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상엽 인터뷰 사진

배우 이상엽 인터뷰 사진 ⓒ 웅빈이엔에스

 
"저는 스스로 매력이 없는 배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배우 이상엽은 스스로를 이렇게 정의했다. 하지만 13일 종영한 KBS 2TV 주말 드라마 <한 번 다녀왔습니다>(아래 <한다다>)를 본 사람이라면 이상엽의 생각에 쉽게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시장에서 통닭집을 운영하는 송영달(천호진 분)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이혼에 대한 부모와 자식간 생각의 차이를 보여준 <한다다>는 최고 시청률 3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극 중에서 이상엽은 송나희(이민정 분)와 이혼한 뒤 어머니(김보연 분)와 갈등을 빚으면서 혼란을 겪는 윤규진 역을 맡아 열연했다.

14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화상 인터뷰에서 이상엽은 "어제(13일)까지는 끝난다면 시원한 마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지막 방송을 보고 나니까 오히려 헛헛해졌다. 진짜 끝이구나 싶다"고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지난 3월부터 6개월여간 100회의 대장정을 이어간 <한다다>는 '코로나 19' 확산의 한가운데에서도 촬영을 해야 했다. 이상엽은 배우들은 물론, 스태프까지 철저히 방역 수칙을 지켰기에 결방 없이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스태프분들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고, 배우들도 최대한 외부 출입을 삼갔다. 지방 촬영을 가더라도 외부로 거의 나가지 않고 도시락을 먹으면서 촬영할 정도였다. 내부 단속을 철저히 했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상황을 다행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한다다>는 끊김 없이 촬영하면서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

윤규진 아닌, 이상엽의 모습
 
 배우 이상엽 인터뷰 사진

배우 이상엽 인터뷰 사진 ⓒ 웅빈이엔에스

 
극 중에서 윤규진은 아버지와 사별한 충격으로 조울 증상을 보인 어머니 최윤정을 돌보는 착한 아들이었다. 규진은 송가네 둘째 딸 송나희와 결혼했지만 어머니와의 갈등, 유산 등으로 결국 이혼에 이르게 된다. 이상엽은 이러한 규진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윤규진 아닌, 이상엽의 모습 역시 많이 나왔다고.

"최대한 현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했다. 극적으로 연기하고 싶지 않았다. 극의 전개를 위해서 그런(극적인) 표정이 필요할 때도 있었지만 최대한 자연스럽게, '내 옆에 있는 친구라면?' 이렇게 설득하고 싶었다.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민하다보니 내 모습도 많이 담겼다.

이혼이 눈앞에 다가왔는데 '우리가 이혼을 하겠어?'라고 (쉽게) 여기고, '어어어?' 하다보니 이혼 서류를 내고 도장까지 받아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규진은 이 사람(나희)과 헤어지는 게 두려웠던 거다. 이 사람을 떠나서 다른 병원으로 갈 수도 있는데 곁에 남아있고. 그런 부분이 제 성격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어머니 최윤정과 윤규진의 갈등은 이 드라마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원망하기도 하는 윤규진의 모습은 많은 시청자들을 공감하게 했다. 전 부인 송나희와의 재결합을 반대하는 어머니에게 "차라리 연을 끊고 싶다"고 소리치기도 했던 규진은 결국 어머니가 치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어린 시절 살았던 동네에 가 있는 어머니를 만나 화해한다. 

이상엽은 "나 역시 (윤)규진같은 아들이다. 어머니에게 잘하려고 하지만, 어려워하기도 하고. 때론 피하고 싶기도 한 그런 아들"이라고 고백했다. 그러면서도 "(드라마에서) 어머니가 외롭게 앉아서 자다가 깨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 엄마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엄마가 혼자 있는 모습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규진과 가족 구성원들의 성장기
 
