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 홋스퍼의 2019-20시즌 이야기를 다루며 국내에서도 큰 화제를 모았던 스포츠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올 오어 낫띵(All or nothing)'이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모 아니면 도' 정도의 의미가 된다.

다니엘 레비 회장에서부터 해리 케인, 델레 알리, 위고 요리스, 그리고 한국축구의 자존심 손흥민까지 토트넘을 대표하는 여러 등장인물들이 출연하지만, 그중에서도 실질적인 '주인공'을 한 사람만 꼽으라면 역시 주제 모리뉴 감독이다. '스페셜 원'이라는 너무나도 유명하고 멋진 별명으로 불리우며 유럽축구를 대표하는 명장이자 우승청부사로 불리우는 모리뉴 감독은, 축구외적으로도 화려한 어록과 일화, 사건사고 등으로 유독 많은 화제를 몰고다니는 '셀럽형' 감독이기도 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 감독이 시즌 초반 성적부진으로 경질된 이후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모리뉴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침체에 빠져있던 팀을 반등시키기 위하여 고군분투했다. <올 오어 낫띵>에서는 그 과정이 생생하게 묘사된다. 모리뉴가 팀에 부임하여 어떻게 선수단과 관계를 형성하고 라커룸을 장악해가는지, 위기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통하여, 피치 위에서와는 또다른 모리뉴 감독의 인간적인 모습과 축구 지도자들의 애환을 보여준다. 방송을 통하여 모리뉴에게더 호감을 느끼게 되었다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다.

 
 경기 후 모리뉴 감독과 손잡는 손흥민

경기 후 모리뉴 감독과 손잡는 손흥민 ⓒ EPA/연합뉴스

 
모리뉴 감독의 리더십 엿볼 수 있는 장면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모리뉴 감독을 마냥 긍정적으로 묘사하기만 한 것은 결코 아니다. <올오어 낫띵>에는 모리뉴 감독의 리더십이나 축구관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장면들이 몇 차례 등장한다.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하프타임때 라커룸에서 모리뉴 감독은 "축구에서 착한 놈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며 "승자가 되고 싶으면 나쁜 놈이 되라"고 요구한다. 이미 경고를 한차례 받은 선수를 퇴장시키기 위하여 더욱 거칠게 도발해 오는 상대팀의 신경전에 밀리지 않고 강하게 맞불을 놓으라는 지적이다. 방송에서 비치는 모리뉴 감독의 라커룸 대화는 전술적인 설명을 중시하는 감독들보다 선수들의 심리를 자극하여 동기부여를 유발하는 발언들이 훨씬 많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모리뉴 감독의 성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주축 선수의 연이은 부상에 대하여 짜증을 부리는 모습도 있다. 팔부상을 당하여 장기결장이 우려되는 손흥민의 상태를 두고 정밀검진을 요구하는 토트넘 의료진에게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손흥민은 경기에 뛰어야해"라고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자리를 뜨는 대목이 있다. 의료진도 그에 지지 않고 "선수가 경기에 뛸 수 있는 상태인지 허락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며 응수하는 것이 백미다.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던 손흥민과 위고 요리스의 에버턴전 충돌 사건도 실질적인 배후는 모리뉴 감독이었다. 토트넘은 앞선 경기에서 부진한 성적으로 다음 시즌 UCL 티켓이 주어지는 톱4 경쟁에서 멀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선수들이 이에 대하여 스트레스가 누적되고 있는 과정이 다큐에서는 좀더 세밀하게 다뤄진다.

모리뉴 감독은 팀을 위하여 더 희생할 것을 요구하고 더 강한 집중력과 책임감을 강조하며 선수들을 몰아 붙인다. 국내에서는 손흥민에 대한 인종차별 논란으로 더 이슈가 되기는 했지만, 다큐에서는 손흥민과 요리스의 다툼 뒤에 바로 이어진 모리뉴 감독의 '일장연설'을 통하여 토트넘 선수들이 근성을 되찾고 다시 똘똘 뭉치는 계각 됐다며 긍정적 방향으로 묘사된다. 

