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뒷심을 발휘하며 프로야구 막판 순위경쟁의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박경와 감독대행이 이끄는 SK는 16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경기에서 7-6으로 승리하며 최근 파죽의 6연승 행진을 질주했다.

환골탈태에 가까운 극적인 반전이다. 불과 일주일전까지 SK는 구단 역사상 최다연패 타이기록인 11연패의 수렁에 빠져있었다. 9월에 복귀했던 염경엽 감독이 건강 재악화로 인하여 시즌 두 번째로 자리를 비우는 악재까지 겹쳤다. 10-11연패를 당한 키움과의 2연전에서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다인 16개의 볼넷 허용-역대 두 번째로 선발 전원 볼넷 기록을 내주는가 하면, 8일엔 10-2로 앞서다가 15대16으로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하는 수모까지 맛보는 등 내용에서도 최악의 경기력이 연일 이어졌다.

어느새 최하위 한화 이글스와의 격차가 한때 1.5게임차까지 좁혀지며 한때 꼴찌 재추락과 3할대 승률 붕괴가 현실화되는 듯했다. 심지어 프로야구 사상 역대 최다패 신기록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SK는 9월 10일 한화와의 '꼴벤져스' 결정전을 싹쓸이하며 극적으로 연패 수렁에서 벗어난 데 이어 5강싸움에 갈 길 바쁜 롯데와 기아의 덜미를 잇달아 잡으며 연승 모드로 탈바꿈했다. 6연승은 올시즌 SK의 최다 연승 기록이다. 이중 4경기가 2점차 이내 접전에서 따낸 승리였다. 심지어 지난 16일 KIA전에서는 4-6으로 패색이 짙던 승부를 9회 초에만 3점을 뽑아내며 뒤집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연패 기간 동안의 SK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장면이다.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SK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SK는 5연승을 기록 중이다.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0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SK 더그아웃의 선수들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SK는 5연승을 기록 중이다. ⓒ 연합뉴스

 
SK의 반전 원동력, 되살아난 선발야구

SK의 반전 원동력은 되살아난 선발야구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에서 5.71로 10구단 중 가장 높은 SK지만 6연승 기간동안 2.17로 10개구단중 오히려 가장 낮았다. 선발투수는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졌고 앞선 5경기에서는 선발투수가 모두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성공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박종훈(한화전 7이닝 1실점)-문승원(한화전 6이닝 1실점)-이건욱(롯데전 6이닝 무실점)-핀토(롯데전 6이닝 무실점)-조영우(기아전 6이닝 무실점) 등의 호투가 이어졌다. 16일 KIA전에선 박종훈이 5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지만 이번엔 타선이 뒷심을 드러내며 경기를 뒤집는데 성공했다.

타선에서는 간판타자 최정이 극심한 초반 부진을 딛고 서서히 자기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동생 최항이 최근 맹활약을 펼치며 형을 뒷받침했다. 올시즌 25홈런 75타점을 기록중인 최정은 팀이 6연승을 달리는 동안 결정적인 순간마다 홈런 2개와 6개의 타점을 추가하며 중심타선에 힘을 불어넣었다.

최항은 13일 롯데전에선 최정과 함께 롯데 박세웅을 상대로 나란히 홈런포를 터뜨리며 KBO리그 역사상 한 경기에서 한 투수를 상대로 홈런을 때린 최초의 형제 선수라는 독특한 기록도 세웠다. 최항은 15일 KIA전에서 홈런포함 4득점 4타점의 맹활약을 펼치며 더 이상 형의 그림자에만 가려진 선수가 아님을 증명했다.

SK는 38승 1무 71패를 기록하며 승률을 어느덧 .349까지 끌어올렸다. 최하위 한화(30승2무76패, 승률 .283)와의 격차는 다시 6.5게임으로 벌어지며 꼴찌 추락과 최다패 신기록의 부담에서는 어느 정도 벗어났다. 34경기를 남겨놓은 현재 8위 삼성(49승 2무 57패. 승률 .462)과의 승차는 12.5게임이라 더 이상의 반등은 어렵다. 현재의 순위를 유지하며 시즌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 

시즌 막바지에 접어들며 가을야구 경쟁에서 멀어진 하위권 팀들은 동기부여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무기력한 경기로 강팀들의 승수자판기 신세가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SK는 한화와 함께 올시즌 일찌감치 2약으로 전락하며 프로야구 전체의 '승률 인플레' 현상에 기여했다는 혹평을 받아야 했다.

최약체 전력이었던 한화와 달리 SK는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팀이기에 갑작스러운 몰락에 팬들이 느낀 충격은 더 컸다. 발동이 늦게 걸린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분발하고 있는 SK의 선전은 KBO리그의 균형과 흥미를 위해서라도 다행스러운 부분이다. 오히려 2021시즌을 대비한 희망이라는 점에서 SK의 선전은 뒤늦은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시작에 가깝다.

시즌 성적은 물론 실망스럽지만 나름의 소득은 있다. 95년생 선발투수 이건욱-97년생 외야수 최지훈 등 젊은 선수들이 난세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불펜에서 좌완 김정빈이나 우완 사이드암 박민호 같은 새로운 필승카드를 발굴한 것도 수확이다. SK의 기본 전력이 그리 약하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내년 시즌 외국인 선수만 잘 보강해도 충분히 반등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사령탑이 무려 두 번에 걸쳐 장기간 팀을 비우고 있는 전대미문의 악재속에서 불안정한 감독대행체제로 선방했다는 것은,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희망을 건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지난 2019시즌 정규리그에서 선두를 달리다가 후반기에 두산에 역전당하며 거의 잡았던 1위를 놓쳤고 가을야구에서는 친정팀 키움에 덜미를 잡히며 한국시리즈 진출조차 실패했다.

2020시즌에는 염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경기에서 12승 35패에 그치며 승률이 .255에 불과했다. 6월에 두산과의 경기도중 덕아웃에서 실신하며 한동안 자리를 비웠던 염 감독은, 2개월간의 공백을 거쳐 지난 9월초 복귀 후에도 5경기에서 내리 전패하는 등 제대로 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다.

반면 SK는 박경완 감독대행이 이끈 경기에서 26승 1무 36패, 승률 .412로 반등했다. 추락한 순위를 뒤집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염경엽 감독 시절 끊지 못했던 두 번의 장기연패(7연패-11연패)를 박경완 대행체제에서 극복하며 최다연승을 이끈 것이나 젊은 선수들의 성장은 박 대행의 성과로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SK 왕조의 우승주역이자 스타플레이어 출신인 박경완 감독대행은 오랫동안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온 준비된 지도자로 꼽히다.

염경엽 감독의 임기는 내년까지지만 그동안 팀의 심각한 성적부진에 가장 큰 책임을 피할 수 없는데다, 무엇보다 올시즌에만 두 번이나 건강문제를 드러내며 내년에도 정상적으로 팀을 이끌 수 있을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어차피 리빌딩을 위한 대대적인 팀 재정비가 불가피한 상황에서도 SK가 염경엽 감독의 자리를 계속 비워두는 게 서로를 위해서 과연 옳은 일인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SK는 17일부터 선두 NC와의 2연전을 비롯하여 KT-LG-키움 등 상위권팀들과의 대결이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팀 최다 연승행진의 고비이자, SK가 강팀들을 상대로 얼마나 고춧가루 부대 역할을 해줄 수 있느냐에 따라 올시즌 순위 경쟁의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남은 34경기에서 유종의 미를 꿈꾸는 SK의 저력이 얼마나 계속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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