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오후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18일 오후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 KBS2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평소에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이 우리의 삶 속에서 길을 잃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스포츠 경기와 대중 예술 공연이다. 관중들의 열기와 응원이 경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스포츠와 가수나 배우, 그리고 객석의 호흡에 따라 공연의 완성도가 달라지는 대중 예술 공연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수인 코로나19는 그야말로 치명적인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스포츠계와 공연계에서는 코로나19 시대를 버텨내기 위한 새로운 길을 찾아냈다. 바로 무관중 경기와 온라인 공연이다. 실제로 각 국의 프로 스포츠들은 무관중 경기를 통해 시즌을 치르고 있고 공연계에서도 온라인 공연을 통해 팬들을 만나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빌보드 차트를 점령한 국내 최고의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온라인콘서트를 성황리에 개최해 전 세계 '아미'들을 열광시켰다. 

방송가에서도 크고 작은 온라인 공연들을 통해 시청자들의 갈증을 풀어주고 있다. 지난 3월 MBC의 <놀면 뭐하니>에서 진행했던 '방구석 콘서트'를 시작으로 TV조선의 <미스터 트롯 콘서트> 등 각 방송국의 비대면 공연이 시청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KBS에서도 18일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통해 100분짜리 온라인 콘서트를 방송했다. 바로 올해 데뷔 12주년을 맞는 아이유의 온라인콘서트 <유희열의 스케치북 '아이유, 좋은 날'>이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과 함께 성장한 아이유
 
 18일 오후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18일 오후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 KBS2

 
지금이야 많은 선후배 뮤지션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은 가수가 됐고 후배 아이돌들에게는 롤보델이 됐지만 아이유는 지난 2008년 <미아>로 데뷔할 때만 해도 크게 주목 받는 가수가 아니었다. 물론 중학교 3학년의 어린 나이에 발라드 곡으로 데뷔하는 가수가 흔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효리,소녀시대,원더걸스가 활발하게 활동하던 2008년은 만15세에 이별을 노래하는 소녀 가수에게 관심을 가질 만큼 우울하지 않았다.

아이유는 2009년4월 정규 1집을 발표하며 타이틀곡 < Boo >를 통해 발랄한 이미지로 변신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다. 그러던 2009년7월, 아이유는 한 심야 음 악프로그램에 출연해 가수 활동에 큰 전환점을 맞았다. 아이유는 소녀시대의 < GEE >,빅뱅의 <거짓말>, 주니어의 < Sorry Sorry >를 어쿠스틱 버전으로 부르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아이유를 바라보던 MC 유희열은 '매희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이유는 <스케치북> 출연을 계기로 대중적 인지도가 부쩍 상승했고 2010년 <잔소리>와 <좋은 날>이 대히트하면서 단숨에 '대세'로 떠올랐다. <스케치북>과 아이유는 당연히 서로에게 애틋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아이유는 활동기간은 물론이고 앨범이 나오지 않았을 때도 꼬박꼬박 <스케치북>에 출연해 다른 방송에서 들을 수 없었던 근황을 들려 주거나 순위프로그램에서 들을 수 없는 노래들을 들려주곤 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스케치북>에 출연해 400회가 될 때까지 무려 11번이나 <스케치북>에 출연한 아이유는 지난 2013년 200회 특집에서 <스케치북>의 의미를 묻는 유희열의 질문에 '컴백의 이유'라고 답하기도 했다. 때론 비의 < Rainism > 안무를 따라 하다가 유희열의 비웃음을 사기도 하고 <첫 이별 그날 밤>을 부르다가 음이탈이 나기도 했지만 이 모든 '흑역사'들도 <스케치북>이기 때문에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이유는 지난 8일 자신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제작한 페이크 인터뷰 '신입사원 이지동의 ASMR'을 통해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는 올해 콘서트 계획이 없다는 사실을 전하기도 했다. 시국이 시국인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최소 3~4시간, 길면 5시간을 훌쩍 넘는 알찬 콘서트를 하기로 유명한 아이유이기에 팬들의 아쉬움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이유는 콘서트 무산의 아쉬움을 <스케치북>의 온라인 콘서트로 달래줬다.

초창기 히트곡부터 최신곡까지, 아이유의 선물
 
 18일 오후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18일 오후 방송된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한 장면 ⓒ KBS2


<스케치북>은 아이돌부터 트로트가수, 인디 뮤지션까지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거의 모든 현역 뮤지션들이 출연할 수 있는 지상파 유일의 음악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한 주에 3~4팀의 가수가 출연해 시간을 분배하는 <스케치북>에서도 가끔 한 가수에게 방송시간 전체를 할애할 때가 있다. 지난 2014년 완전체로 다시 뭉친 지오디편이 그랬고 2016년 좀처럼 TV 활동을 하지 않는 박효신편이 그랬다.

아이유 역시 지난 2017년 '스케치북이 낳은 금 쪽 같은 내 새끼' 편에서 75분의 방송시간을 홀로 책임진 바 있다. 하지만 당시 방송은 아이유의 콘서트가 아닌 단독 게스트 형식으로 진행됐기에 단독 공연을 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다. 물론 실제 아이유의 콘서트를 많이 관람했던 관객들에게는 짧은 시간이었고 무관객의 허전함은 어쩔 수 없지만 금요일 심야시간 아이유의 노래들은 시청자들의 귀를 정화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사실 가수들은 단독콘서트를 하게 되면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기 위해 여러 가지 무대장치나 퍼포먼스를 준비한다. 하지만 아이유에게는 복잡한 무대장치나 퍼포먼스는 필요하지 않았다. 아이유가 가진 목소리가 듣는 사람에게 확실한 만족감을 가져다 주는 가장 좋은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날도 아이유는 <금요일에 만나요>, <마음>, <밤편지>, <너랑나>, <좋은 날> 등 대중들에게 익숙한 히트곡들을 들려줬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을 위한 퍼포먼스를 게을리한 것도 아니다. 아이유는 콘서트 무대마다 함께 다니다가 데뷔 10주년을 맞아 '강제 은퇴'시켰던 마쉬멜로우 인형탈을 쓴 백댄서들을 다시 소환해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지난 2018년 데뷔 10주년 기념으로 발표했던 <삐삐>와 BTS 슈가와 협업했던 <에잇>, 음원차트와 음악방송 1위를 휩쓸고도 정작 TV에서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 Blueming > 등의 무대를 처음 선보이기도 했다.

사실 아이유는 데뷔 12주년을 맞아 기념 콘서트를 위해 잠실 주경기장을 대관해 뒀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콘서트 계획이 전면 취소됐고 <스케치북>을 통한 비대면 온라인 콘서트를 통해 12주년 기념 공연을 대신했다. 하지만 아이유는 아쉬운 내색 없이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음악을 들려줬다. 이 방송의 유일한 아쉬움은 4~5시간씩 콘서트를 하는 '공연요정' 아이유에게 고작 100분의 시간 밖에 방송시간을 편성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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