최근 불화설이 나오고 있는 델레 알리와의 일화도 눈에 띈다. 모리뉴는 레비 회장과의 대화에서 알리의 재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정작 알리와의 면담에서는 '게으르다'고 대놓고 쓴소리를 한다. 모리뉴는 "'탑 레벨에 오른 선수'와 '탑레벨의 재능이 있었지만 그에 도달하지 못한 선수'의 차이를 언급하며, 이대로 가다간 언젠간 후회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 장면을 보고난 이후, 2020-21시즌 에버턴과의 개막전에서 0-1로 패배한 이후 모리뉴 감독이 선수단의 경기력과 자세를 지적하며 "게으르다"고 불만을 토로했던 인터뷰 장면과 겹쳐지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당시 알리는 에버턴전에서 부진을 보인 이후 교체됐고 유로파리그 로코모티브 플로브디프 원정에서는 아예 명단에서 제외됐다. 알리는 최근 모리뉴 감독과 불화설이 거론되며 이적설까지 거론되고 있다. 모리뉴 감독은 가는 팀마다 호날두, 에당 아자르, 디에고 코스타, 폴 포그바, 앙토니 마샬 등 개성과 자존심이 강한 젊은 스타들을 포용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었던 전적이 있다.

호평에도 불구, 비판적 시선도 존재

<올 오어 낫띵>은 일반 팬들이 접하기 어려운 프로 축구의 내부 세계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영국 현지는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판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모리뉴의 행보나 지난 시즌 토트넘의 부진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지적 때문이다.

토트넘의 올시즌 출발은 그리 좋지 않다. 에버턴과의 개막전에서 졸전 끝에 패했고, 로코모티브 플로브티프와의 경기에서는 전력상 몇 수 아래로 꼽히는 약체팀을 상대로 선제골을 내주며 고전한 끝에 겨우 역전승했다. 상대가 2명이나 퇴장당하고 페널티킥까지 얻는 행운이 겹쳤음에도 하마터면 패할뻔한 경기였다. 2경기 모두 조직력과 중원 싸움에서 상대에게 밀렸다. 손흥민은 2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으나 공격포인트를 올리지는 못했다.

토트넘 2년 차인 2020-21시즌은 모리뉴 감독이 프리시즌부터 자신의 의지대로 팀을 구성한 사실상 첫 시즌이다. 모리뉴 감독은 첼시, 인테르, 레알, 포르투 등 여러 명문클럽을 거치며 부임 2년차에 항상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모리뉴 2년차'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시즌 초반 토트넘의 경기력은 모리뉴 2년차보다는 오히려 첼시 2기나 맨유 시절처럼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경질당했던 '모리뉴 3년차'의 기시감에 더 가깝다.

최근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공격수 가레스 베일과 풀백 세르히오 게길론의 영입설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그나마 베일은 몇 년간 레알에서 부상과 주전경쟁에서 밀려 전성기보다 주가가 하락한 상태였기에 가능했던 영입이다. 지난 시즌 유독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고전했던 토트넘은 맨시티나 리버풀같은 다른 우승권 클럽에 비하여 선수단의 스쿼드가 두터운 편은 아니다.

모리뉴 감독이 정점을 지나 몰락하던 시기에도 몇가지 패턴이 존재했다. 내용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모리뉴식 '실리축구'가 초반부터 먹히지 않으며 모리뉴 감독의 전술적 유연성에 대한 불신이 높아졌다. 언론에서는 모리뉴 감독이 경기력 부진의 원인을 몇몇 선수들이나 외부 환경의 탓으로 돌리며 갈등이 고조된다. 시즌 초반 토트넘의 부진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는 부분이다. 과거의 성공에 젖은 모리뉴 감독의 축구관이나 선수를 대하는 방식이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이러한 문제는 <올오어 낫띵>에서는 결코 다룰 수 없는 장면이다. 다큐멘터리는 축구 자체 보다는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그들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데 집중한다. 그러나 방송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명장으로 그려지며 토트넘의 구원자가 될 것 같았던 모리뉴 감독은, 정작 현실에서는 새 시즌의 시작부터 위기와 의문부호에 직면해 있다.

토트넘이 시즌 초반부터 의외의 고전을 거듭하고 있는 책임이 혹시 모리뉴에게 있진 않을까.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 모리뉴가 증명해야 한다. 다큐의 제목처럼 모리뉴에게는 올시즌이 그야말로 토트넘에서의 성패를 좌우할 '모 아니면 도'가 될 수 있는 한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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