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란> 포스터

<뮬란>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중국 전승 문예 '목란사'에 등장하는 여성 영웅 '화목란'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은 모아나의 등장 이전까지 포카혼타스와 함께 유일한 유색 인종이자 가장 진취적인 디즈니 프린세스로 손꼽혔다. 어쩌면 뮬란은 다양성과 페미니즘 가치를 우선하는 현대 시대의 흐름에 가장 주목할 만한 캐릭터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실사화 또한 당연하게 여겨지며 관심을 받았다. 이 작업을 위해 디즈니는 중화권의 스타 배우들을 모두 캐스팅한다.
 
제작진은 뮬란 역의 유역비는 물론 황제 역의 이연걸, 마녀 역의 공리, 텅 장군 역의 견자단 등 전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중화권 배우들을 대거 기용했다. 액션이 중점이란 점에서 이연걸, 견자단은 물론 이소룡 주연의 영화에서 주연을 맡았던 제이슨 스콧 리가 악역 보리 칸으로 캐스팅됐다. 뮬란 역의 유역비 역시 몸을 잘 쓰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건 이 작품의 색깔이 무협에 가깝다는 점이다.

원작 애니메이션은 액션보다 뮤지컬에 방점이 찍힌 작품이었다. 귀여운 용과 귀뚜라미 캐릭터가 감초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실사화는 중국 무협에 중점을 두면서 다소 분위기를 다운시킨다. 여성이지만 무예에 남다른 재능을 가진 뮬란이 아픈 아버지를 대신해 군대에 들어가는 장면이나 훈련을 받는 장면에선 비장미까지 느껴진다. 시작은 악연이었지만 뮬란과 절친한 친구가 되는 홍휘와의 관계 역시도 로맨스보다는 전우의 우정을 중심으로 표현한다.
  
 <뮬란> 스틸컷

<뮬란>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의 겉 포장지가 무협이라면 내용물에는 다양성이 담겨 있다. 가장 진취적인 디즈니 프린세스의 이야기인 만큼 시대가 지닌 여성에 대한 편견을 주로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추가된 캐릭터가 마녀다. 뮬란과 마녀는 공통적으로 강한 기(氣)를 지니고 있다. 뮬란의 아버지는 뮬란이 이 기를 숨기고 좋은 남편을 만나 결혼하길 원한다. 그만큼 강한 기는 여성에게 불길한 요소도 여겨진다.
 
마녀는 기가 세다는 이유로 남성들에 의해 마을에서 버림을 받는다. 그리고 마녀는 뮬란에게 너도 나처럼 남성들에 의해 고통을 겪을 것이라 말한다. 군대에는 남성만 올 수 있기에, 여성이 왔다는 이유만으로 그 가문은 모멸과 멸시를 당한다. 경우에 따라 뮬란은 정체가 들통나면 처형을 당할 수 있다. 뮬란과 마녀는 적의 관계임과 동시에 동질감을 지니고 있다.
  
 <뮬란> 스틸컷

<뮬란>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이런 설정은 디즈니가 새롭게 시리즈를 맡으면서 부활한 '스타워즈' 시리즈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연합군인 레이와 제국군인 카일로 렌은 서로 적이지만 강한 포스를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찾는다. 뮬란과 마녀의 관계는 레이와 카일로 렌과 비슷하며, 포스는 기(氣)로 표현된다. 이런 전개는 좋게 보면 익숙함을 주지만 나쁘게 보자면 자기복제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아쉬운 전개와는 별개로 무협이 중심이 된 액션은 나름의 쾌감을 선사한다.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가에 블록버스터가 사라진 시점에 등장한 것이라 더 반갑다. 미국에서는 디즈니의 자체 OTT인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공개됐지만, 상황이 조금 더 나은 국내에서는 4DX와 SCREENX 등을 통해 액션을 더 잘 느낄 수 있다. 
 
어린 시절 뮬란이 동네를 돌아다니며 화려한 무술을 펼치는 아기자기한 장면부터 보리 칸의 군대와 처음 맞붙어 스스로의 능력을 깨우는 장면, 황궁으로 들이닥친 적과 맞서 싸우는 장면, 보리 칸을 상대로 벌이는 마지막 대결 장면 등 무협과 액션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충분히 재미를 느낄 만한 장면들로 채워져 있다. 
 
 <뮬란> 스틸컷

<뮬란> 스틸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뮬란>은 작품 외적으로 논란이 많은 작품이다. 뮬란 역의 유역비가 홍콩 시위에서 경찰을 지지하는 SNS를 올려 논란이 되었고, 정치적 올바름을 주장하는 PC를 지향하는 디즈니가 약 100만 명 이상이 구금된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작품을 촬영 후 이곳 정보보안국에게 고맙다는 내용을 엔딩 크레디트를 넣은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작품이 추구하는 다양성의 가치를 생각했을 때 아쉬움을 남기는 행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들이 추구하는 가치를 놓치지 않으며 실사화의 장르적 쾌감에 주력한 디즈니의 시도는 인상적이다. 중국 시장을 인식하며 무협을 장르 중점에 둔 점 등이 다소 아쉬움으로 남지만 자신들의 고유성을 지켜내며 가장 진취적인 디즈니 프린세스를 스크린에 표현한 점은 눈에 띄는 성과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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