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가 마침내 가레스 베일과 세르히오 레길론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주제 무리뉴 2년차를 맞이하는 토트넘의 성패를 좌우할 중요한 전력보강이다.

웨일스의 슈퍼스타이자 토트넘이 배출한 최고의 월드클래스 선수중 한 명으로 꼽히는 베일은 7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2007년 여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베일은 팀의 주포로 성장하며 2013년 당시 최고 이적료 8500만 파운드를 받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다. 베일은 7년 동안 레알 마드리드에서 UCL 우승 4회-라리가 우승 2회 등 화려한 커리어를 쌓아왔으나, 말년엔 잦은 부상과 태업, 불화설 등에 휩싸인 끝에 전력 외로 분류되며 미운 오리새끼로 전락했다.

친정팀으로 복귀

그동안 지나치게 높은 몸값 때문에 타 구단 이적도 쉽지않았던 베일은 결국 1년 임대 형식이라는 절충안을 통하여 토트넘에 복귀하게 됐다. 토트넘은 합리적인 지출로 거물급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했고, 베일은 레알은 구단과 불편한 관계에 있던 베일을 정리할 수 있게되어 상호 이해관계가 잘 맞아떨어졌다. 베일은 자신의 전성기가 시작된 친정팀에서 새로운 동기부여와 함께 부활을 노릴수 있게 됐다.

레길론의 완전 영입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레길론 역시 지네딘 지단 감독 체제의 레알에서는 많은 기회를 얻지못했으나 지난 시즌 임대 이적한 세비야에서 왼쪽 풀백으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팀의 리그 4위와 유로파리그 우승을 이끈 바 있다. 토트넘은 96년생으로 이제 20대 중반에 접어드는 레길론을 5년 계약으로 영입하며 약점으로 꼽히던 풀백 포지션을 단숨에 보강할수 있게 됐다. 영국 <기브미스포츠> 등 현지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베일의 임대 비용은 약 2000만 파운드(약 302억 원)이며, 레길론의 이적료는 2700만 파운드(약 408억 원)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베일과 레길론의 영입이 토트넘에 미칠 영향, 그리고 '한국축구의 간판' 손흥민과의 시너지 효과는 국내 팬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다. 그동안 투자에 인색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토트넘은 이미 피에르 에밀 호이비에르, 조 하트, 맷 도허티 등에 이어 전 포지션에 걸쳐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이뤄냈다.

특히 베일과 레길론은 어중간한 선수나 유망주가 아니라, 두 선수 모두 최고의 클럽인 레알에서 주전급으로 활약했고 유럽클럽대항전에서 정상까지 올라본 경험이 있는 검증된 클래스의 선수들이다.  토트넘은 올시즌 리그 빅4 재진입을 비롯하여 유로파리그와 FA컵 등에서 정상을 노리고 있다. 그간 '우승 DNA'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토트넘에 우승 경험을 갖춘 정상급 선수들의 영입은 화룡점정이 될수있을 전망이다.

베일은 기존 토트넘의 공격라인을 이끌고 있는 해리 케인-손흥민과 함께 스리톱의 삼각편대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벌써 세 선수의 이름 앞글자를 딴 'K·B·S' 트리오라는 표현이 등장했을 정도다. 과거 레알 마드리드 시절의 BBC(벤제마-베일-호날두), 바르셀로나의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 리버풀의 마누라(마네-피르미누-살라) 등에 버금가는 또다른 역대급 공격조합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베일은 토트넘 시절에는 주로 왼쪽 측면 공격수로 활약했으며 세트피스에서도 전담 키커로 활약했다. 현재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포지션이나 역할과 겹칠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두 선수 모두 좌우 윙포워드에서 투톱의 처진 공격수까지 소화할수 있는만큼 공존에 큰 어려움은 없을 전망이다.

베일은 레알에서 더 탐욕적인 호날두와도 문제없이 공존한바 있으며, 손흥민은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수있어서 어느 위치에서도 골을 노릴수 있다. 베일과 손흥민모두 스피드를 활용한 공간침투와 치고 달리기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선수들이고, 역습 상황에서 이들을 동시에 견제해야하는 상대팀에게는 그야말로 악몽이 될 수 있다.

