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광화문 집회 이후 2차 코로나19 팬데믹이 몰아치면서 한국 개신교회가 지탄의 대상이 됐다. 일차적으로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를 비롯한 극우 개신교회가 비난을 받았지만, 그로 인한 파장은 일반 개신교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이하 스트레이트)>는 지난 13일 '누가 전광훈을 키웠나? 위기의 한국 개신교'를 통해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방송은 작은 개척교회 목사였던 전광훈이 언제부터 정치적 목소리를 냈는지,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던 것인지에 주목했다.

방송에 따르면 전광훈 목사는 2011년 기독교 창당을 주도하며 현실 정치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후 8년 만인 201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직에 오르며 세력을 더욱 키웠다. 제작진은 전광훈 목사가 그 기간 동안 세력을 키울 수 있었던 데는 당시 세습에만 몰두하느라 견제하지 못한 주류 교회들의 탓도 적지 않다는 전문가의 발언에 주목했다.

제작진과 인터뷰한 배덕만 교수(기독연구원 느헤미야)는 "전광훈이 파행을 일으킬 수 있도록 지지 혹은 방조 혹은 이용한 그룹들이 그 뒤에 있는 한국의 보수 교회 전체라고 본다"라며 "대형교회 중심으로 한 지도적 목사들이 전광훈을 탄생시키고 오늘날 전광훈 만드는데 직간접적으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외에도 방송은 노무현 정부시절 개신교가 국가보안법 폐지 반대와 사학법 추진 반대에 나선 상황을 재조명했다. 또 인류의 과학적 성과를 부정하고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발언을 거침 없이 하며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개신교의 모습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광훈의 등장은 개신교의 양극화로 인해 빚어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작진과 만난 김진호 '제3시대 그리스도교 연구소' 실장은 "개신교도 양극화가 심해졌다. 종교라는 것은 양극화가 심해질 때 힘겨운 사람들한테 위로도 해주고 그래야 되는데 그렇지 못했다"라며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개신교 안에서 이탈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신앙을 찾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비정치적 광신도 현상이 신천지 현상으로 대표되고 정치적 광신도 현상은 전광훈 현장으로 대표되는 거다"라고 밝혔다. 

지난 15일, 취재 뒷이야기가 궁금해 이번 편을 취재한 김수근 기자를 만났다.
 
 김수근 MBC 기자

김수근 MBC 기자 ⓒ MBC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지난 13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 '누가 전광훈을 키웠나? 위기의 한국 개신교'를 취재하셨잖아요. 방송 마친 소회가 궁금해요. 
"후련하지만 아쉬운 게 더 많습니다. 전광훈 목사나 황교안 전 대표 등 당사자를 직접 만나 이야기 듣고 싶었는데 결국 못 만났어요. 전광훈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클 수 있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사람이나 단체, 세력 등이 있을 텐데 그 부분도 잘 조명하지 못했고요. 저희는 방송은 '교회가 이렇게 나쁩니다'라고 말하려 했던 게 아니에요. 교회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리고 싶었는데, 그 부분도 확실하게 전달하지 못한 것 같아요."

- 기독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세요?
"일단 저는 교회를 다니지 않습니다. 교회의 속사정을 잘 몰라요. 교회를 외부에서 바라보는 것과 내부에서 바라보는 것은 다르잖아요. 그래서 무조건적인 비판을 하지 않을까 가장 걱정했어요. 방송을 위해서 한국 개신교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 목사님이나 교회 관련 시민단체 분들을 10명 가까이 만났어요. 

기독교에 대한 기본적인 인상은 그래요. 기독교가 독립운동, 민주화 운동, 반독재 운동에 기여한 바가 커요. 존경받는 목회자들도 있고요. 봉사 활동도 많이 하고 있고 취약계층을 위한 활동도 많이 하는데 최근 그런 것들이 잘 부각되지 않는 게 좀 안타까웠어요."

