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연속 K리그 1 우승 트로피를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 전북 현대가 전주성 지키기 임무를 마치고 리그 막판 뒤집기 프로젝트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수비 조직력이 원하는 만큼 이루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절체절명의 위기를 모면하는 집중력은 인정할 만했다. 최근 3게임을 뛰며 1무 2패의 초라한 성적표에 게임 당 평균 2.3골을 내주며 크게 흔들렸던 전북이 웬만해서 잡기 힘들어 보였던 선두 울산을 상대로 종료 직전까지 두 골 차로 앞섰다는 사실은 남은 K리그 일정에 더 많은 축구 팬들이 열광할 이유가 될 것이다. 

모라이스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15일 오후 7시 전주성에서 열린 2020 K리그 원 21라운드 울산 현대와의 홈 게임에서 특급 날개 공격수 바로우의 1골 1도움 활약에 힘입어 2-1로 이겨 시즌 막바지 1위 싸움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들어놓았다.

78초만에 '바로우' K리그 데뷔 골
 
 골 넣고 기뻐하는 전북 선수들

골 넣고 기뻐하는 전북 선수들 ⓒ 한국프로축구연맹

 
홈 팀 전북이 작정하고 배수의 진을 펼쳤다. 꼭 이겨야 하는 게임이라는 것을 모든 구성원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22세 이하 선수를 선발 멤버에 넣지 않아 교체 카드 한 장을 포기할 정도로 베테랑 선수들의 경험을 믿은 것이다. 수비 실수를 줄여야 올 시즌 최고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울산을 막아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경험 많은 전북 필드 플레이어들은 원 톱 골잡이 구스타보를 빼고 대부분이 선수비 후역습 전략에 충실했다. 양 측면 바로우와 한교원도 그 어느 게임보다 수비 가담에 집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측면 오버래핑 능력이 뛰어난 울산의 풀백(홍철, 김태환)들이 크로스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후반전 끝무렵 울산이 거세게 밀어붙일 때에는 구스타보까지 수비수 역할로 내려와 주니오를 전담마크할 정도였다. 이렇게 귀중한 승점 3점을 독식한 결과만으로도 전북 모라이스 감독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전북에게 운도 따랐다. 게임 시작 후 78초 만에 벼락골이 이상하게 들어간 것이다. 왼쪽 측면에서 최철순의 패스를 받은 바로우가 왼발로 낮게 깔아 골문으로 보낸 얼리 크로스가 울산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굴러 들어갔다. 반대쪽에서 한교원이 빠르게 달려들어가 방향을 바꾸는 슛 동작을 취한 것이 울산 골키퍼 조현우까지 속인 셈이다.

K리그 원 4년 연속 우승과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 트로피 탈환을 위해 야심차게 데려온 날개 공격수 바로우는 이 데뷔골 활약도 모자라 63분에 놀라운 스피드를 자랑하며 귀중한 추가골이자 이 게임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미드필더 쿠니모토의 기습적인 전진 패스 타이밍도 좋았지만 바로우 속도에 맞추어 빠르게 달려온 한교원의 감각적인 왼발 마무리도 훌륭했다. 

전북이 성공시킨 두 골 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바로우에서 한교원으로 이어지는 빠른 공격 흐름이 전북 역습의 첫 번째 패턴이었던 것이다. 울산의 측면을 맡은 홍철과 김태환이 그들의 스피드 정체를 모르는 선수들이 아니었지만 웬만해서 감당하기 힘든 속도였다. 

울산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가 많았지만...

반면에 이 게임 시작 전까지 5점 차 선두를 달리고 있던 울산에게도 좋은 득점 기회가 많았다. 이 게임을 통해 프로축구 통산 71번째 300 게임 기록지를 남기게 된 미드필더 윤빛가람이 28분에 오른발로 감아찬 직접 프리킥이 전북 골문 오른쪽 기둥 방향으로 빨려들어갈 듯 보였지만 전북 골키퍼 송범근이 자기 왼쪽으로 날아올라 기막히게 그 공을 쳐냈다. 

