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위스플릿이 나누어지는 파이널라운드(A-B그룹, 23-27라운드)를 앞두고 K리그1 순위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이른바 '승점 6점짜리'급 경기가 즐비했던 지난 15-16일 열린 2020시즌 K리그1 21라운드에서는 우승과 승격 전쟁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킬만한 결과가 속출했다.

최대 빅매치로 꼽혔던 '현대가 더비'에서는 전북 현대가 선두 울산 현대와의 맞대결을 제압하고 양팀의 승점차를 2점차로 좁혔다. 최하위 인천은 '경인더비'에서 서울을 격침시키고 11위 수원 삼성을 같은 승점으로 따라잡으며 1부리그 생존의 희망을 높였다.

울산이 전북을 이겼다면 양팀의 승점차는 8점까지 벌어지는 상황이었다. 양팀의 전력을 감안할 때 파이널라운드에서 전북이 뒤집기는 부담스러운 격차였다. 울산은 올시즌 유일하게 전북을 제외하면 어느 팀에게도 지지 않았을 만큼 강력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하필 경쟁자인 전북에게만 2패를 당하며 조기에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린 게 뼈아팠다.

울산은 전북을 상대로 최근 10번의 맞대결에서 1승3무6패(8골 19실점)에 그치며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3경기 연속 무승에 그치며 부진했던 전북은 울산을 제물로 위기를 탈출하며 사상 첫 K리그 4연패 도전을 이어갈수 있게 된 반면, 울산은 오히려 3경기 연속 무승(2무 1패)의 부진에 빠졌다.

양팀은 파이널라운드에서 한번의 맞대결을 더 남겨두고 있는데 경기 결과에 따라 이제 전북이 자력으로 순위를 뒤집을 수도 있는 격차가 됐다. 지난 시즌에도 최종전에서 거의 다잡은 우승 트로피를 역전당하며 놓쳤던 울산으로서는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순간이다. 전북전에서 핵심 공격수 주니오와 비욘 존슨을 모두 선발에서 제외하는 무리한 변칙 전술을 구사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은 김도훈 감독의 용병술을 둘러싼 비판의 시각도 늘어나고 있다.

후반기 극적 부활 인천

16일의 주인공은 인천이었다. 홈구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1라운드 FC서울과의 '경인더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송시우가 결승골을 뽑아내 1-0으로 승리했다. 인천은 이날 포항 스틸러스와 0-0으로 비긴 11위 수원 삼성과 마침내 승점(18점)이 같아졌다. 두 팀은 4승6무11패로 전적까지 똑같지만 다득점에서만 인천(15골)이 수원(18골)에 밀린 상태다.

인천은 올시즌 15라운드까지만 해도 5무 10패에 그치며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당시 11위 수원와의 격차는 9점이나 됐다. 올시즌 지휘봉을 잡은 임완섭 감독이 불과 9경기 만에 자진 사퇴하고, 임중용 감독대행이 팀을 맡았지만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다음 시즌 상주 상무의 자동 강등 확정으로 올시즌 성적순으로는 최하위 한 팀만 강등당하는 상황에서 인천의 사상 첫 2부리그행은 기정사실처럼 보였다.

하지만 매년 강등위기에서 후반기 극적으로 부활하며 '생존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인천의 저력은 이번에도 무기력한 추락을 허락하지 않았다. 인천은 조성환 감독 영입 이후 거짓말같은 반전에 성공했다. 인천은 조 감독 부임 이후 두 번째 경기였던 16라운드 대구전에서 감격의 첫승을 거둔 것을 시작으로 최근 6경기에서 무려 4승 1무 1패를 기록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에는 8월 22일 수원전 맞대결 승리(1-0)도 포함되어 있다. 조성환 감독 부임 이후 자리잡은 스리백 전술에서 90분간 강력한 전방 압박과 공수 밸런스가 살아났고, 팀 득점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무고사(8골)까지 후반기에 부활하며 상승세에 큰 힘이 되고 있다.