 배우 이상엽 인터뷰 사진

배우 이상엽 인터뷰 사진 ⓒ 웅빈이엔에스

 
윤규진과 송나희는 재결합을 하고, 최윤정 역시 치매 완치 판정을 받으며 드라마는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끝이 났다. 이상엽은 <한다다>에 대해 윤규진과 가족 구성원들의 성장기라고 정의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살지 않고, 남 탓하기 바빴지 않나. 흘러가는 대로 살았던 사람들이다. 규진이도, 이 사람들도 여러 사건사고를 겪으면서 성장하게 된 것 같다. 성장을 해서 그런 행복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다다>는 따뜻한 가족주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혼을 정면으로 다룬 작품이다 보니, 이상엽 역시 최근 결혼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그는 드라마를 통해 결혼에 대해 배운 점도 많다며 "말하지 않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더라. 이것 때문에 규진과 나희가 서로 어긋낫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MBC 예능 <무한도전>을 떠올리며, '그랬구나' 하는 태도가 필요한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규진과 나희는 마지막에야 '그랬구나' 하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드라마에선 코믹하게 풀었지만 굉장히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그랬구나, 내가 이렇게 해서 기분이 나빴구나.' <무한도전> '무한상사' 편에서 그러지 않았나. 저는 박명수 선배님과 정준하 선배님이 '그랬구나' (게임을 하는) 장면을 많이 생각했다. 나도 꼭 그렇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결혼관에 드라마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올해로 배우로서 14년 차를 맞이한 이상엽은 어느 때보다 빛나는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우연치 않게 SBS 드라마 <굿캐스팅>과 <한다다>가 동시 방영됐는데, 두 드라마 모두 많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 최고 시청률 12.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한 <굿캐스팅>에서 이상엽은 남다른 스펙을 자랑하는 하이텍의 대표이사 윤석호 역을 맡아 유쾌한 액션 코미디를 선보였다. 

하지만 이상엽은 화려하게 주목받는 것보다 "무던하게 묻어나는 게 더 좋다"고 말한다. 화려한 언변보다는 눈으로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이어 그는 연기생활 14년이라는 숫자 역시 오히려 부끄럽게 느껴진다고 털어놨다. 

"누가 14년차라고 그러면 부끄럽다. 계산이라도 잘못해서 13년차, 12년차라고 알고 계셨으면 좋겠다. 나는 여전히 아직 현장을 다 모른다. 매 순간 다르고 사람들도 다다르다. 여기서 내가 이만큼이나 안다고 생각하는 게 두렵다."

후배들이 현장에 대해 물을 때도 답해주기가 민망하다는 그는 오히려 후배들을 북돋아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상엽은 "제가 그 친구들에게 뭔가 조언해 준다기보다, 제게는 '너 멋있어, 좋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준 선배들이 많았다. 그 선배들 덕분에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 동생들에게도 내가 그런 선배이고 싶다"고 고백했다. 

매 질문마다 이어진 진지한 답변에선 이상엽이 배우로서 연기에 임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슬럼프에 대한 질문에도 그는 "이런 이야기는 사실 처음 한다"며 묵직한 고민을 털어놓았다.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하면서 이상엽은 "스스로 느슨해질 때 이 순간을 생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저는 스스로 매력이 없는 배우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던 것 같다. 내 연기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지 못했던 것 같고,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지금도 그 생각을 완전히 떨쳐내진 못했다. 쉼 없이 작품을 하면서 조금 극복하지 않았나 싶다. 사람들이 제게 조금씩 반응해주시고 그러면서 스스로를 더 다독이게 됐다. 

어렸을 때는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인터뷰에서 진짜 속 얘기는 하지 마라. 어색하거나 불리한 이야기도 하지 마라. 나도 그런 줄만 알고 살았는데 그게 바보같은 짓이더라. 저는 요즘 바닥이 다 드러난 것 같다. 연기할 때 너무 비슷한 건 아닌가 하는 고민이 있다. 제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스스로 느슨해질 때 지금 말씀드린 이 생각을 하면서 정신을 차리려고 하는 것이다. 스스로 신선함이 바닥난 것 같아서 그런 걸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어떻게 채우면 될까, 뭘로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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