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비저블맨> 포스터

영화 <인비저블맨> 포스터 ⓒ 유니버설픽처스코리아


영화 <인비저블맨>은 주인공 세실리아(엘리자베스 모스)가 자신의 집을 탈출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탈출하는 그의 행동을 보면, 그가 남편 애드리안(올리버 잭슨 코헨)을 얼마나 경계하는지, 두려워하는지 잘 알 수 있다. 마치 엄청나게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는 첩보원처럼 그는 집안 곳곳의 알람을 끄고, 카메라까지 신경 쓰며 겨우겨우 탈출에 성공한다. 

영화는 세실리아가 왜 탈출하는지 사전 정보를 주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저 추측할 수밖에 없다. 맨 처음 탈출 장면에서 남편이 뒤늦게 따라와 보이는 모습을 통해 그가 폭력적인 성향일 거란 생각을 할 뿐이다. 그 이후 언니와 형부의 집에 머무르는 세실리아는 극도로 예민한 모습을 보인다. 심지어는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는 모습은 그가 가지고 있는 트라우마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를 잘 보여준다. 결국 세실리아는 가족들에게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남편의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성향을 이야기하면서 자연스럽게 그것을 극복하려고 노력한다. 

애드리안의 죽음은 영화에서 꽤 중요한 사건이다. 세실리아가 두려워했던 존재가 사라지면서 영화 속 등장인물들이 모두 마음을 놓게 되고, 세실리아조차도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영화 <인비저블맨> 장면

영화 <인비저블맨> 장면 ⓒ 유니버설픽처스코리아

 
세실리아는 남편에게 세세한 행동까지 모두 통제받는 인형 같은 존재였지만 그 사실은 특별한 물증이 없는 터라, 그저 그 자신의 말로만 전해질 뿐이다. 하지만 애드리안은 사회적으로 꽤 유능한 박사이자 사업가였고, 신뢰받던 인물이기 때문에 세실리아의 말만으로는 타인을 설득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세실리아를 통제하던 인물이 사라져 버렸다는 것은, 그가 더 이상 이런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설득하려 노력할 필요가 없게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편의 죽음 이후 세실리아는 보이지 않는 어떤 존재가 있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고 실제로 밤에 이불이 떨어지고,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때부터 세실리아는 다시 고립되기 시작한다. 그는 애드리안이 아직 죽지 않고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피해를 이야기 하지만 가족조차 그 말을 믿지 않는다. 그렇게 세실리아 주변 사람들은 그가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고 여기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우리 사회에서도 종종 비슷한 사건이 벌어진다. 가해자가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을 때, 더불어 피해자의 증언 이외에 다른 증거가 없을 경우, 적지 않은 사례에서 피해자에게도 비난이 쏟아진다. 꽤 많은 시간이 지나고 피해자가 혼자 고군분투하여 자신의 말이 맞다는 것을 증명해 나갈 때야 비로소 그런 비난에서 벗어나지만, 이미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그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모든 것은 피해자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피해자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사회
 
 영화 <인비저블맨> 장면

영화 <인비저블맨> 장면 ⓒ 유니버설픽처스코리아

 
영화 <인비저블맨>의 세실리아는 아무도 본인을 믿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주변의 가족에게까지 그 피해가 확산되자 스스로 그 문제를 해결하려 나선다. 자신의 힘으로 그 문제에 부딪히려 한 그의 모습은 그 전과는 확실히 달라 보인다. 카메라 공학 기술을 이용해 몸을 숨긴 남편 애드리안에게 다시 접근하여 처음 탈출했던 집으로 다시 돌아가는 장면은 아무 정보 없이 보면 그저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부부처럼 보인다. 하지만 관객들은 엄청난 긴장감을 가지고 세실리아의 행동 하나 하나를 가슴 졸이며 볼 수밖에 없다. 

영화 속 세실리아가 받은 피해는 끝내 다른 사람에게 이해받지 못한다. 아마도 영화 속 상황이 모두 끝난 이후에나 남편의 악행이 드러나겠지만 그건 이미 세실리아가 주변의 온갖 비난을 모두 받아낸 이후다. 그가 다시 정상적인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혼자 모든 것을 이겨내야 한다는 것은 변함없다. 다르게 보면 그 모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 그 상황을 이겨내고 결국 해내고 마는 그의 모습은 포기하지 않으면 결국 해낼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영화 <인비저블맨>은 굉장히 훌륭한 공포영화다. 특히나 보이지 않는 남편 애드리안이 벌이는 행동들을 보여주기 위해 카메라로 특정한 곳을 가만히 비추며 아주 작은 사소한 효과들을 넣었는데, 그 과정에서 공포가 극대화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형부 집에 머물던 세실리아가 집 밖으로 나간 뒤 날씨가 추워 입김을 뱉으며 주변을 살피는데, 처음 주변을 비추는 카메라에는 아무도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다시 세실리아를 비추는 카메라는 그의 옆에 아주 작은 입김을 보여주며 공포감을 만들어낸다. 이후에 집안과 병원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과 추격 장면도 과거 투명인간 영화보다 디테일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해 시각적으로도 훌륭한 공포영화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인비저블맨 공포영화 피해자 투명인간 엘리자베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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