- 전광훈 목사를 통해 한국교회를 이야기했잖아요. 이 아이템을 시작한 계기가 있다면.
"처음엔 '전광훈 목사가 누굴까'였죠. 전광훈이라고 하는 사람이 여는 집회에 정치인도 가고 몇 만 명씩 사람들이 모이는 게 이해가 안 됐어요. '전광훈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성장하게 됐을까' 이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거기서 질문이 자연스럽게 확장된 거죠. 그런데 저희 방송 전에 거의 모든 방송사에서 전광훈 관련 이야기를 다뤘어요. 차별성이 필요했어요. 거시적으로 기독교와 정치, 기독교와 보수 정치 세력이 과거 연대했던 내용, 창조과학회 같은 내용을 추가적으로 담게 됐습니다."

- 처음에 어디부터 취재하셨어요?
"일단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위원장과 양희삼 목사님 등을 만나 한국 기독교 역사가 어떤지, 전광훈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성장하게 됐는지, 대형교회의 역할을 무엇이었는지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그 중심에 사랑제일교회가 있었기 때문에 사랑제일교회 신도들과 목사님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그 이야기들은 방송에 많이 나가지 못했습니다."

- 기독교인이 아니다 보니 취재에 어려운 점도 있었을 것 같아요."
"어려웠죠. 저희가 표현을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사실관계도 문제지만 많은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잖아요. 또, 저희가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어요. 대표적으로 전광훈 목사가 그랬고 전광훈 목사 변호인들도 연락을 받지 않았어요. 전광훈 목사가 정치적으로 크는 데 큰 역할을 한 황교안 전 대표도 만나지 못했고요. 그리고 사랑제일교회 신도들은 기성 언론에 대한 적개심이 많아서 안 만나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취재해야 하다 보니 무리하게 교회 쪽으로 접근하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한국 개신교, 논란의 중심에 선 것 아쉬워"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한 장면 ⓒ MBC

 
- 방송에서 코로나19와 사학법·세습·종교인 과세·차별 금지법 등을 다루셨는데요. 각각의 주제 자체가 너무 커서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주제들이 엄청 크죠. 개별 주제 하나하나만으로도 방송을 만들 수 있을 정도의 내용이잖아요. 다른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두려다 보니 자연적으로 이야기가 확장됐어요."

- 전광훈 목사로 대표되는 개신교 극우파의 배후를 추적한다고 했는데, 그 배후가 방송을 통해 드러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희가 방송으로 다를 수 없었던 의혹과 의심들이 많았어요. '누가 정치적으로 영향을 줬다' '누가 돈을 후원했다' 등 말은 많았는데 확인할 수 없어서 다루기 어려웠어요. 저희가 처음에 전광훈이라는 키워드를 꺼내 들었을 때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거였거든요. 자금의 흐름 등을 파헤치는 것이었는데 제 능력이 부족했어요."

- 방송에서 개신교에 대한 문제를 여러 개 나열했잖아요.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우선 개신교가 사회와 소통을 잘 안 하는 것 같아요. 종교의 기본은 결국 이웃사랑이잖아요. 신도들만 사랑하지 말고 비신도들, 코로나19 때문에 힘들어하는 분들도 같이 보듬어줘야 해요. 그런데 지금 한국 개신교가 가장 논란의 중심에 서 있잖아요. 그런 부분이 아쉬워요."

- 개혁을 요구하는 개신교 목사 등도 많이 만나셨는데, 어떠셨어요?
"개신교가 바뀌어야 한다고 인식하는 분이 굉장히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런 분들의 목소리가 개신교를 바꾸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래도 저희 언론 입장에서는 전광훈씨처럼 과격한 표현을 하는 분들에 관심을 갖게 되잖아요. 개인적으로 반성도 했어요. 전광훈이라는 사람이 등장하기 전부터 문제제기를 한 분들이 계셨는데 말이죠. 어떻게 보면 전광훈이라는 사람을 탄생시킨 데는 기성 언론들의 책임도 있지 않나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교회가 쓴소리를 많이 들어서 나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으면 좋겠어요. 요즘 '개독'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잖아요. 그런 부분이 조금 개선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교회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 말씀을 잘 지키는 모습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 사람들로부터 '아, 개신교회는 이런 종교였지'라는 평가를 받는 날이 오면 좋겠어요."
김수근 스트레이트 한국개신교 전광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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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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