홍정호와 김민혁의 몸을 아끼지 않는 수비력도 돋보였지만 울산 입장에서 상대 골키퍼 송범근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한스러울 일이다. 전반전 추가 시간 2분, 울산의 오른쪽 코너킥 세트 피스 기회가 이어졌는데 주니오의 헤더 패스가 동료 선수 몸에 맞고 굴러나왔을 때 센터백 불투이스의 결정적인 왼발 슛이 동점골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그 앞에 마크맨도 없었기에 누가 봐도 골이라 생각할 만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골키퍼 송범근은 포기하지 않고 왼쪽으로 몸을 날려 그 공을 손끝으로 쳐냈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점수판을 1-1로 만들었다면 울산은 후반전에 충분히 흐름을 뒤집었을 것이다. 하지만 송범근의 슈퍼 세이브 앞에 울산 선수들은 또 한 번 허탈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울산의 김도훈 감독은 70분에 수비형 미드필더 원두재를 빼고 키다리 골잡이 비욘 존슨을 들여보내 높은 공 싸움을 펼쳤지만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 4분도 거의 다 끝나서 전북의 교체 선수 구자룡이 무리한 잡기 반칙을 저질러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주니오가 이번 시즌 전 구단 상대로 골을 성공시키는 뜻 깊은 결과를 만들었지만 곧바로 이동준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승점 8점차로 멀찌감치 달아나 우승 세리머니 예약을 할 수도 있는 게임이었지만 그 반대 결과가 나오는 바람에 울산과 전북의 승점 차는 2점밖에 안 남았다.

이렇게 단숨에 1위 자리를 넘볼 수 있는 턱밑까지 치고 올라온 전북 현대는 오는 20일 오후 3시 일제히 열리는 정규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10위 부산 아이파크를 전주성으로 불러들인다. 불안한 선두 울산 현대는 같은 시각 인천축구전용경기장으로 찾아가 꼴찌 인천 유나이티드 FC를 만난다.

2020 K리그 원 21라운드 결과(15일 오후 7시, 전주성) 

전북 현대 2-1 울산 현대 [득점 : 바로우(2분,도움-최철순), 한교원(63분,도움-바로우) / 주니오(90+6분,PK)]

전북 현대 선수들
FW : 구스타보
AMF : 바로우, 김보경(90+1분↔구자룡), 쿠니모토(74분↔신형민), 한교원
DMF : 손준호
DF : 최철순, 김민혁, 홍정호, 이용
GK : 송범근

울산 현대 선수들
FW : 박정인(27분↔주니오)
AMF : 고명진(54분↔김인성), 신진호, 윤빛가람, 이청용
DMF : 원두재(70분↔비욘 존슨)
DF : 홍철, 불투이스, 정승현, 김태환
GK : 조현우

2020 K리그 원 21라운드 15일 현재 순위표
1 울산 현대 47점 14승 5무 2패 44득점 15실점 +29
2 전북 현대 45점 14승 3무 4패 36득점 19실점 +17
3 상주 상무 38점 11승 5무 5패 26득점 23실점 +3
4 포항 스틸러스 34점 10승 4무 6패 37득점 25실점 +12
5 대구 FC 27점 7승 6무 7패 33득점 29실점 +4
6 FC 서울 24점 7승 3무 10패 19득점 36실점 -17
7 광주 FC 22점 5승 7무 9패 26득점 32실점 -6
8 성남 FC 22점 5승 7무 8패 17득점 21실점 -4
9 강원 FC 21점 5승 6무 9패 24득점 33실점 -9
10 부산 아이파크 21점 4승 9무 7패 20득점 27실점 -7
11 수원 블루윙즈 17점 4승 5무 11패 18득점 25실점 -7
12 인천 유나이티드 FC 15점 3승 6무 11패 14득점 29실점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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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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