어느덧 EPL 정상급 선수로 자리잡은데다 전성기에 접어든 손흥민의 팀내 위상을 감안하면, 베일은 포지션을 위협하는 경쟁자라기보다는 파트너이자 도우미에 가깝다. 베일의 가세로 주전경쟁을 걱정해야할 선수들은 손흥민보다는 루카스 모우라나 스티븐 베르흐베인, 에릭 라멜라 등이 될 전망이다.

레길론의 활약 여부도 손흥민의 능력을 극대화하는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다. 토트넘은 세르주 오리에와 대니 로즈의 부진으로 풀백 포지션이 고질적인 약점으로 거론되어왔다. 수비가담을 중시하는 무리뉴 전술의 특성상, 측면 공격수인 손흥민이 윙백처럼 수비 부담을 안게되는 경우가 늘어났고, 이는 체력적인 과부하로도 이어졌다. 세비야 시절의 레길론은 풍부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한 오버래핑 능력은 물론이고 축구지능이 뛰어나 빌드업에도 부분적으로 관여할수 있는 공격형 풀백으로 성장했다. 만일 손흥민과 같은 라인에서 뛰게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수 있다.

중요한 변수

물론 마냥 낙관적인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일은 레알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경기에 나서지못하면서 전성기에 비하여 경기감각이나 기량이 떨어진 상태다. 유리몸 소리를 들을만큼 잔부상도 잦다. 데뷔 이래 줄곧 스페인 무대에서만 뛰었던 레길론은 EPL의 거친 압박과 몸싸움에 대한 적응기간이 필요할수 있다.

두 선수의 영입으로 인한 선수단 재정비도 시급한 과제다. 대니 로즈를 비롯하여 라이언 세세뇽, 후안 포이스, 파울로 가자니가, 에릭 라멜라 등이 방출명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토트넘은 이들을 처분함으로서 얻은 비용으로 이번엔 케인을 받쳐줄 수 있는 최전방 백업 공격수의 영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새로운 자원들을 전술적으로 팀에 녹여내야할 무리뉴 감독의 리더십이 가장 큰 변수다. 이적시장에서의 호재와는 별개로, 토트넘은 지난 에버턴과의 리그 개막전에서 0-1로 패배한데 이어, 로코모티브 플로브디프와의 유로파리그 예선에서도 2-1로 간신히 역전승하는 등 연이은 졸전으로 초반부터 무리뉴 축구의 완성도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토트넘은 막강한 최전방 스리톱의 이름값에 비하여 이들을 지원해줄 중원의 무게감이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무리뉴 감독과 불화설이 거론되고있는 델레 알리는 최근 1~2년간 폼이 지속적인 하락세다. 무사 시소코, 은돔벨레, 윙크스, 로 셀소, 호이비에르 등은 중앙 미드필더 자원은 많지만 인테르로 떠난 에릭센같은 창조적인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해줄만한 선수가 마땅치 않다.

여기에 측면을 활용한 비대칭 전술을 즐겨 구사하는 무리뉴의 특성을 감안할 때, 베일이나 레길론을 더 공격적으로 활용하려면 상대적으로 희생하는 선수가 필요하다. 그동안 손흥민이 무리뉴 축구에 종종 윙백처럼 기용되었던 이유다. 손흥민이 공격적으로 나선 경기에서는 루카스 모우라나 베르흐베인이 반대편에서 수비와 연계에 더 주력하는 패턴이었다. 30대에 접어든 베일이 수비가담이나 활동량에서 더 이상 장점이 있는 선수가 아니고, 레길론도 공격적인 성향이 대단히 강한 풀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과 나란히 함께 뛰는 경기에서는 상대적으로 손흥민이 이타적인 역할을 더 강요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무리뉴 감독은 개성이 강하거나 한번 자기 눈밖에 난 선수들과는 종종 불협화음을 빚었던 전적이 있다. 토트넘에서도 알리, 로즈, 은돔벨레 등과 갈등을 빚기도 했다. 무리뉴가 이전 소속팀에서 경질당한 것도 주축 선수들과의 불화로 인하여 라커룸에서의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비롯됐다. 레알에서 태업 논란이 있었던 베일을 비롯하여, 요리스-케인 등 팀내 영향력이 큰 스타급 선수들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하면서 팀 분위기를 휘어잡을수 있느냐는 무리뉴와 토트넘의 올시즌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할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가레스베일 레길론 손흥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