥련(SK 와이번스), 신예 장승현과의 경쟁에서 승리한 박세혁은 작년 시즌 무려 128경기에서 주전 마스크를 쓰며 양의지를 잇는 두산의 주전포수로 활약했다. 박세혁은 타율 .279 4홈런 63타점 58득점 8도루의 알토란 같은 성적으로 하위타선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했다. 특히 작년 시즌에 기록한 9개의 3루타는 역대 포수 최다 3루타 신기록이자 리그에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10개) 다음으로 많은 기록이었다. 

그토록 꿈꾸던 한국시리즈 우승포수에 프리미어12 대표팀에 선발되며 리그를 대표하는 포수로 성장한 박세혁은 풀타임 2년차를 맞는 올 시즌 슬럼프에 빠지고 말았다. 타율, 홈런, 타점 등 개인기록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것도 문제지만 김태형 감독이 지적한 것처럼 주전포수로서의 책임감이 떨어진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이에 지난 8월 중순에는 부상이 아닌 슬럼프 때문에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박세혁은 두산에 없으면 안 되는 핵심전력이었다. 박세혁은 최근 8경기 중 7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고 7타점과 9개의 사사구를 적립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팀에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6위로 추락했던 20일 LG전에서는 첫 두 타석에서 몸 맞는 공, 3,4번째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한 후 9회 마지막 타석에서 LG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이날 경기의 영웅이 됐다.

박세혁은 작년 10월 1일 NC와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9회말 두산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 짓는 끝내기 안타를 터트리며 작년 '미러클 두산'을 상징하는 얼굴이 된 바 있다. 이제 30여 경기 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리그 5위 두산이 작년 같은 기적을 바라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기적을 완성하는 사나이' 박세혁이 살아난 이상 남은 시즌 동안 두산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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