분위기 회복하지 못하는 수원

반면 인천과 마찬가지로 감독교체의 우여곡절을 겪었던 수원은 이임생 감독 자진 사퇴에 이어 주승진 감독대행과 박건하 신인 감독 체제에서도 좀처럼 분위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박건하 감독은 부임과 동시에 하필 첫 경기가 라이벌 FC서울과의 슈퍼매치(1-2패)였고, 16일에는 최근 3연승 행진을 이어가는 포항(0-0)을 만나 고전하는 등 초반 대진운도 좋지 않았다. 박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과감하게 기용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팀내 최다득점자인 타가트가 5골에 그칠 만큼 빈약한 공격루트와 골결정력이 번번이 발목을 잡고 있다.

수원은 K리그에서 4회나 정상에 올랐고, FA컵에서는 5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기록을 보유한 명문팀이다. 하지만 몇 년전부터 지속적으로 위상이 하락한 수원을 더 이상 빅클럽으로 보는 이들은 없다. 과거의 자랑스러웠던 우승 경력은 뒤집어 말하면 수원이 강등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무척 낯설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승과는 거리가 멀지만, 초반에 부진하더라도 후반기에 뒷심을 발휘하며 1부리그에 극적으로 잔류한 경험이 풍부한 인천과는 반대 입장이다.

20일 열리는 22라운드에서는 파이널라운드에서 A-B 그룹으로 엇갈리게 될 6위 경쟁의 운명이 결정된다. 선두 울산에서부터 전북-상주-포항-대구까지 5팀은 이미 상위스플릿 진출을 확정지었다. 남은 한 자리를 놓고 현재 6위 강원(승점 24)을 비롯하여 서울(승점 24)-광주-성남(이상 승점 22)-부산(승점 21)까지 무려 5팀이 경쟁중이다. 하위스플릿은 현재 수원과 인천만 확정된 상태이고 4팀은 미지수다. 6위 경쟁에서 밀리면 파이널라운드에서는 강등권 경쟁으로 내몰릴 수도 있어 해당 팀은 어떻게든 22라운드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 가장 유리한 것은 역시 강원이다. 26골로 다득점 경쟁에서 8위 광주(26골)와 함께 가장 앞서있는 강원은 20일 열리는 22라운드에서 최근 부진에 빠진 수원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승점이 같은 서울은 5위 대구를 만나는 것에 비하여 유리하다. 서울은 지난 6월 맞대결에서 대구에 0-6으로 참패한 바 있다. 수원으로서도 같은 날 울산-인천전 결과에 따라 최하위의 주인공이 바뀔 수도 있다.

역시 6강 경쟁을 펼치고 있는 8위 광주와 9위 성남의 맞대결도 주목할 만하다. 자력 6강행이 불가능한 두 팀 모두 무승부는 의미가 없고 어느 팀이든 무조건 이긴 후에 강원과 서울이 나란히 패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10위 부산은 산술적으로 6강행 확률이 남아는 있지만 매우 어려운 조건이 요구된다. 강원과 서울이 나란히 무득점 패배를 당하고 광주와 성남은 맞대결에서 비겨야하며, 여기에 부산은 22라운드에서 무조건 5골 이상의 다득점으로 대승까지 해야만 극적인 뒤집기가 가능하다. 그런데 부산의 다음 상대가 하필이면 우승후보 전북 현대라는 것을 감안하면, 차라리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을 확률을 기대하는 게 더 현실적이다.

파이널라운드를 앞두고 한층 치열해진 순위경쟁은 각 구단들 입장에서는 속이 타지만, K리그로서는 반가운 소식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시즌 축소와 늦은 개막-무관중 경기 등으로 악재가 많았던 올시즌 K리그였지만, 우승 경쟁에서부터 6강-강등전쟁에 이르기까지 예측불허의 양상이 거듭되며 지난 시즌을 능가하는 화제성으로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22라운드를 마쳤을 때 또다시 희비가 엇갈리는 팀들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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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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