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 상황에 대폭 축소 계획을 발표한 부산국제영화제가 구체적인 진행 방안을 밝혔다. 14일 진행한 비대면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주최 측은 방역 지침에 따른다는 원칙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상황에 따라 행사를 확대 혹은 전면 취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앞서 부산국제영화제는 11일 임시총회 직후 대부분의 오프라인 행사를 취소하며, 개막일 또한 추석 연휴 이후인 21일로 약 2주 연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해외 게스트 초청도 전면 취소됐고, 아사아 필름마켓, 포럼, 아시아 콘텐츠 어워즈 등 연계 행사는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1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 회견.

14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기자 회견. ⓒ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연기 어떻게 결정됐나... 이후 변수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축소 진행은 코로나19 상황이 현재와 같을 때를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이상 상황이 지속될 경우 추가 확산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지난 5월부터 코로나19 위험 1단계 상황에 맞춰 가능한 영화제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려 했지만 상황이 급변하면서 개최 여부마저 고민하다가 추석이라는 변수를 일단 넘겨야 한다는 판단에 불가피하게 개막을 2주 연기하기로 했다"고 운을 뗐다.
 
이 이사장은 "추석에도 지금과 같은 추세가 계속되거나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지금의 축소 진행조차 못 할 수도 있다"라며 "모든 건 10월 중순 영화제 티켓 발권이 시작되기 전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 최대 영화제인 만큼 방역 준비 또한 철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이사장은 "부산시와 의회 승인을 받아 (방역 관련) 추경 예산을 배정받았다"며 "자체적으로 대책을 마련했지만 미흡한 점이 있을 것 같아 부산시 시민방역추진단 및 각 대학병원 감염병 전문 의사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운영한다. 그분들과 상의해서 충실하게 행사를 운영해 갈 것"이라 덧붙였다.
 
주최 측은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에 맞춰 통제가 가능한 극장만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센텀시티 내 영화의 전당 5개관에서 모든 오프라인 상영을 진행하고 관객 수 또한 관당 50명 미만을 준수한다. 현장 매표소 운영은 하지 않고 모두 온라인으로만 티켓을 판매한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예년처럼 관객분들이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면 인원이 몇 명일지 감을 잡을 수도 없기에 모든 티켓은 (온라인) 예매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라며 "모바일로 전자출입명부 작성도 가능하기에 모든 좌석은 100프로 예매된 분들만 입장하도록 할 것"이라 설명했다.
 
5개관에서 50명 미만 관객이 매 상영마다 가득 찰 경우 올해 부산영화제 기간 총 관객 수는 최대 1만 명 남짓이 된다는 게 주최 측 계산이다. 지난해 20만 명 이상이 들었던 것에 비하면 20분의 수준이다. 온라인 추가 상영, 다른 영화제처럼 국내 OTT 업체를 활용한 상영 방안 등이 논의됐지만 부산영화제 측은 "전 세계 최초 상영인 영화도 꽤 있고, 극장에서 꼭 봐야 하는 작품들이 많기에 온라인 상영은 원칙적으로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국내외 언론사들의 편의를 위해 동의를 얻은 작품에 한해 온라인 스크리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용관 이사장은 "이 모든 게 방역 수칙 2단계를 기준으로 말씀드리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영화제가 택할 선택지는 많지 않다"면서도 "다만 추석을 잘 지내서 방역 지침이 완화가 되면 기회가 생길 것 같다. 온라인이나 OTT 자꾸 말씀하시는데 우리도 좀 더 고민해보고 말씀드리겠다"라고 전했다.
 
칸영화제와 베니스영화제를 수놓은 작품들 대거 초청
 
 14일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7중주: 홍콩이야기>. 홍금보 감독의 모습.

14일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7중주: 홍콩이야기>. 홍금보 감독의 모습. ⓒ 부산국제영화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선정작품은 총 68개국 192편이다. 300여 편을 오갔던 과거 행사에 비해 작품 수가 크게 줄었다. 그럼에도 작품의 질적 수준은 최고라는 게 주최 측 설명이었다. 개막작은 홍콩의 거장 7인 감독 작품을 한데 모은 옴니버스 영화 < 7중주: 홍콩이야기 >이며 폐막작은 이누도 잇신 감독의 동명 원작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스크린 수가 많지 않아서 영화당 평균 1회 정도만 상영하게 될 것 같다"며 "집합 행사는 하지 않지만 신작을 소개하고 감독과 관객이 소통하는 소중한 경험은 줌(Zoom)을 활용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려 한다"고 말했다. 전 집행위원장은 홍금보, 허안화, 서극 감독 등이 참여한 < 7중주 >를 초청하기 위해 공을 들였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192편 중 많은 작품이 인지도가 높은 거장의 신작이라는 게 특징이기도 하다.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는 "칸영화제가 56편의 작품을 선정해서 발표만 하고 상영은 못했는데 부산에서 '칸2020 섹션'을 마련해 23편을 틀기로 했다"며 "코로나19 상황을 예상해서 작품 수가 준 건 아니지만 영화를 많이 튼다고 능사가 아닐 거라는 판단은 했다. 베니스도, 토론토영화제도 모두 올해 선정작 수를 줄였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관객들의 양해를 구했다. 
 
 14일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한 장면.

14일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25회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한 장면. ⓒ 부산국제영화제


남 프로그래머는 선댄스영화제 심사위원 대상과 관객상에 빛나는 <미나리>, 디즈니와 픽사의 협업 애니메이션 <소울>, 왕가위 감독의 <화양연화> 복원판, 베니스 영화제 수상작인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스파이의 아내>, 마지드 마지다 감독의 <태양의 아이들> 등을 언급했다. 그는 "이와 함께 아시아 신인 감독 영화도 많다. 상황이 어려움에도 많은 아시아의 독립영화 감독들이 활동을 계속 해왔다"라며 "비전과 뉴커런츠 부문엔 주목할 만한 한국 독립영화들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양준 집행위원장 "영화 프로그래밍은 예년에 비해 오히려 선택 폭이 넓었다"라며 "보시는 분들이 판단하겠지만 주요 영화제 선정작과 수상작을 확보할 수 있었다"라고 관객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10월 21일부터 30일까지 10일간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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